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삶에서 놓지 말아야 할 것들
메리 캐서린 베이트슨 지음, 안진이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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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나왔던 영화〈즐거운 인생〉은 독특한 록 밴드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밴드는 젊은 시절의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영화에서 밴드를 결성한 주인공들은 젊은이라고 부를 수 없는 사람들이였습니다.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당하고, 택배운전과 대리운전을 하며, 중고차를 팔던 주인공들은 삶에 몸부림치는 우리 시대의 가장들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음악을 시작합니다. 이들의 선택은 보통의 상식으로는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타를 다시 잡음으로서 인생을 다시 한번 즐겁게 시작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메리 캐서린 베이트슨이 말하고 있는 삶도 바로 그런 삶입니다.

현재 우리의 기대수명은 80세를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엔 52세 정도였습니다. 불과 50년만에 수명이 30세 가까이 증가한 것입니다. 이 말은 50년 전의 세대에 비해 지금 세대의 사람들의 삶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평균수명이 수십 년 길어진 것은 단순히 노년의 삶이 길어졌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인생 전체의 행로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공간이 열린 것입니다. 단순히 나이의 뒷부분이 덧붙여진 것이 아니라, 인생의 모든 단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자는 성년기가 기존에 비해 크게 길어졌으며, 두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성년기의 뒷 부분을 저자는 제2 성년기라고 부르는데, 이 제2 성년기는 지금까지 살면서 꿈꾸던 일들을 상당 부분 이루었지만 무언가를 더 하거나 다른 일을 하기에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시점입니다. 영화〈즐거운 인생〉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이 바로 이 시기인 것입니다. 그들은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 밴드를 할 열정과 체력이 남아 있었습니다.

발달심리학 전문가인 에릭 에릭슨은 생애주기 이론이라는 것을 말했는데, 그에 따르면 인간 생애의 매 단계에는 고유한 위기와 강점이 발달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제2 성년기의 강점으로 능동적 지혜를 말합니다. 과거의 노인들처럼 어느정도 삶의 지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 사회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으며, 상상력이 존재하고, 무언가를 새로 배울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의 삶을 인터뷰합니다. 그들은 모두 제2 성년기에 새로운 변화와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담담하게 말할 뿐이지만, 저자는 이들의 삶에서 지혜를 찾고 더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지켜야 할 원칙과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신체적으로는 이러한 제2 성년기 시점에 도달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회적으로는 그렇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사회문화적으로 제2 성년기를 인정하지 않고 바로 노년기로 받아들인다면, 많은 사람들이 열정과 체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됩니다. 자신을 노년기라도 받아들이게 되면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남에게 의존하게 된다는 두려움이 노인들의 영혼을 침식합니다. 나이드는 것의 가장 큰 단점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나 다른 노인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기존의 노인이라는 나이의 개념과, 노인을 바라보는 상투적 시각을 경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제2 성년기에 도달한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칠순잔치를 마쳤다고 이제 노인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그것에 대한 답은 각자의 판단이지만, 어쩌면 아직 성년기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회적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을 제대로 둘러보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유용한 판단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때론 도전적이며, 두려운 것이 될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저자는 제2 성년기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 줍니다. 이들의 삶을 따라할 수는 없지만, 제2 성년기에 겪을 수 있는 다양한 화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적지 않은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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