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힉스다 - 21세기 최대의 과학 혁명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최근에 있었던 과학계 이슈에서 과학자들을 설레이게 했던 사건 두가지를 꼽자면, 2011년에 뮤온 중성미자가 타우 중성미자로 변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실험에서 중성미자의 속도가 빛보다 빠른 것으로 측정된 사건과 2012년에 힉스 메커니즘과 관련된 입자가 발견되었다고 발표한 사건일 것입니다. 2011년의 사건은 검증 결과 오류로 밝혀졌지만, 놀랍게도 2012년의 사건은 사실로 확정되었습니다.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마저 LHC 가동 하루 전에 힉스 보손이 발견되지 않는다는데 100달러를 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언제 발견될지 예상하지 못한 힉스 보손을, 우리는 하루아침에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물리학의 표준 모형은, 입자들의 질량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입자 물리학적 현상들에 대해 굉장히 높은 정밀도 수준에서 옳은 예측값을 줍니다. 그러나 표준 모형은 입자가 가진 질량이 어디서 왔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힉스 가설입니다. 기본 입자는 힉스 메커니즘 말고는 모순 없이 질량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실험적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힉스 메커니즘의 존재를 매우 강하게 확신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확정된 힉스 보손의 발견은 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형이 모순 없이 옳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셈입니다.

2012년에 관찰된 힉스 보손(Higgs boson)이 질량을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힉스 보손은 정해진 질량을 가지고 정해진대로 상호 작용을 하는 실제 입자입니다. 기본 입자가 힉스 메커니즘을 통해 질량을 얻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힉스 보손 자체는 부차적인 입자일 뿐입니다. 질량을 부여하는 것은 힉스 장(Higgs field)입니다. 힉스 장은 우주 전체에 퍼져 있으며, 실제 입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약력을 느끼는 입자는 힉스 전하와 상호 작용하며, 그 상호 작용을 통해서 질량을 얻게 되는데, 가장 무거운 입자는 힉스 장과 가장 많이 상호 작용하는 입자입니다. 힉스 보손도 힉스 장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질량을 얻습니다. 하지만 힉스 보손은 힉스 메커니즘 이론이 자연의 실제와 부합함을 말해 주는 증거입니다. 에너지를 충분히 높이면 힉스 장은 힉스 보손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물리적인 상호 작용을 입자의 충돌로 설명할 수 있는 반면, 힉스 보손의 경우는 상호 작용이 두 힉스 보손 사이의 충돌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힉스 보손과 진공에 퍼져 있는 힉스 장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극히 불안정해서 엄청나게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할 수 있는 힉스 보손의 붕괴에서 나오는 입자는 대부분 에너지 보존 법칙이 허락하는 한 가장 무거운 입자로 붕괴하는데, 대부분의 힉스 보손은 보텀 쿼크와 반보텀 쿼크로 붕괴합니다. 힉스 보손의 붕괴란 힉스 보손 자체가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입자가 힉스 보손이 가지고 있던 에너지와 운동량을 가지고 생겨나는 것이며, 실험가들은 힉스 보손을 찾을때, 입자 자체가 아니라 힉스 보손이 붕괴해서 만들어진 입자를 찾으면 되는 것입니다.

물리학계의 오랜 숙제였던 힉스 보손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인류가 찾아야 할 입자를 다 찾은 것은 아닙니다. 힉스 보손은 기본 입자가 어떻게 질량을 얻는가 하는 질문을 푸는 것에 불과하며 질량이 왜 그 값인가와 같은 문제 등 수많은 질문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많은 이론가들은 힉스 이론이 잘못된 것이기를 바라기도 했는데, 힉스 보손이 발견되지 않는 것이 이론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 이론가들의 할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힉스 보손은 인류가 처음으로 발견한 진정으로 새로운 형태의 입자인 기본 스칼라 보손일지도 모르는데, 양자장 이론에 따르면 기본 스칼라 보손은 극히 무거워야 합니다. 하지만 발견된 힉스 보손은 무겁지 않았습니다. 만일 힉스 보손이 기본 스칼라 입자라면, 새로운 물리학 원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험에서 발견된 것이 무엇이든 간에 물리학은 진보할 것이다. 이번 발견이 가장 단순한 형태의 힉스 보손을 발견한 것임을 알게 되거나, 아니면 표준 모형 너머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가리키는 새로운 물리학의 증거를 찾게 될 것이다. 이런 자세한 연구가 광범위하게 수행될 것이다. 힉스 보손의 발견은 이야기의 끝이라기보다는 시작이다. - pp.51~52 

불과 5년 전만 해도 인류는 힉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던 인류였지만, 2013년 노벨물리학상에 힉스와 관련된 공로로 피터 힉스와 푸랑수아 앙글레르가 선정된 지금은 힉스의 존재를 인식한 새로운 인류로 도약했습니다. 수학적, 이론적 발전과 함께 공학과 기술의 진보는 사회의 진보를 돕습니다. 테크놀로지는 인간을 변화시킵니다. 퀴리부인 등 수많은 학자들의 과학적 업적으로 인류가 그 전과 비교해서 극적인 변화를 보여왔음을 생각하면, 힉스의 발견으로 인해 개인에게, 혹은 사회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기대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21세기가 시작된지 13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최대의 과학 혁명'이라는 이 책의 부제는 어찌 보면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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