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는 개미 - 개미가 부지런하다고? 80%의 일개미는 논다
하세가와 에이스케 지음, 김하락 옮김, 최재천 감수 / 서울문화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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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개미는 부지런함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오래 전부터 여러 방법을 통해 개미의 부지런함을 강조해 왔습니다. 유명한 이솝우화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물론이고, 구약성경 잠언 6장 6절에 보면 게으른 자에게 개미의 모습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흔히 알려져 있는 개미와 베짱이식의 교훈이 정말로 개미가 주는 교훈일까요? 저자는 사회성 곤충인 개미가 가져다 주는 진짜 교훈을, 진짜 지혜를 이야기합니다.

꿀벌, 개미, 진디 등과 같은 동물들은 마치 인간과 비슷한 사회를 구성하며 살아갑니다. 이런 동물들은 언제나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언제나 열심히 일하라는 노동윤리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개미처럼' 일하라는 메시지와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개미들의 모습은 그와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 줍니다. 개미들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많은 개미들은 먹이를 모으고, 유충을 보살피며, 여왕을 시중들고, 개미집을 수리하는 등 군락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자기 몸을 핥거나 꼼짝도 하지 않는 등 노동과 전혀 관계없는 행동을 합니다.

개미는 날지 못하기 때문에 벌에 비해 관찰하기가 비교적 쉽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개미집을 통째로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었다. 이런 연구 결과, 놀랍게도 개미집 안의 일개미 중 무려 70퍼센트 정도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것은 개미의 종류를 불문하고 똑같다. - p.34 

찰스 다윈이《종의 기원》에서 말한 바대로라면, 이러한 행동은 자연선택에 의해 도태되어 마땅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개미들은 그러한 행동을 보이고도 지금껏 살아남았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부지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것이 오히려 자연선택에 걸맞다라는 말입니다. 집단의 운명에 있어서 모든 개체가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놀기만 하는 게으름뱅이 개체가 있어야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얼핏 보면 아이러니합니다. 하지만 이는 자연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입니다. 갑작스런 먹이의 발견, 느닷없는 홍수로 인한 개미집의 파손 등 예측하지 못한 일이 생겼을 때 여유 인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미는 얼핏 보면 같은 일개미끼리는 똑같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개미사회를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조건 중 하나는 바로 개미 각 개체의 개성입니다. 개미는 언제나 일하지 않는것이 유리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일에 대한 부지런함의 개인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자극량에 따라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양의 노동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개미의 개성은 지능지수에서도 나타납니다. 똑똑한 개미가 있는가 하면, 멍청한 개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멍청한 개미는 자연적으로 도태되지 않았습니다. 연구 결과 똑똑한 개체만 있을 때보다 조금 멍청한 개체가 있을 때 조직이 좀 더 잘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동물은 먹이를 먹지 못하면 죽습니다. 개미 또한 마찬가지로 먹이를 찾지 못하면 군락이 소멸해버립니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먹이가 너무 많을 경우에도 군락이 괴멸해버립니다. 너무나 많은 먹이감이 있게 되면 혹독한 노동 환경에 놓이게 되고 결국 과잉 노동은 일꾼의 수명을 단축시킵니다. 이는 근육을 사용하는 동물의 신체적 특성상 필연적입니다. 동물은 움직이면 반드시 피로해지고, 피로를 풀려면 쉬어야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일제히 일하는 시스템에서는 모두 지쳐서 결국 아무도 일을 하지 않는 때가 생깁니다. 이는 일하지 않는 개체를 갖고 있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이야말로 생존에 필요한 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개미와 같은 사회성 곤충은 개성의 강조, 규격 외의 구성원을 많이 가지고 모든 구성원이 일제히 일하지 않는 효율 낮은 시스템 등을 진화의 해답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인간은 그에 반하는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학교 시스템을 통한 획일화, 언제나 열심히 일할것을 강조하는 노동윤리, 능력이 출중한 사람만을 찾고 높은 효율을 추구하는 기업시스템 등은 현대의 경제적 세계화가 요구하는 현대인의 요소들입니다. 과연 어떠한 방법이 옳은지는 다윈의 말처럼 훗날 자연이 선택할 것입니다. 만약 현재의 사회에 문제를 느낀다면, 그 해답은 개미가 말해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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