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국을 보았다 나는 천국을 보았다 1
이븐 알렉산더 지음, 고미라 옮김 / 김영사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븐 알렉산더는 어느 날 갑자기 희귀한 뇌손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성인 천만 명 가운데 한 명꼴로 걸린다는 대장균성 박테리아 뇌막염에 걸린 것입니다. 이 병은 기억, 언어, 감정, 시청각 능력, 논리 등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을 공격합니다. 치료를 하는 동안 이븐은 거의 죽은 상태였습니다. 그를 치료했던 의사 스콧 웨이드는 치사율이 97퍼센트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발작을 일으킨 지 7일만에 정신을 되찾았습니다. 그는 임사체험을 한 것입니다. 독특한 것은, 기존의 많은 임사체험자들이 심장에 이상이 생겼을 때 임사체험을 경험했다면, 이븐의 경우는 뇌에 문제가 있었을 때 체험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븐은 이런 독특한 경험을 바탕으로 독특한 이야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많은 부분에서 인간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하게 해주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인류는 번개가 제우스의 무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은 모든 것을 이해시켜주는 학문도 아니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개념도 아닙니다. 당연히 과학은 불완전합니다. 때문에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개념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우리는 흔히 그럴 때 기적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곤 합니다. 우리는 많은 상황에서 기적이라는 의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화 이글스의 기적같은 역전승, 식물인간의 기적같은 생환 등 우리는 매우 놀라운 일이나 확률적으로 매우 낮은 일을 표현할 때 기적이라는 표현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븐 알렉산더의 임사체험은 분명 기적적입니다. 의학적으로 생존 확률이 3퍼센트밖에 되지 않았지만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생존은 현재의 뇌과학으론 완전히 이해하기 힘든 일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븐 알렉산더는 임사체험 부정론자였지만, 직접 임사체험을 겪고 임사체험 긍정론자가 되었습니다. 다른 임사체험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븐 또한 임사체험시 겪었던 독특한 현상을 설명해줍니다. 그가 표현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세계는 마치 영화『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같기도 합니다. 임사체험자들은 이런 경험을 영적인 세계로 표현하지만, 이들이 전해주는 경험은 현대 종교가 주장하는 영적 세계의 개념과 일치시킬 수는 없습니다. 임사체험자들의 현실에서의 환경에 따라 보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만약 기독교 문화권의 사람이라면 천사와 하나님을 볼 것이고, 이슬람 문화권의 사람이라면 마호메트나 알라를 볼 것입니다. 케빈 말라키, 알렉스 말라키가 쓴 또 다른 임사체험기와 비교해보면 서로 다른 세계를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핵심은 이 세상에 오직 물질 영역만이 실재한다는 과학적 환원론에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그 증거로 저자는 임사체험을 하면서 매혹적인 사후세계를 보았으며, 임사체험 도중 본 천사의 얼굴이 자신이 만나본 적 없는 누이의 사진과 일치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밌는 이야기이지만, 객관적으로 말해서 그것이 두 세계, 실재의 세계와 영적인 세계가 일치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이러한 주장의 증거로서, 자기 자신이 즉 살아있는 증거라고 말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표현을 빌리자면, 검은 백조는 될 수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례를 의학용어를 빌어 N of 1, 단 하나의 사례라고 말하지만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는 사례일 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영혼이란 비물질적인 존재다. 영혼은 세상을 구성하는 원자적 구조로 이뤄져 있지 않다. 하지만 단지 비물질적 존재라고 해서 물질적 소멸 과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영혼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해서, 육체적 죽음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 《죽음이란 무엇인가》 

임사체험 자체는 꽤 많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그 현상 자체에 대해서 회의적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다른 임사체험자의 주장은 모르겠지만, 이반 알렉산더의 임사체험 중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개념도 있습니다. 그는 임사체험을 하면서 인간의 깊은 의식 속에는 조건 없는 사랑의 모습이 있다고 말합니다. 대커 켈트너 또한 자신의 저서에서 인간은 착하게 태어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임사체험을 계기로 세상이 모두에게 더 좋은 곳이 될 수있도록 기여하고 싶어했고, 비영리 공공자선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만약 평화와 사랑이 가득한 천국이라는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면, 그곳의 주민은 현실에서도 천국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천국을, 현실에서 보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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