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경제학 - 세상을 움직이는 힘에 관한 불편한 진실
스티븐 랜즈버그 지음, 이무열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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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에이즈 확산을 막는 방법을 묻는다면, 그 방법 중 하나는 성행위를 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에이즈의 감염경로는 혈액, 정액, 질분비액이므로 성행위를 안한다면, 에이즈를 막을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상식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성행위를 권장해야 에이즈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잘못된 상식과 통념, 시장을 왜곡하는 비경제학적 정책과 제도에 맞서기 위해선 증거와 경제학적 논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의 주장은 매우 도발적이여서, 그 주장이 비록 논리적이라 할지라도 발칙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문란한 성생활이 에이즈를 확산시킨다는 상식에 반해 왜 문란한 성생활이 실제론 에이즈를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은, 에이즈는 일부일처제와 순결주의, 성적 보수주의의 대가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한 여성이 성관계를 하고 싶다고 가정하면, 섹스에 신중한 남성이 짝짓기 게임에서 빠짐으로서, 상대적으로 더 신중하지 못한 바람둥이이면서 동시에 에이즈를 보유할 확률이 높은 남성과 성관계를 맺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성관계를 하고 싶은 남성은 순결을 지켜야 하는 여성이 주변에 있을 경우, 에이즈를 보유할 확률이 높은 성구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에이즈가 확산될 확률을 증가시킵니다.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크레머 교수는 1년에 2.25명 미만의 파트너를 상대하는 사람들이 다른 파트너를 더 빈번하게 취한다면, 즉 18세에서 45세의 인구 75%에 해당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더 음란해진다면, 에이즈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슈퍼 괴짜경제학』에서 매춘사업의 가장 큰 경쟁자는 남자친구와 무료로 섹스를 하는 일반적인 여성들이라고 지적하듯이, 사람들의 섹스를 장려할수록 음지의 성산업과 에이즈같은 질병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욕은 공해의 한 형태가 됩니다. 금욕은 짝짓기 연못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파트너의 비율을 줄임으로써 섹스환경을 오염시킵니다. 즉, 에이즈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라면 섹스를 더 즐기는 것이 자신과 사회 모두에 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센티브의 효과는 여러 분야를 설명할 수 있는데, 육아보조금에 대한 논의도 이런 경제학적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번영의 엔진은 기술 진보이고, 기술 진보의 엔진은 사람입니다. 때문에 사람이 많을수록 다양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많으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더 부유한 사회는 더 많은 사람을 부양할 수 있으므로 더욱 부유해집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익은 사회 전체가 얻는 반면에, 사람을 낳고 키우는 비용은 개인에게 돌아갑니다. 이익과 비용의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 이익을 비용의 주체에게 어느정도 돌려줘야 그 선순환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인센티브의 방향을 조절하면 범죄율과 같은 분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범죄자들은 작은 처벌의 높은 가능성보다 큰 처벌의 낮은 가능성을 선호하는데, 작은 처벌의 높은 가능성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범죄가 아니라 건설 공사장이나 탄광과 같은 고된 삶의 현장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범죄자들에게 범죄를 덜 매력적이게 만들려면, 처벌의 강도를 높이는 것보다는 유죄 판결 확률을 높이는 편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만일 1인당 소득이 인간 행복의 올바른 척도라면 농장 동물의 출산은 축복이고, 아이의 출산은 저주일 것이다. - 경제학자 피터 바우어 

인센티브가 실제로 적용되고 있는 사례들도 있는데, 그중 하나는 특허에 관한 사례입니다. 현재의 특허권은 독점권력을 일정 기간동안 허용하는 제도인데, 이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면 발명에 성공한 사람들에게 독점 권력이 아니라 현금으로 업적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루이 다게르가 1839년 사진 기술을 발명했을 때 프랑스 정부는 그 특허를 사들여 공공 영역에 내놓기도 했습니다. 경찰과 소방 서비스에서 가짜 신고를 하는 경우 벌금을 내는 것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시행중입니다. 하지만 더 강력하게 시행하려면 진짜 신고의 경우 보상금을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도둑에 대한 방지책중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도난 경보기와 같은 경우 도난 경보기를 설치했을 경우 생각 있는 도둑이라면 도난 경보기가 없는 다른 표적을 고를 것입니다. 이것은 해충 퇴치업자를 고용하여 온갖 해충들을 옆집으로 몰아내는 것과 같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경보기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차에 설치하는 로잭과 같은 경우인데, 로잭은 차가 도난당한 뒤 작동하기 시작하여 경찰을 도둑에게 연결시켜주는 숨겨진 무선 송신기입니다. 송신기는 차 어느 곳에도 숨겨놓을 수 있으므로 도둑들이 그것을 찾아 작동을 정지시키기가 쉽지 않으며,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로잭은 이웃들을 돕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반 경보 장치는 도둑들에게 다른 누군가의 차를 훔치도록 유도하는 데 반해서, 로잭은 도둑들에게 훔치지 말라고 설득합니다. 경제학자 이안 에이어스와 스티븐 레빗은 10개 도시에서 로잭의 효과를 조사한 결과, 로잭 판매의 1퍼센트 증가가 절도율을 20퍼센트 이상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즉, 로잭에는 마땅히 보조금을 지급해 활용도를 높여야 하며, 그와 같은 효과를 지닌 다른 정책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경제학적 논리, 비용과 편익 분석 등은 그 외에도 다양한 경우에서 독창적인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스크루지는 세상에서 가장 이타적인 인간이며, 정치나 사법제도를 변화시키는 방법, 아들보단 딸을 낳았을때 이혼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한 생각들, 가장 효과적으로 기부하는 법, 다이어트에 대한 문제까지 여러 분야에서 상식으로 말해오던 논리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들은 때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에이즈를 예방하기 위해 애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원나잇 스탠드를 더 즐기라는 말은, 성과 관련된 부분에서 보수적인 사람들에겐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논리는 꽤나 매력적이며,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의 결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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