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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의 지구사 ㅣ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
로라 B. 와이스 지음, 김현희 옮김, 주영하 감수 / 휴머니스트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에는 많은 음식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은 여름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아이스크림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되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의 역사는 차가운 음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냉각기술이 개발되기 전에는 산에서 얼음과 눈을 가져와 보관해야 했기 때문에, 얼린 디저트는 과거엔 권력자들만이 맛볼 수 있는 특권 중의 특권이였습니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중국의 당나라 황제들이 처음으로 밀크가 든 얼음과자를 즐겼다고 합니다. 아이스크림의 매력은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고, 점차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맛보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개발시켜 나갔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얼음 보존이라는 자연적 한계로 인해 오랜 시간 동안 발전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아이스크림을 좀 더 용이하게 만들 수 있는 과학적 토대가 마련되기 시작했고, 아이스크림은 권력자들만의 음식에서 점차 대중적인 음식이 되어갔습니다.《아이스크림의 지구사》는 이런 변화의 과정을 짚어가고 있습니다. 17세기에 얼음에 설탕과 과일즙을 섞어서 만든 소르베토가 등장했고, 아메리카에서 들여온 초콜릿이 소르베토에 추가되었습니다. 이국적인 재료, 발전된 냉동기술, 카페 문화의 등장은 아이스크림을 대표적인 기호품으로 등장시켰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스크림은 여전히 생산 원가가 높았기 때문에 부유층에게만 한정된 디저트였습니다.
19세기에 낸시 존슨이 아이스크림 제조기를 발명한 이후 아이스크림은 대량판매 상품으로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제품 도매업자였던 푸셀은 남아도는 크림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이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아이스크림 시장은 여전히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얼음을 공급하는 방법이 호수나 연못에서 얼음을 채취하는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한계점도 린데가 개발한 냉장 시스템을 아이스크림업계가 도입함으로써 해결되었습니다. 천연얼음의 시대를 지나 현대의 아이스크림은 인공얼음의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소다파운틴, 아이스크림소다, 아이스크림선디, 아이스크림콘, 아이스크림바, 소프트 아이스크림 등 지속적으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현대인의 대표적인 디저트로서 그 위상을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 초기엔 서너 가지 맛을 제공하던 아이스크림 업계가 베스킨라벤스를 계기로 다양한 맛을 선보이고 있고, 하겐다즈나 벤 앤드 제리스처럼 고급지향의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스크림은 여전히 아이들이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국민 디저트로서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초등학생부터 전쟁터의 피난민까지, 아이스크림은 삶의 애환을 잠시 잊게 해주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영화〈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진태가 진석에게 아이스께끼를 건넨 것처럼 말입니다.
상류층만이 즐길 수 있었던 사치스러운 음식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소비 품목으로 진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아이스크림은 사치품인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세계 아이스크림 시장 상위 10개국이 미국, 이탈리아, 중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한국, 캐나다, 스페인임을 보더라도, 아이스크림은 잘 사는 나라일수록 잘 소비하는 음식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스크림은 먹으면 좋지만 안먹어도 그만인 음식이기도 합니다. 리처드 랭엄의 지적처럼, 아이스크림의 영양적인 측면은 익힌 음식에 비해 떨어집니다. 그러나 라이히홀프가《미의 기원》에서 지적하듯이, 아이스크림의 잉여로운 특징은 그러하기 때문에 아름다우며, 아름답기 때문에 우리는 차갑고, 달콤하고, 촉촉한 아이스크림을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