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와 성평등 공익과 인권 15
양현아 지음 / 경인문화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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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인류 역사는 남성중심의 역사였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뿌리 깊게 고착화되어 있는 남성중심의 문화를 가장 잘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군대문화입니다. 역사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군대는 언제나 남성의 것이였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양성에 대한 평등요구가 증가했고, 개인적 평등을 넘어서 집단으로서의 평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많은 법과 제도, 정책이 수정되었고, 문화가 바뀌고 있습니다. 평등에 대한 인식은 최근 들어 남성의 전유물이라고도 할 수 있었던 군대, 병역의무에 따른 성불평등 문제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며,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의 공익인권법센터와 한국젠더법학회의 공동주최로 개최되었던 학술회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군대와 평등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군대문제에 있어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군 가산점제도입니다. 정부는 1961년 이후 군사원호대상자고용법에 따라 공무원과 교사 임용시에 군 제대자들의 복무연한에 비례해 3%에서 5% 가산점을 부여해왔습니다. 하지만 1999년 헌법재판소가 재판권 전원 일치로 해당 법안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군 가산점 제도는 없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가산점 논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만 해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군 가산점제도의 부활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39조 1항에서 국방의 의무를 국민에게 부과하고, 병역법에 따라 군복무를 하는 것은 국민이 마땅히 하여야 할 의무를 다 하는 것일 뿐,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상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법적인 관점에서 금하는 것은 병역의무의 이행을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즉, 정부는 군대를 가는 것은 사회적으로 불이익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징병제도는 젠더 관계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페미니즘 법학의 판단을 요청하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사회학자인 문승숙은 한국의 근대성을 군사화된 근대성으로 특징지으면서, 한국사회에 지배적인 군사화된 남성성과 가정화된 여성성이라는 이분법적 코드의 핵심에 남성 징병제가 있음을 논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1973년 병역특례법에 따라 병역 의무자를 중화학 공업에 배치함으로서, 여성의 입장에서 중화학 공업과 관련된 직업과 기술단련을 받을 기회가 배제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과거에 존재했던 제대군인 가산점제로 인해 여성은 공무담임권의 수혜로부터 배제되었으며, 군인 경력이 공무원 호봉이나 연금법에 경력으로 인정되는 것은 차별적 효과를 발생시켰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남성만의 징병제도에 의해서 여자와 남자는 현저히 다른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징병제는 시민권 개념과 쌍생아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장해 왔습니다. 징병제는 근대화의 중요한 특성인 신분제를 뛰어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계급적 차이를 넘어 집단생활을 하는 경험은 근대화의 미덕으로 포장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시민이 곧 병사라는 정체성과 함께 근대국가 형성과 국가중심의 질서확립에 유효한 제도로 인정받기도 합니다. 징병제는 이스라엘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여성의 진입이 자유롭지 않은 남성의 제도입니다. 따라서 징병제가 의미하는 시민은 남성입니다. 결과적으로 국방의 의무는 성별화된 임무이며, 국민됨의 요건에서 여성은 기본적으로 결여되어 있습니다. 여성배제의 원칙을 유지해 온 징병제는 시민권은 결국 성차별적일 수밖에 없으며, 남성 중심적 사회를 다지고 유지하는 기초제도라고 지적됩니다. 때문에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2003년 페미니스트 저널을 시작으로 김화숙, 이정희, 유숙렬 등은 여성의 징병제 참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자는 보호받는 자고 남자는 보호하는 자라는 공식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현재의 군대문제가 군가산점제와 같은 논의에만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제대군인지원제도는 남성 징병제의 틀을 바꾸지 못하며, 남성만의 징병제가 존재하는 한 군복무를 이유로 채용시 가산점을 부요하는 제도는 헌법질서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변화는 군가산점제와 같은 제대군인 지원제도가 아니라 평등원리라는 큰 틀에서 군인력 충원의 제도를 재구성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여성에 대한 징병제를 포함한 군복무 참여 확대도 고려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이나 스웨덴처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평가받는 사회에서 징병제를 둘러싼 고민은 양성평등 획득에서 징병제가 중요한 변수임을 확인시켜줍니다. 군대가 있는 한 여성의 입장에서 군대는 외면하는 것이 최선인 조직이 아닌 것입니다. 징병제에 여성이 참여하고, 군대의 남성중심성이 극복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사례는 징병제를 실시하는 나라에게 있어서 매우 시사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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