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와 그 적들 - 콤플렉스 덩어리 한국 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고 사는 법
이나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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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칼 포퍼의《열린사회와 그 적들》이 생각났었습니다. 20세기의 대표적 지성 중 한명인 칼 포퍼는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를 열린사회의 적들로 규정하며 전체주의 정치체제를 통렬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도 제목이 포퍼의 저서의 패러디라고 말하며, 폐쇄적인 전체주의에 반대한 포퍼의 생각이 저자와 일맹상통한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책의 제목인《한국사회와 그 적들》이 의미하는 것은 한국사회가 폐쇄적인 전체주의적인 부분이 있음을, 열린사회의 적들이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융 분석심리학자답게 콤플렉스와 집단무의식과 같은 개념을 사용해 이러한 사고방식이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힘들게 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분석합니다.

저자는 사교육 열풍, 부동산 광풍, 조기 유학, 명품병, 호화 결혼식, 과다 혼수 등이 한국인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의 원인을 한국인의 심리에서 찾습니다. 결혼식의 경우 심리적으로 물신 숭배의 병증이 드러나는 것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 웨딩홀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앨범을 찍고, 해외여행을 갑니다. 다른사람의 결혼식을 갈때 진정으로 결혼을 축하하기보다는 축의금을 내러, 과거에 축의금을 받았으니 빚 갚는다는 식으로 갑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이 신랑, 신부가 되지 못하고 신랑, 신부의 부모님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혼식이 두 남녀가 결합하는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공표하기 위함을 생각하면, 굳이 누구나 똑같이 결혼식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경조사비가 삶을 힘들게 하는 원인 중 하나라면, 경조사비를 줄이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스스로 결혼식과 같은 행사에 있어서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식의 의식을 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욕망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자연스러운 심리입니다. 문제는 자기 내부의 솔직하고 건강한 욕망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인정과 관심을 지나치게 욕망한다는데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다이어트를 지적합니다. 자신이 정말로 살이 찐 것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살을 뺀다기보다는 다이어트를 한 몸매가 이상적인 여성이라는 외부의 평가에 너도나도 다이어트를 합니다. 아이러니한점은 다이어트를 할때 지방이 든 음식을 피하기 때문에 지방이 재료인 여성호르몬 분비가 안되서 오히려 여성적인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우월한 유전자를 선호하며 그것이 좋은 외모로 표현되는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은 배우자를 선택할 때 시각 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후각, 촉각 등을 통해서도 선택한다는 점에서 이런 외부의 인정에 너무 집착하는 심리는 우리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행복의 아이러니 중 하나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태어났기 때문에 행복하게 살려고 애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개인에게 당연히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가르칩니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행복에 대한 서적, 에세이, 강의는 비현실적인 낙관주의나 소비와 탐욕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행복한 순간보다 고통스러운 순간이 더 많게 태어났습니다. 때문에 꼭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오히려 행복에게서 멀어지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방법을 물질적인 곳에서 찾을 경우 행복과 더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적응하는 생물이기 때문에, 행복을 언제나 물질적인 방법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자는 한국인의 삶을 힘들게하는 원인 중에는 심리적인 부분만 바꿀 수 있다면 극복할 수 있는것이 많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처 의식하지 못해도, 한국사회에서 살다보면 안고 있을 수 있는 콤플렉스들이 삶을 힘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결혼식을 소박하게 한다고 해서, 명품을 사지 못한다고 해서, 강남8학군에 자기 자식들을 보내지 못한다고 해서 삶이 불행해질거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차분히 생각해보면 이러한 집착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였음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쉽게 이런 인식을 할 수는 없습니다. 저자는 마음이 불안할수록 무의식에 귀를 기울이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심리를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콤플렉스는 우리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성장시키기도 합니다. 콤플렉스를 억압하고 부정하기보다는 이해하고 극복할 때 새로운 삶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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