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맥이냐 김치냐 - 글로벌 기업의 현지화 전략
마빈 조니스 외 지음, 김덕중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비즈니스와 국제관계의 중심 주제였던 세계화의 발달 과정에서 놓쳐서는 안될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있습니다. 세계화 속에서 한 국가의 지도자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비자금을 모았다거나, 정부부채가 늘었다거나, 특정 지역에서 특정 종교를 지지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끌지 못한 사건으로 비춰집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소규모이고 국지적인 것들이 세계화 이전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합니다. 세계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국제 비즈니스가 나름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각각의 국가들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이해가 바탕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지역적인 사건들 중에서 주목할만한 변화들, 세계화의 경제환경에 영향을 크게 끼치는 정치, 경제 사건들을 조명하고 훗날 발생할 지역사회의 변화를 예측하는 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세계화가 진행되며 세계화의 경제논리가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제 무역량의 증가율은 전 세계 생산량의 증가를 크게 앞질렀고, 이런 경제적인 세계화의 강도는, 이 경제논리를 따르는 정치적인 의사결정을 유도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2000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유라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한 한 기업인의 답변이 잘 말해 줍니다. 그 기업인에게 카자흐스탄 야당 정치인들의 체포와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10억 달러를 국고에서 해외로 빼돌린 사실에 대해 평을 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나는 그러한 사건들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우리가 하는 일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김치가 끼치는 영향을 무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한국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일화나 사우디의 정치문제를 비롯해 프랑스, 네델란드, 나이지리아, 베트남, 베네수엘라 등 수많은 나라에서 있었던 정치변화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은 빅맥을 먹는다. 이것은 유례없고 혁명적인 사건이며, 세계화를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현상이다. 그러나 2001년 9.11 사건의 교훈 중 하나는 작은 이야기들, 즉 지역정치와 국지적인 사건들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빅맥을 먹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때보다 김치를 잘 알아야 한다. - p.28 

정치변동의 요소들에 대해 몇가지를 지목하는데, 필리핀의 부정부패, 나이지리아의 민족간 기득권 다툼, 이집트의 개혁이 만든 결과들, 인도네시아의 호황과 몰락을 통해 국민의 불만이 어떤 상황에서 오는지를 지목합니다. 또한 이런 국민의 불만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베네수엘라, 스리랑카, 인도, 짐바브웨의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정치적 공백 속에서 지도자의 리더십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큰 역할을 발휘하는데, 유고슬라비아의 티토나 남아프리카의 만델라, 사우디의 왕가의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가지 요소는 국가가 움직이는데 기본적인 내용입니다. 이러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따져서 궁극적으로 자기 국민의 번영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국가의 능력, 한 국가의 부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가를 묻습니다. 저자는 이런 세가지 요소를 이끄는 것으로 정책, 즉 예산과 환율, 개방과 보호주의, 시장과 정부의 개입, 가격통제와 사법부의 독립, 재산권과 보조금 등에 관한 정책결정을 말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변화는 훌륭한 정책을 수립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번영을 추진하는 수많은 경제정책들은 단기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대신 그것을 장기적으로만, 그리고 때론 희생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보상해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성향 때문에 이 정책들은 실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덫은 정치지도자들이 장기적인 것에 관심을 두지 않을때 일어나는데, 이 현상의 명백한 이유는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자기 자리에 그렇게 오래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선거 직전에 이루어지는 정책결정들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발견되는데, 단기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올 정책을 선호하게 되어 단기적으론 대가를 치르지만 장기적으로 이익을 가져올 경제개혁을 중지하는 경향을 띕니다. 이런 정치적 경기순환은 선거가 있는 해에 최고조에 달하며, 선거 후 경제붕괴가 뒤따릅니다.

선거가 있는 해와 대통령 선거가 있기 이전해의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항상 선거 다음 해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양상은 1950년 이래로 단 한번을 제외하고는 여덟 번의 대통령 선거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양상이 우연히 반복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 세계은행 보고서 

이런 정책결정은 특수이익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예로 파키스탄과 브라질을 들 수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중세시대의 봉건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데, 파키스탄의 명문가 중 하나인 레가리스가의 경우 50만명의 사람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런 막강한 지주의 힘은 자신들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국민의 의료와 복지를 희생할 동기와 정치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파키스탄 정부의 많은 개혁안을 무효화합니다. 브라질의 경우 헌법이 유별나게 긴데, 그 이유는 헌법에 특수이익집단의 온갖 권리와 특권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식민지 시대의 잔재인데, 부자들의 세금은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세금수입이 적은 반면, 연금이나 보조금, 긴급 구제 등으로 쓰이는 불필요한 지출이 많다보니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만약 브라질이 붕괴한다면 그 충격은 막대할 것이다. 이것이 룰라로 불리는 신임 대통령인 루이즈 이나시오 룰라다 실바를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는 이유 중의 하나다. 룰라는 그의 선임자가 취했던, 재정적으로 책임있는 정강정책을 수행하며 이미 진행되고 있던 시장개혁을 계속 추진했다. 한발 더 나아가 룰라는 브라질이 앓고 있는 고질병의 근본원인인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브라질에서 불평등과 사회적 소외라는 역사를 끝내는 것은 사실 그의 핵심적인 선거공약이었다. 이것은 브라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의제였다. 룰라는 토지개혁 약속이나 세제개혁, 사회보장제도 개혁, 지출 축소 등 수많은 올바른 주장을 했다. 특히 오랫동안 끌어오던 연금개혁 등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중대한 공약들은 브라질의 특수이익정치라는 시련 앞에서 번번이 좌절되었다. 만약 룰라와의 투쟁에서 기득권층이 이긴다면 그들은 브라질이 언제나 '미래의 나라'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할 것이다. - p.303

이런 수많은 국가들의 정치적 상황을 보면서 몇가지 결론에 도달하는데, 개발도상국가들에서 지속되는 가난의 주된 원인은 정치,경제적인 면에서 식민주의의 결과로 만들어진 제도적인 구조에 있다는 것, 무엇보다 사회적 평등이 중요하다는 것, 현재가 경제적 호황일지라도 불안정한 정치상황은 내일의 위기를 가져온다는 것, 잘못된 원조는 안하니만 못하다는 것, 경제발전을 하는 방법에서 각 국가의 지역적 특징을 잘 살려야 한다는 것 등입니다.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지만 세계를 하나의 국가로 보려는 시도, 표준화된 경제개혁 정책시도, 다른 나라를 동맹국이냐 적대국이냐 로 한정지어 바라보는 시도들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이런 지역적 변화가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지만, 세계화의 발달로 이런 다른 나라의 지역적 실수는 그 나라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나라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대가가 너무나 크고 고통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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