마음의 시계 -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매혹적인 심리 실험
엘렌 랭어 지음, 변용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을 되돌린다는 것은 얼핏 SF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개념이지만, 심리학자 엘렌 랭어는 그러한 개념에 도전합니다. 여기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말 그대로 과거로의 여행이 아닌,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 관한 것입니다. 인간의 정신은 누군가 구토하는 것을 보면 욕지기를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몸이 들뜨듯이, 우리는 마음을 변화시킴으로써 몸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한계까지 정신은 육체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집니다. 저자는 1979년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counterclockwise study)'라고 부르는 연구를 통해 심리적인 시계를 되돌림으로서 인간의 생리 상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제시합니다. 20년 전과 같은 환경을 제공함으로서 자신의 상황을 20년 전의 나이로 인식한다면, 과연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가?

실험 대상인 70대에서 80대의 노인들은 우리의 인식 기준에서 아주 평범한 노인들입니다. 자녀는 모두 독립했고, 과거의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이제는 기력이 없어 신체적, 지적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안경을 써도 글자가 거의 보이지 않아 독서를 포기했고, 느리게 걷기 때문에 골프도 포기합니다. 요양원에서는 개인의 방으로 이어지는 문은 언제나 열려 있고, 모든 일이 노인들이 정하지 않은 스케줄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식사는 물론, 언제 샤워를 할지, 어디는 갈 수 있고 어디는 갈 수 없는지의 결정이 모두 권한 밖에 있습니다. 요양원의 노인들은 할 일도 없이 그저 멍 하니 앉아 있었고 어떤 식으로든 본인들 삶의 방향에 대해 선택권을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이런 노인들을 20년 전과 동일하게 생긴 마을에서, 20년전의 정치 이슈에 대해 토론하게 하고 20년전의 스포츠 경기나 영화를 보고, 노래를 듣습니다. 노령 때문에 포기했던 활동들을 다시 시작하고 생활 전반에 걸쳐 모두 선택권을 줍니다. 이러한 실험을 통한 생활변화의 결과는 대단히 이채로웠습니다. 실험 결과 청력과 기억력이 향상되었고, 체중과 악력이 늘었습니다. 유연성, 걸음걸이, 자세도 좋아졌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우리의 신체를 울타리에 가두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생물학적인 숙명인가, 아니면 우리의 사고방식인가?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우리의 모습대로 바라본다. - 아나이스 닌 

우리가 경험하는 쇠약함의 상당수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의 일부일지 모르지만, 또한 그중 상당수는 노화의 일부가 아니라 노년에 대한 우리 사고방식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은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 뿐만 아니라 여러 연구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이에 대한 고정 관념은 널리 퍼져 있으며, 노인은 건망증이 있고, 행동이 굼뜨며, 약하고, 소심하고, 자기 방식에 갇혀 있다고 평가합니다. 나이에 대한 고정 관념은 나이 든 성인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식에 강력한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종종 노인들 자신에게 내면화되어 능력이나 의지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들은 사회적인 시계의 영향을 받아 특정한 행동이나 태도에 어울리는 올바른 나이가 있다는 암묵적인 믿음으로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평가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어느 나이에 신체 상태가 어떻다라는 절대적인 기준이란 의학계에 존재하지 않으며, 다분히 상대적이면서 고정 관념에 불과할 뿐인 나이에 대한 인식은 곧 질병과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를 불러일으켜, 우리는 당연히 50세가 넘으면 무리한 운동을 하기에는 체력이 떨어지고 시력 및 청력의 감퇴를 경험하게 되며, 70세가 넘으면 기억력이 나빠져 자주 깜박깜박하며 너무 쇠약하여 홀로 지낼 수 없다고 단정합니다. 노인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정 관념은 실제 삶에 있어서, 육체에 있어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의사 앞에서 우리 능력은 위축됩니다. 통제권을 다른 이에게 넘겨주고 나면 되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스스로를 무능력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학자들이 정한 각종 수치들 앞에서 우리는 우리의 몸을 재단합니다. 그것이 설령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재단일지라도 그런 기준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입니다. 우리의 문화, 언어, 사고방식은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들, 의학계가 인간의 육체와 질병에 붙여 놓은 이름표에 영향을 미쳐 잠재성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제한은 80세의 사람이 50세 때만큼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좌절하는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문제는 더는 똑같은 방식으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니라, 여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하려고 애쓴다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조성한 물리적 환경과 정신적 환경은 80세인 자신과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노화하고 있는 탓에 더 이상 예전처럼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데에만 사고를 고정시켜,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전략으로 무언가를 할 생각은 애초에 떠올리지도 못하게 거대한 마음의 벽을 쌓아 버립니다.

다르게 배열된 낱말은 다른 의미를 지니며, 다르게 배열된 의미는 다른 효과를 낳는다. - 블레즈 파스칼 

저자는 스스로에 대한 의식을 인식하고, 자각하고 고정관념을 이겨낼 수 있다면 나이와 노화, 질병은 생물학적인 숙명만이 아닐 수 있음을 말합니다. 육체를 가두고 있는 사고의 틀을 벗어남으로서 더욱 젊어질 수 있다는, 대담하게도 시간을 돌리겠다는 그의 연구는 남들보다 더욱 퀼리티 있는 삶을 살아감으로서 다른 사람의 시간보다 더욱 젊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제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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