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어둠 - 2조 엔의 이익에 희생되는 사람들...
MyNewsJapan 지음, JPNews 옮김 / 창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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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대기업 토요타 자동차는 경제대국 일본의 상징적인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33년에 세워진 토요타는 일본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이자 자동차 생산대수 또한 세계 5위권 이상을 언제나 유지하고 있습니다. 토요타는 50년 연속 흑자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전후 일본이 경제대국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책이 쓰여질 당시의 토요타는 세계 제일의 자동차 생산대수를 자랑하며 2조엔의 이익을 내는 우량기업입니다. 토머스 L. 프리드먼은 자신의 저서《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토요타의 자동차 렉서스를 글로벌 시장의 발아와 성장, 금융기관, 그리고 컴퓨터 기술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토요타는 일본이 세계에 자랑할만한 훌륭한 기업으로 보이지만, 이 책은 토요타의 어둠을 지적합니다.

우치노 겐이치 씨는 토요타자동차 사원이였습니다. 소년 시절부터 자동차를 매우 좋아했던 그는 토요타에서 매우 열심히 일했습니다. 정식 근무시간 뿐만 아니라 잔업을 월 144시간을 해야 했습니다. 주말에는 토요타의 기업문화에 따라 각종 행사에 필히 참가해야 합니다. 규율을 철저히 따르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토요타의 문화이기 때문에 주말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인사평가에 악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창의적 아이디어 제안과 같은 제도에도 필히 동참해야 합니다. 이 아이디어 제안용지를 내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전 사원이 휴일을 반납해가며 회의를 해야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500엔의 상금을 받습니다. 이러한 겐이치 씨의 평균적인 수면시간은 2시간 20분이였습니다. 결국 그는 30세가 되던 해에 직장에서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사망 원인은 과로에 의한 치사성 부정맥이였습니다.

국경일은 휴일이 아닙니다. 토요타에는 국경일이 없습니다. 관련기업도 이 달력에 맞춰 계획을 짤 수밖에 없습니다. 국경일이라는 개념이 토요타에는 없습니다. - p.101 

과로사한 겐이치씨는 그래도 토요타의 정직원이였습니다. 토요타의 하청기업 직원들은 겐이치씨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를 합니다. 작업도중 화장실 이용시간을 계산해 분당 벌금을 급료에서 제외하는가 하면, 휴대전화는 금지되고, 회사 전화 이용시 1회당 벌금 1만엔을 내야 하며, 퇴근 전 청소를 하지 않을경우 1회당 벌금 2천엔을 내야 합니다. 토요타는 하청회사 단가인하를 통해 이익을 올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하청기업들의 환경이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더 열악한 환경과 더 강도높은 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하청기업 직원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수입은 정직원의 30~50%에 불과합니다. 노동법을 회피하기 위해 대기업들은 불법인 위장청부 수법을 사용해 직원들의 정직원화를 막고 임금인상을 억제합니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 끝에 토요타는 2조엔이라는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꼭 작은 북한 같아요." 탈북(토요타자동차에서 간신히 벗어난 사람을 빗대어 부르는 말)을 한 전 사원이 그렇게 말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격리된 입지, 독특한 분위기, 세뇌적 교육, 엄격한 규율 등을 보면서 거기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 바로 '작은 북한'이 아닐까 싶다. - p.50 

이러한 노동환경에 가장 발벗고 나서야 할 단체는 노동조합입니다. 토요타는 유니온 숍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에 노조 규모는 굉장히 큽니다. 하지만 토요타의 노동조합은 임금인상을 외치거나 근로환경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허울뿐인 어용 노동조합입니다. 토요타 노조는 조합원을 구하기는 커녕 토요타 비판자를 철저히 막을뿐더러 내부의 불온분자 색출에 최선을 다합니다. 토요타의 노조는 조합활동이라기보다는 회사의 인사업무 성격이 강하며 오히려 직원들의 업무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노조활동은 정식근무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노조에서 회사업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휴일로 처리되기 때문에 휴가일수도 줄어듭니다. 직원들은 점심식사까지 걸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보니 오히려 조합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마저 나옵니다.

토요타는 노동운동 또는 공산당이나 심퍼사이저들을 매우 싫어합니다. 1970년경부터 그런 사람들을 배제하는 풍조가 더더욱 강해졌습니다. 상사의 말에 대해 자기 의견을 피력했을 뿐인데도 "당신은 공산당인가!"라며 매도해대는 식이었죠. - p.147 

이러한 토요타의 어두운 측면에 대항할 방법 중 하나는 언론이여야 합니다. 하지만 토요타는 언론이 건드릴 수 없는 상대입니다. 토요타는 한달에 광고선전비로 천억엔을 넘게 쓰는 매스컴의 일본 최대 스폰서입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신문사는 물론이고 출판사, 인터넷 포털 사이트까지 토요타를 건드릴 수 없습니다. 2005년에 리콜문제로 토요타가 가택수색을 당했을 때 수사본부가 구성될 정도의 사건이였지만 주요 신문사인 아사히, 마이니치, 요미우리 등과 같은 신문사에서는 한 글자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2006년에는 토요타가 탈세를 한 것이 드러났는데, 언론은 탈세가 아닌 신고누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헤드라인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소규모 회사가 탈세를 했음이 드러났을때는 헤드라인에 탈세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모순적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겐이치 씨가 과로사했을 때도 언론은 자동차 공장이라고만 언급했을 뿐, 토요타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토요타는 철저한 효율우선주의를 우선시하는 전형적인 대기업입니다. 이는 실패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합니다. 대기업은 언제나 직원들에게 최고의 성능을 낼 것을 요구하면서 한계까지 밀어붙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요구에 대한 해답은 겐이치씨가 보여줬듯이 한 생명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닌 생명체이기 때문에,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대기업의 시스템은 합리주의처럼 보이지만 비합리적 시스템인 것입니다. 하지만 변화의 희망은 있습니다. 토요타의 강도 높은 노동에 희생된 유족들이 국가에 재판을 요구하고 어용노조가 아닌 직원들을 위한 신생 노조가 생겨나면서 토요타에도 변화의 바람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것은 잔업을 월 45시간 이내로 억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토요타가 일본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대합니다. 때문에 토요타가 바뀌면 일본이 바뀝니다. 토요타에 인간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사람들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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