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전쟁 - 천연자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새로운 냉정의 시대 세미나리움 총서 17
에리히 폴라트.알렉산더 융 지음, 김태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주당 백만부 이상 발행되는 독일의 주간 시사잡지인 슈피겔의 기자들 21명이 쓴 글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주제가 하나에 집중되기보다는 자원이라는 코드에 맞춰 정치, 외교, 경제, 기술, 환경 등을 광범위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자원분포에 따라서 국가 간의 세력판도는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석유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 이라크, 중국 등의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고, 석유를 가진 우고 차베스가 통치하는 베네수엘라, 세계 최대 천연가스매장량을 자랑하는 카타르, 유럽에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공급하는 러시아, 천연자원 생산의 최대 수혜자인 호주 등과 같은 자원보유국은 그야말로 21세기의 주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풍부한 자원이 꼭 그 나라의 국민들에게 있어서 축복을 받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거대한 유전을 가지고 있음에도 극심한 빈부격차와 폭력, 빈곤을 경험하는 나이지리아를 비롯, 대다수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러시아, 피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들은 그야말로 '자원의 저주' 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자원이 국제판도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물론 노르웨이나 칠레, 포츠와나의 경우처럼 그러한 자원이 가져다주는 부의 혜택을 국민 대다수가 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원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기존의 유력 매장지들은 많이 고갈되었고, 그로인해 새로운 매장지를 찾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시베리아에 이르는 북극의 경우 전 세계 석유와 가스 매장량의 25%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캐나다는 거대한 타르 모래 매장지인 샌드오일사업을 통해 자원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마셔야 하는 물 또한 해저 지표의 상부 지층에 흐르는 담수를 이용하는 방식이 등장해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외 많은 자원공급의 변화는, 21세기의 자원판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을 뜻합니다. 샌드오일산업을 통해 캐나다가 세계2위의 원유국이 된다면 미국과 중동의 관계는?

우리는 더 이상 독재자나 족장, 또한 메스꺼운 인간들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 p.381

전체적인 관점에서 지구의 자원은 계속 소모되고 있고, 환경적 측면 뿐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친환경에너지, 대체에너지의 개발은 필연적입니다. 기존의 풍력,지열,태양력 등과 같은 형태뿐 아니라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메탄 등과 같은 에너지들은 미래의 자원전쟁에 있어서 또다른 변수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현재 농업에서 쓰레기로 분류되는 것들(곡물의 짚이나 해바라기의 줄기 등)에서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 나오고 있고, 전혀 새로운 기술이 언제 나올지 모릅니다.

전세계의 흐름을 이해함에 있어서 자원의 존재는 이미 필수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원자재 가격에 따라 증시가 움직이고, 정치적 영향을 끼치는 시점에서 국제정치의 판도가 항상 정치적 이슈, 전쟁의 승패 따위를 통해서만 변화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독일의 잡지이다 보니 유럽과 관련된 부분은 좀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은 한국의 독자로서 아쉬운 부분이지만, 전세계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자원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이해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은 괜찮은 지침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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