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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티베트 - 눈보라를 헤치고 히말라야를 넘으며
마리아 블루멘크론 지음, 김화경 옮김 / 하얀연꽃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세계의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포함한 14개의 8000미터 봉우리의 산이 있는 곳,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 바로 그곳을 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최고의 등산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고, 낮에는 바위 아래서 눈을 붙이고, 밤에는 어둠의 보호를 받으며 걷습니다. 얼음폭포와 빙하를 건너고 해발6000미터가 넘는 설산을 넘습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목숨을 잃기도 하고, 동상으로 손발을 잃기도 합니다. 그들은 중국이 불법으로 무장점령한 티베트를 탈출하는 티베트 사람들입니다. 가장 가혹한 히말라야 산맥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승려들은 믿음의 자유를 찾아, 청년들은 미래를 찾아, 아이들은 학교를 찾아 중국을 탈출합니다. 국경을 넘다 체포되면 가혹한 고문과 수감생활을 해야 합니다.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히말라야를 넘었고, 피란민들 절반은 어린아이들입니다.
눈이 녹았을 때, 독일계 이란 등반가 미샤 살레키(Mischa saleki)는 산 속에서 티베트와 네팔 국경을 넘다 얼어 죽은 아이들을 발견합니다. 등반가는 목격한 슬픈 광경을 사진에 담았고, 몇 달 후인 1998년 6월 30일, 사진은 ZDF 뉴스매거진 프로그램 프론탈에서 방영되었고, 1999년 3월 22일엔 잡지 포쿠스의 화보면에 실렸습니다. 그리고 이 방송과 사진은 저자 마리아 블루멘크론의 일생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녀는 히말라야를 넘는 탈출과정을 찍고, 전 세계에 중국의 만행을 알리겠다는 의지로 티베트로 날아갑니다. 그러던 과정에서 중국공안에 발각되 취조를 당했고, 감금도 당했습니다. 여러 번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결국 여섯 명의 티베트 아이들과 국경을 넘고 그 과정을 필름에 담았습니다. 또한 티베트의 전설적인 국경 가이드 켈상 직메의 인생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엄마는 틴레가 떠나기 전에 머리를 빗겨 주었다.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도 딸이 예쁘게 보이길 바랬다. 빨간색 머리핀은 딸아이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였다. "티베트에서 탈출하면 넌 학교에 갈 거야. 감색 교복하고 책가방, 귀에 꽂을 커다란 보라색 꽃을 받게 될거야." 틴레는 웃었다. 하지만 히말라야의 산맥은 틴레에게 너무나도 가혹했다. 가이드 켈상은 얼어붙은 틴레 손을 잡았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건넨 세개의 사탕 가운데 하나를 발견했다. 아이는 사탕을 끝까지 남겨 두었다. 틴레가 소리를 냈다. 짧고 아주 나지막한 소리였다. 그리고 아이는 숨을 거뒀다. 산에서 맞이하는 죽음이 얼마나 쓸쓸한지를 생각하며 가이드 켈상은 울었다. 사람들은 49일동안 틴레를 위해 기도를 올리기로 했다. 너무 일찍 둥지에서 떨어진 작은 새처럼 틴레는 산 속에 남겨졌다.
켈상은 아주 유능한 탈출 가이드로, 그의 인생은 중국의 불법점령이 어떠한 것인지를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켈상이 어렸을 무렵 중국이 티베트로 침공을 했습니다. 마오쩌둥의 군대는 불교 사원을 부수고, 티베트 사람들을 총과 칼로 점령합니다.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사진과 책은 금기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을 납치, 고문합니다. 켈상은 그런 만행을 보며 자랐고, 성인이 된 후 인도로 떠납니다. 그 후 켈상은 티베트 사람들을 위해 수없이 국경을 넘어 티베트 사람들을 탈출시켰고, 티베트 사람들에게 달라이 라마의 소식과 책 등을 전해줍니다. 저자 마리아 블루멘크론과 국경을 넘으려던 켈상은 중국 경찰에 체포됩니다. 마리아는 이틀 밤낮을 심문받은뒤 추방되었고, 켈상은 감옥에서 심한 고문을 받습니다. 감옥에서 석방된 켈상은 마리아와 함께 국경 통로인 낭파 패스에 다시 한 번 가기로 합니다. 켈상 직메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고국 티베트 땅을 향해 나지막이 속삭입니다. "굿바이, 티베트."
2006년 9월 30일, 일흔세 명으로 이루어진 피란민 일행과 가이드가 국경경찰의 총격을 받았을 때 국경은 거대한 비극의 무대가 되었다. 마흔한 명의 피란민은 네팔 쪽 국경을 넘어 달아나는 데 성공했다. 서른 명은 체포되었다. 그 가운데 청소년과 어린이가 열네 명이었으며 가장 어린 아이는 다섯 살이었다. 스무 살의 쿤상 남걀(Kunsang Namgyal)은 다리에 두 발의 총상을 입었다. 청년은 상처로 인해 며칠 후에 사망했다고 한다. 열일곱 살 여승 켈상 남초(Kelsang Namtso)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무장한 중국인민경찰이 쏜 총알 단 한발에. 초유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던, 세계 전역에서 온 등반가들이 그 죽음의 총격 현상을 목격했다. 루마니아 산악인 세르규 마테이가 사건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 p.279
책을 통해 삶에 대한 희망과 내일의 행복을 찾아 떠나는 티베트 사람들의 이야기를 봅니다. 아마, 제국주의가 만연했을 당시의 식민지 사람들, 그리고 독재자에 저항하던 사람들 또한 이 티베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자유의 소중함이란 가치에 대해 이 책은 극명한 상징물을 제시함으로서 그 가치의 소중함을 말해 줍니다. 스스로에게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자문을 해 봅니다. 해발 6000미터의 눈덮힌 산맥에 제대로 된 복장도 갖추지 못하고 가야 한다면? 그것도 성인도 아닌 어린 시절에 수많은 국경 경찰들의 눈과 총을 피해서? 하지만 현실은 그러한 사람들이 실제로 수없이 존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있을 것입니다. 자유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