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스푼 - 주기율표에 얽힌 광기와 사랑, 그리고 세계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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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카나마아라철.. 아마도 대부분의 학생이라면 한번쯤 해봤을법한 주기율표 외우기는 당연하게도 학생시절에 대단한 비합리성으로 다가왔습니다. 도대체 이것을 왜 외우고 있는가? 이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아무리 정을 붙이려고 해도 정이 들지 않는 것이 주기율표였고, 원소들이였습니다. 주기율표는 왜 직사각형 모양으로 표를 만들지 않았을까? 와 같은 질문들은 학교시절엔 쓸데없는 질문으로 받아들여졌고, 원소 이름을 외우고 시험을 본 뒤엔 잊혀졌습니다. 하지만 만약 진로를 정하기 전의 학생때 이 책을 읽었다면, 혹은 화학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들을 해줬다면 어쩌면 장래희망에 화학자라고 쓴 학생이 한명쯤은 생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이 책은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입니다.

이 책은 주기율표의 원소들을 바탕으로 위대한 과학자들의 일화부터 정치, 역사, 돈, 범죄 등 수없이 많은 분야의 흥미로운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만년필중 하나로 꼽히는 파커51 이야기부터 가장 긴 영어단어는 무엇일까?와 같은 흥미있는 이야기들, 남극점에 도전한 영국의 스콧 탐험대 이야기까지 수많은 분야의 재미난 이야기를 말하고 있어서, 어쩌면 이 책에서 나오지 않는 분야를 세는게 더 빠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많이 나오는 분야는 화학,물리 분야에서 뛰어난 두각을 나타낸 과학자들의 이야기인데, 가끔은 읽는사람으로 하여금 깜짝 놀랄 정도의 천재성을, 또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당황스러운 실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25세의 말단 교수이던 도널드 글레이저는 미시간 대학 근처의 술집에 자주 들르곤 했는데, 어느 날 저녁에 맥주잔에서 뽀글거리는 거품을 보다가 입자물리학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맨해튼 계획과 핵과학에서 얻은 지식을 사용해 수명이 아주 짧고 기묘한 입자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는데, 앞으로 더 나아가려면 무한히 작은 그 입자들을 잘 '보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글레이저는 맥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거품이 그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액체 속에서 발생하는 거품은 결함이 있는 곳이나 주위와 일치하지 않는 곳 주변에 생긴다. 샴페인 잔에 난 미세하게 긁힌 자국이 바로 그런 곳이고, 맥주의 경우에는 액체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 집단이 바로 그런 곳이다. 글레이저는 거품 상자를 개발했고 33세의 나이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 p.371 

이처럼 처음부터 놀라운 과학적 영감이 발휘된 일화가 있는가 하면,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위대한 발견의 사례가 된 경우도 많이 나옵니다. 그중 흥미로운 일화중 하나로 인도 물리학자 나스 보스는 강의 도중에 양자역학 방정식을 풀다가 동전을 두번 던져 하나는 앞면, 하나는 뒷면이 나올 확률을 구할 때 원래 정답이 1/2이지만 1/3로 푸는것과 같은 실수를 저질렀는데, 이 실수로 나온 오답이 오히려 정답보다도 결과와 잘 들어맞는 기묘한 체험을 합니다. 그는 자신의 실수가 정답인 것으로 가정한 논문을 썼는데, 너무나 명확한 실수로 보였던 터라 어떤 과학학술지도 그 논문을 싣는 걸 거부합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만은 그 논문을 알아보고 더 발전시킨 뒤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학술지에 발표했는데, 이것은 훗날 우주에서 알려진 것 중 가장 차갑고 끈적하고 연약한 물질 덩어리를 만들어냄으로서 사실로 밝혀집니다.

이러한 수많은 노벨상 수상 과학자들의 일화, 간디가 요오드를 싫어한 독특한 일화, 인간을 평화롭게 죽이는 원소들,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원소들 이야기는 물론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단순히 주기율표에 있는 원소가 왜 그 자리에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예를들어 미지의 119번 원소를 만들기 위해선 단순히 53번과 66번의 합성과 같은 방식이면 된다는 것과 같은 정보만으로도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수많은 상상력을 하게끔 만듭니다. 그 외에도 과연 마지막 원소는 137번일까? 현재의 주기율표보다 더 완성도 높은 주기율표를 만들 수 있을까? 원소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물체를 구성하는 물질이기에 이런 주기율표와 원소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화학의 분야를 떠나 모든 분야로의 지적 탐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주변에 화학이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이 있다거나,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가 화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이 있다면 저는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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