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경제학 GAMIFICATION
이노우에 아키토 지음, 이용택 옮김 / 스펙트럼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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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정보기술에 관해 조사하는 리서치 전문 회사 가트너는 2011년의 새로운 IT 유행어로 웹 2.0, 매시업, 클라우드 등과 함께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는 개념을 선택합니다. 게임의 개념이나 디자인 기법 등의 요소를 게임 이외의 사회적 활용이나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이 게이미피케이션인데, 가트너는 이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많은 기업들이 기술혁신 과정에 게임의 요소를 도입할 것이며, 마케팅과 고객 유지를 위해 한 개 이상의 게임화된 응용프로그램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게임은 더 이상 일부 어린애들의 취미가 아닌, 비즈니스를 변화시키는 핵심 키워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전망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걷기, 다이어트, 여행, 식사, 영업, 공부, 소비, 절전, 금연, 운전 등의 다양한 활동이 모두 게이미피케이션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한 예는 실제로 제가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바로 신발회사 나이키에서 만든 '나이키 플러스' 입니다. 나이키 플러스는 특수한 전용 센서를 장착한 신발을 신고 달리거나 걸어서, 이동 거리뿐 아니라 이동 속도와 시간까지 잴 수 있는 상품으로, 이 데이터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상에 저장해서 다른 유저와 기록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신발은 단순히 개인적 상품이였고, 걷기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운동이였지만, 나이키 플러스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시켜 일상의 게임으로 확장되게 합니다. 나이키 플러스 이전에도 걷기를 게임화한 제품은 존재했습니다. 바로 1998년에 닌텐도에서 출시한〈포켓 피카츄〉인데, 많이 걸을수록 피카츄와 더 친해지는 시스템이였습니다. 하지만〈포켓 피카츄〉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만 한정되는 한계점이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나이키 플러스는 네트워크상의 소셜에 연결되어 더 강력한 게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걷기 운동의 게임화는 쉽게 지루해질 수 있는 걷기 운동에 더욱 많은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서, 결과적으로 걷기 운동을 장려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게이미피케이션의 사례를 접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로 세스 프리배치가 만든 스케빈저가 있습니다. 스케빈저는 물건찾기 경주를 현실에서 구현한 사례입니다. 스케빈저는 현실에서 물건찾기 경주를 미션으로 받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박물관에 들어가면 특정 작품을 찾아보는 미션을 스마트폰으로 전송받는 식입니다. 목표가 뚜렷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미션을 해결하면서 박물관 안을 샅샅이 탐색하고 즐길 수 있습니다. 과제를 유저에게 주고, 그 과제를 달성한 사람에게는 포인트를 부여하는데, 유저는 포인트에 따라 무료 콜라나 할인 혜택 등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포스퀘어인데, 포스퀘어는 자신의 위치를 스마트폰 앱으로 등록함으로써 체크인한 장소나 횟수에 따라 뱃지를 얻게 됩니다. 특정 장소에 체크인한 횟수가 가장 많은 사람은 시장이라는 칭호를 받는데, 이를 응용하면 음식점이나 행사장 등에서 긍정적 반응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단골 가게에 많이 갔다는 성취감과 실질적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게임은 이러한 비즈니스적 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된 오바마의 선거전략이 그 예인데, 오바마는 마치 온라인 게임 같은 선거운동을 만듬으로써 많은 호응을 얻어냈습니다. 오바마는 마이 버락 오바마 닷컴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사이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후원금을 내거나, 전화 선거운동을 했거나, 이웃 방문 선거운동을 하는 등의 데이터를 통해 랭킹과 업적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사이트에서 지지자의 활동을 롤플레잉 게임과 비슷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바마는 일방적으로 후원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후원금 자체를 지지자의 공략 가능한 미션으로 규정하고, 개개인의 감각에 맞춰 게임으로 재편성합니다. 결과적으로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한 대통령 선거전은 오바마 개인의 게임뿐 아니라, 수백만의 지지자들에게도 자신만의 게임으로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높은 호응도를 끌어냈고, 이는 선거의 승리로 연결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유니클로, 스타벅스, 디즈니 등이 이러한 게이미피케이션을 응용한 전략을 도입함으로써 고객을 창출하고, 직원들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웹 사이트에 게임의 요소를 넣고 있습니다. 게임의 요소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수량으로 셀 수 있어야 하고, 플레이어의 행동을 평가하기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해야 합니다. 많은 분야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이 적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측정 기술의 비용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기원전 17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파이스토스 원반이 인쇄술의 보급을 이끌지 못한 이유에 대해 《총, 균, 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사회가 그것을 대규모로 활용할 수 없었던 시대였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과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게임의 힘이 작용하는 세계를 보지 못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야 게임이 요구하는 필요조건이 달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측정 기술의 발달, 인터넷을 통한 빠른 피드백,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증가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되면서 게이미피케이션이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 세상은 게임이 될 수 있는 것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잠재적으로 게임이 될 수 있는 것은 게이미피케이션의 바깥쪽 주변에 위치합니다. 이 세상은 게임이 될 수 있는 것으로 가득하지만, 대부분이 자연적으로는 게임의 형태가 되는 데 성공하지 못합니다. 이 세상에 가득한 잠재적 게임들에게 뚜렷한 게임의 형태를 부여하는 일, 선명하게 보이도록 보조선을 긋는 일, 그것이 바로 게이미피케이션입니다. 이 세상에 가득한 수많은 잠재적 게임은 시점을 조금만 바꾸거나 보조선을 긋는 것만으로도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인류는 아주 먼 옛날부터 게임을 즐겨 왔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보급하는것조차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들었으며, 게임은 게임의 틀 이상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게임은 진화했고, 점점 다양한 게임이 디자인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저자 또한 가정마다 보급되어 있는 전기계량기의 데이터를 이용해 절전게임을 만듬으로써 게이미피케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임의 힘은 매우 크며, 그 힘을 이용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은 미래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정보 처리를 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는 게임이, 게이미피케이션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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