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루머사회 - 솔깃해서 위태로운 소문의 심리학
니콜라스 디폰조 지음, 곽윤정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소문은 우리 곁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커피 자판기 앞, 흡연실, 학교 화장실, 소셜 미디어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소문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소문에 민감한 사람들은 정치인이나 연예인, 기업인 등이였습니다. 한 예로 민주당 예비 선거 전에 퍼진 '오바마는 이슬람교도다!'라는 소문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퍼져갔고, 심지어는 가십잡지에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평범한 사람도 루머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소문은 우리의 삶에 더욱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때문에 소문이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소문은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가 없이 애매모호하고 불명확한 상황이 만들어질 때 발생합니다. 사람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모든 정보가 진실인지 하나하나 의심하고 알아보려고 하면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만 진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궁금증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설명이 부족한 상황을 매우 싫어하며, 애매모호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만들어내고 평가하고 더 명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 소문을 활용합니다. 설명은 보편적인 인간의 활동이며, 사람은 사건에 대해 인식하고, 주목하며, 해석하려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설명이 시작되며 설명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몇몇 지점에서 소문이 영향을 끼칩니다. 소문은 그 기반이 불명확한 상황이기 때문에, 입증되지 않은 정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의미가 불명확하고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보가 없을수록 소문은 더 만들어지기 쉽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에 더 주의합니다. 소문 또한 마찬가지로 긍정적 소문보다는 부정적 소문에 더 귀를 기울입니다. 때문에 소문의 대다수는 부정적인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정보라고 해서 꼭 나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소문은 사람들에게 불명확한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함으로써 부정적인 결과를 피하거나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데 도움이 되는 행동 방향을 제시해줍니다. 위협이 도사리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소문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독려하거나 기분이 나아지게끔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또한 사람은 자신 혹은 자신과 동일시하는 집단이 비난을 받거나 명예가 실추됐을 때 기존에 고수했던 믿음, 태도, 사고방식 혹은 정체감 등에 대한 도전에 강하게 방어하려는 감정을 가지게 되며 소문은 이와 같은 위협을 중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때론 타인을 위해 소문을 퍼뜨리기도 하는데, 심리학자들은 이를 '친사회적 동기'라고 합니다. 소문의 공유는 단지 호기심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교류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소문과 비슷한 형태로 뒷담화와 도시괴담이 있습니다. 소문은 결코 확인되지 않지만 뒷담화는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뒷담화가 사적인 영역이라면 소문은 더 큰 맥락에서 집단의 이해나 위협을 다룹니다. 사회심리학자인 찰스 워커는 뒷담화를 비방의 뒷담화와 칭찬의 뒷담화라는 두가지 범주로 분류했는데, 소문과 마찬가지로 뒷담화 또한 비방의 비율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뒷담화는 사회적 맥락에서 적절한 행동 방식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비방의 뒷담화는 규탄의 대상으로, 한 사람의 사회적 위치나 평판에 치명적인 해를 끼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괴담 중 하나를 고르자면 역시 '선풍기 사망설'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소문은 이야기의 한 부분인 반면에 도시괴담은 완전한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소문은 사람들이 상황을 이해하고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면, 도시괴담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유포됩니다.
사람들이 소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지 들여볼 수 있다면, 소문을 만들어낼 수도, 멈추게 할 수도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기존의 권위가 도전을 받고 있는데, 공식적인 뉴스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소문이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강력한 의사소통 수단이 됩니다.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소문을 전달하고 분류하고 이해하려 합니다. 중요한 점은 소문이 사건을 설명하는 원인이나 단서를 제공해 각 개인의 이해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또한 소문은 반복해서 들을수록 더 믿게 됩니다. 소문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소문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에 대해서 정보가 부족하거나 의견이 분분할 때 발생합니다. 때문에 의견 일치를 보거나, 혹은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거나, 진실에 근거한 반박으로 정보를 제공한다면 루머를 멈출 수 있습니다. 소문은 빠르게 퍼지기 때문에 초기에 대처할수록 좋으며, 신뢰받는 제3자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문은 더 빨리 여행하지만 진실만큼 오래 제자리에 머물 수는 없다. - 윌 로저스
소문은 사람들이 가진 소망, 공포, 분노 등을 담고 있으며 불신은 이러한 소망을 키웁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오바마는 이슬람교도다!'라는 소문에 대해서 오바마는 이렇게 대처했습니다. 그는 기독교 방송의 데이비드 브로디와의 인터뷰에서 소문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명백하게 반박했습니다. 자신과 관련한 소문의 내용을 대중들에게 자세히 공개했고, 강력한 증거를 대며 반박했으며, 대중들에게 도움과 협조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넣었습니다. 오바마는 사람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 신뢰받는 제3자를 통해 공개적으로 소문에 대처했습니다. 소문은 인간성에 대해 두가지를 말해줍니다. 인간은 불명확함을 경험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불명확함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소문의 강력한 영향력을 인정하고 그 안에 담겨진 사람들의 근심이나 신념, 두려움 등을 읽어냄으로써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과거에 있었던 루머들은 진실에게 그 자리를 넘겨 줬습니다. 소문은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하나의 출발점이였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