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8일 남장체험 - 남자로 지낸 여성 저널리스트의 기록
노라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은 태어나서 한 번의 삶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이성의 삶은 경험할 수 없는 비밀의 공간입니다. 남자들은 여자가 궁금하고, 여자들은 남자가 궁금합니다. 저자 노라 빈센트도 남자가 궁금했습니다. 남자들의 삶, 성격, 심리, 사연을 알고 싶었습니다. 이런 궁금증에 저자는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바로 남자가 되어보는 것입니다. 여자인 저자는 책 제목처럼 18개월간 남자로서의 삶을 살아보면서 남자들의 삶을 바라봅니다. 저자는 남자들이 살아가는것은 여자보다 더 당당하고 강인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발견한 것은 자신만만한 남자의 삶이 아니였습니다. 오히려 상처입은 현대 남성의 자화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남성의 삶을 체험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실제 남성의 모습과 같아지느냐는 것입니다. 노라 빈센트는 수염 분장을 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꿨으며 안경을 썼습니다. 가슴을 감췄고 근육 운동으로 어깨와 팔의 크기를 키웠습니다. 음악학원에서 남성의 발성법을 배웠습니다. 실제 여장 남자들이 사용하는 인공 성기까지 입었습니다. 이름도 바꿨습니다. 그녀는 이제 네드 빈센트가 되었습니다. 네드의 분장은 굉장히 성공적이였습니다. 18개월간 다양한 곳에서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여자라는 것을 들키지 않았습니다. 변장에서 인상적인 것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볼 때 눈이 아닌 인식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가끔 수염을 붙이지 않고 안경을 벗고 가슴을 매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노라가 아닌 네드로 여겼습니다.

 

네드는 남자들간의 우정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남성 전용 사교클럽인 볼링 팀에 가입해 5개월간 활동했습니다. 네드가 느낀 것은 여자들끼리의 모임에 비해 남자들끼리의 모임은 굉장한 연대감이 있다는 것입니다. 남자들은 연대감을 유지하면서 경쟁합니다. 쉬운 일을 동료가 실수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가르치려 들었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되더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네드의 낮은 볼링실력에 대해 동료들은 적극적으로 코치해 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방식이 아버지와 아들간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말합니다. 남자에 반해 여자들끼리는 게임에서 도와주거나 비법을 가르쳐주려 애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갈등의 구조가 다른 것입니다.

저자는 남자의 성욕을 알아보기 위해 남자들의 성적 욕망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곳인 창녀촌, 스트립바를 체험합니다. 이곳에서 저자가 발견한 것은 여성은 이해하기 힘든 공허함이였습니다. 창녀들은 남자들에게 몸을 비비면서도 냉담한 무관심으로 남자들을 대했습니다. 스트립 바에서의 행위에는 친밀감이 없었습니다. 남자들도 스트립 바에서 애정있는 섹스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남자도 진정으로 사랑의 감정을 품고 있는 사람과는 무분별한 동물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립 바는 그저 넘치는 성욕을 배출할 공간, 화장실 가서 볼일 보는 정도의 공간에 불과했습니다. 이곳에서 남자들은 진짜 여자가 아닌 가슴이나 얼굴을 성형한 가짜 여자들을 선호했습니다. 마음이 없는 상대와의 성 행위이기 때문에 여자가 가짜일수록 더 낫다는 것입니다.

남자들의 사랑을 알아보기 위해 네드는 여자들과 데이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여자들과의 데이트에서 발견한 것은 남자들이 가진 콤플렉스였습니다. 남자들이 여자를 성녀나 창녀라는 이분법적 시야로 바라보기 때문에 여자들이 매춘부-성녀 콤플렉스에 시달린다면, 남자들은 여자들이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콤플렉스에 시달렸습니다. 데이트를 할 때 남자들은 수없이 퇴짜맞고, 공격받고, 심판당해야 합니다. 남자들은 상대가 나쁜 사람임이 증명될 때까지는 좋은 사람으로 짐작한 반면, 여자들은 상대가 좋은 사람임이 증명될 때까지는 나쁜 사람으로 짐작했기 때문에 데이트 경험이 많은 여자일수록 남자들이 더 힘들어했습니다. 구애에 있어서 남성은 확실히 약자였습니다.

 여자들은 남자가 자신감 있기를 바랐고, 남자에게 의지하기를 원했다. 좌지우지하는 남자를 바라는 동시에 약한 구석이 있는 남자를 원했다. 꽃미남이 인기가 있지만 여자들이 진짜로 좋아하는 남자는 근골이 억세고 털이 많고, 체취가 강하고 건장하고 남자다운 남자들. 물건을 고칠 줄 아는 남자, 스포츠를 좋아하고 침실에서는 맹렬한 남자였다. 여자들은 남성호르몬과 가부장제도의 특징을 갖춘 남자들을 사랑했다. 그녀들은 모든 면에서 여성을 동등하게 대하는 현대적인 남성상을 기대하면서, 동시에 여성을 숙녀 대접하고 앞장서서 계산서를 지불하는 전통적인 남성상을 기대했다. - p.158

네드는 남자로서 취직을 하고 영업사원으로 일을 했습니다. 네드가 직장에서 느낀 것은 남자다움에 대한 압박감이였습니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했습니다. 남자다움은 실적에 따라 달라졌고 직장에서 생존하느냐에 따라 달라졌습니다. 자신감, 경쟁력, 야망을 가지라고 강요당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였습니다. 돈이 있어야 집도, 차도, 가족도 있었습니다. 돈이 없으면 남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한 남자에게 있어서 남자답지 못하다는 평가는 자아에 대한 위협입니다. 이러한 남자다움에 대한 압박은 동성애공포증과 같은 현상으로도 나타납니다. 여자같다는 것에 대한 과민반응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사회가, 다른 남자들이나 여자들이, 아이들까지도 항상 남성성을 평가하기 때문에 평생 남자다움에 대한 압박감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이런 젊은이들에게는 오직 성공만이 삶의 목표이며, 경쟁에서의 승리가 자신이 하고 있는 게임의 이름이다. 그리하여 연말에 받는 보너스의 액수가 자신의 가치를 매기는 데 결정적인 조건이 된다. 허세는 이미 그들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렸다. 이것을 온전한 인생이라 할 수 있을까?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 최고의 인생이라고 부추기는 언론의 집중 조명에 도취되어 그들은 나날이 썩어가고 있는데도, 그 뒤를 잇는 젊은이들은 줄을 서고 있다. 나를 찾는 증권가의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바로 이런 고통에 신음하고 있고, 그들 중 몇명은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다. -《왜 남자가 여자보다 일찍 죽는가?》p.88

저자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남자 세계에 들어가는 것은 평생 TV밖에 보지 못하다가 대형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을 얻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남자가 되었다고 해서 우월감이 느껴지는 특수 계층에 편입된 기분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남자 역시 여성처럼 문화와 제도의 무게에 짓눌려 살 뿐이였습니다. 저자가 직접 입증했듯이, 남성다움이란 개념은 사회적인 요구일 뿐, 생물학적인 구분이 아니였습니다. 많은 남성들은 남성다움을 경멸하면서도 그 영향력에 시달리며 살아갑니다. 남자로 태어나 감수성이 있으면 조롱과 창피를 당하고, 그것을 버리라고 강요당합니다. 저자는 남자들이 남자다움이라는 요구에서 벗어남으로서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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