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의 걸작들 - 젊은 세대를 위한 단 한 권의 공학 기술의 역사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26
엘머 E. 루이스 지음, 김은영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공학이 대체 무엇입니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저자는 과거 공학의 역사적 발달 과정을 통해야 공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바퀴의 발달부터 건축, 공학자들의 이야기, 공학과 과학의 결합, 우주시대를 연 로켓과학까지 다양한 이야기 속에 공학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답변이 담겨 있습니다.

가장 전형적인 공학적 인공물인 바퀴는, 가장 원시적인 바퀴에서 바퀴살이 달리고, 현대의 자동차 타이어에 이르기까지 많은 형태로 변화해 왔습니다. 이러한 점진적 변화는 공학의 특징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통나무를 원판 모양으로 자른 바퀴에서 바퀴의 무게 감소와 충격을 흡수해주는 탄력성을 지닌 바퀴살이 개발된 것은 기원전 2000년경의 이야기입니다. 기원전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색다른 형태의 바퀴에 도전하는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였습니다. 한계하중 데이터같은 개념도 없었을 뿐더러 새 바퀴에 자신의 명성을 걸어야 하는 기술자의 입장에서 그런 변혁을 꿈꾸는 것은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일이였습니다.

어떤 형태로 기술이 발전하느냐는 그 사회가 무엇을 요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 예로 중세시대의 성당건축, 로마의 목욕탕, 수도원의 물레바퀴를 들 수 있습니다. 중세시대 교회의 고딕건축은 지형적, 종교적 요구를 통해 발전한 기술입니다. 순례자들과 지역 종교인들을 위해 교회는 높고 더 많은 빛을 요구했습니다. 더 높으면서 동시에 가능한 많은 신도들을 수용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실용적, 미적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기 위해 늑재 아치 천장과 공중부벽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힘의 하중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안전하다고 알려진 기하학적 비례를 이용해 건축물을 쌓아야 했습니다.

로마 공중목욕탕과 물레바퀴의 사례는 공학자들에게 하나의 교훈을 안겨 줍니다. 로마는 도로, 누벽, 수도교, 콜로세움 등 뛰어난 공학적 업적을 이루어냈고 이런 기술력은 제국을 만드는데 큰 힘이 됩니다. 이러한 공학기술은 로마인들에게 탈의실과 냉탕, 온탕, 열탕, 한증막을 지닌 목욕탕을 제공했고, 목욕탕에 사용된 여러 기술들은 당대 최고의 기술력을 보여 줍니다. 하지만 로마는 극소수의 시민과 대다수의 노예로 이루어진 사회였고 이러한 기술들은 시민을 위해서만 사용되었습니다.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예들의 노동을 줄여줄 수 있는 기술 개발엔 인색했습니다. 불행한 다수가 값싸고 유연한 노동력을 제공했기 때문에 특권층에 속한 사람들은 노동력을 절약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할 동기나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당시 독창적인 도구나 장치들은 그저 특권층의 장난감으로 사용되었고, 기원전1세기의 로마 건축공학자 비트루비우스의 저술에 나오는 하사식 수직 물레바퀴와 곡식을 빻는데 사용되는 물레바퀴의 개념은 사용되질 못했습니다.

물레바퀴의 이익을 알고도 활용하지 않은 전성기 로마에 비해 6세기의 수도원들은 물레바퀴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수도원의 규칙인 자급자족과 육체노동은 제한된 공간 안에 모든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시설을 요구했고, 물레바퀴를 훌륭한 노동 절약 장치로 활용합니다. 이런 물레바퀴의 다목적성은 사람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고, 점차 더 많은 수도원에서 그리고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물레바퀴의 기술력이 퍼져 나갑니다. 이런 '사회는 어떠한 공학적 기술을 받아들이는가?' 에 대한 역사적 배경들은 공학자들에게 어떤 방향으로 연구를 해야 하는지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공학적 발달은 매우 경험적이였기 때문에 발달속도가 느렸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한 것이 르네상스, 그리고 다빈치인데 다빈치와 그 이전의 기술공들의 차이점을 알아보면 다빈치의 업적을 알 수 있습니다. 다빈치 이전의 기술공들의 작업 방식은 다빈치의 노트에서 발견되는 방법들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다빈치는 많은 인공물과 메커니즘, 시스템 등의 개념을 창안했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설령 그의 구상 중에서 일부는 실제로 제작되지 못했고 구상 자체조차 완성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그러한 점이 기술공들의 작업 방식과 크게 다른 점이었습니다. 당시 어떤 기술공이 새로운 것 또는 다른 것을 만들고 싶었다면 곧바로 제작에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2차원 평면 위에 3차원적인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었던 다빈치는 설계와 제작을 분리했고, 공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재정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줌으로서 공학의 발달에 중요한 진전을 이룹니다.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학적 혁신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먼저 있어야 했다. 재정적인 지원 없이는 아무리 현대적인 공학적 도구라 해도 그 가치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자족의 수준을 훨씬 넘어선 문화권에서만 소중한 자원(음식, 숙련된 노동력, 원료 등)을 기술적 혁신이라는, 본래부터 위험이 따르는 모험적인 일에 투자할 수 있었다. 일단 모험을 시작하면 자원을 상당한 기간 동안 여기에 묶어두어야 했지만 그렇다고 쓸모 있는 결과가 나오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혁신은 그 가치관이나 권력 구조가 그 동안 축적된 자원을 공학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유용한 일이라고 용인한 사회에서나 가능했다. 기술 혁신을 추구하는 경향이 무르익으려면 충분한 인력과 물적 자원, 그리고 공학이 경이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달려주는 인내심을 발휘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했다. - p.96 

공학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중세 교회건축은 뛰어난 아름다움과 기술적 발달을 가져왔지만, 그로 인해 생긴 높은 비용은 높은 건축세를 가져왔고 세금이 너무 무거운 나머지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공학은 현대적인 생산 설비를 제공했지만 단조로운 기계공장이 노동자에게 가져오는 스트레스, 수익 불균형, 안전사고 등 여러가지 개선점을 요구하는 실정입니다. 기술의 발달은 때론 딜레마도 가져오는데, 자동차 에어백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에어백은 대형 사고에서 부상의 심각성을 줄이는데 성공했지만, 에어백의 두가지 변수는 상황에 따라 득이 될수도, 독이 될수도 있습니다. 에어백을 팽창시키는 충돌의 강도를 낮출 경우, 사고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할 확률이 높아지지만, 사고가 심각하지 않은 경우엔 오히려 에어백으로 인한 부상이 사고의 부상보다 클 수가 있고, 역으로 충돌 강도 기준을 높이면 에어백이 팽창하지 않음으로써 사고의 부상빈도가 올라갑니다. 에어백은 때론 그 충격 때문에 어린이와 체구가 작은 성인에게 치명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공학자들은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안전띠를 거부하는 성인들과 십대 청소년들을 최대한 보호할 수준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소수의 어린이 이용자들을 보호할 것인가? 더욱 정밀하고 미세한 에어백 시스템을 도입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한다면, 더욱 복잡한 시스템때문에 생기는 잦은 고장, 추가적인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가격이 비싸지면 운전자들이 에어백을 거부하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이런 공학자들의 선택은 기술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문제로도 직결됨을 보여줍니다.

공학은 인류의 시작부터 함께 해 왔습니다. 점점 더 풍요롭게 확장되어가는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은 우리 앞에 문을 열어주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지만, 기술은 만병통치약을 내놓지는 않습니다. 공학으로 탐욕과 편협한 마음, 권력을 휘두르려는 욕심까지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로마의 물레바퀴부터 현대의 핸드폰의 재료로 사용되는 콜탄이 만들어내는 콩코내전의 지속성처럼 공학은 사회발달에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만,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선택은 기술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며, 현명한 기술적 결정에는 사회에 대한 공학자들의 이해, 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가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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