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히스테릭 이대택 박사의 인간과학 2
이대택 지음 / 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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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체중에 대해 일련의 사회적 전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체중이 많이 나가면 건강에 좋지 않고, 체중감소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덜 먹고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며, 체중을 줄이고 음식을 조절해서 먹으면 건강상에 이득이 온다는 전제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전제가 뒤틀려있다고 지적합니다. 우리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체중은 과연 건강을 위한 것인지, 체중감소를 위해 덜 먹는것은 필수적인지, 그러한 행동은 건강과 직결되는지에 대해 질문을 펼치고 있습니다.

처음 체중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만든 것은 생명보험회사였습니다. 미국의 한 생명보험회사는 통계학자들을 고용하여 보험 가입자들의 신체적 정보와 사망 정보를 이용해 생명과 사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신장체중표입니다. 1943년 개정판 즈음부터 생명보험회사들은 공동으로 참여해 이 표를 개정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교육 및 홍보 자료로도 활용했습니다. 그 결과 마른 사람이 오래 산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천천히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 표는 과학적으로 타당성이 결여되었다는 이유로 현재는 그 자리를 신체질량지수가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표의 영향력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미치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체중과 건강과의 관계성을 지목하며 과체중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병리학 연구들은 많이 나오게 되는데, 저자는 이러한 병리학 연구들이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목합니다. 가장 많이 인용하는 논문들이 해석이 인위적이며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조앤 맨슨이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연구대상의 사망률이 4.5퍼센트밖에 되지 않아 병력학적 중요성을 차지하기 힘들며, 흡연 등과 같은 변수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연구에서 가장 낮은 사망률을 보인 것은 상위 73~84퍼센트 정도의 체중을 지닌, 상당히 높은 체중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한 데이비드 앨리슨의 연구는 미국에서 죽어가는 78퍼센트의 사람들은 체중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결론을 도출해 비만퇴치용 연구로 애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중에 가장 대규모로 진행된 병력학 연구는 1980년 중반 노르웨이에서 이뤄진 연구로, 10년간 1800만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가장 긴 기대수명은 신체질량지수 26~28㎏/㎡에서 나타났다. 미국기준에 의하면 과체중에 속하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가장 길었던 것이다. 반면 가장 낮은 기대수명은 신체질량지수 18㎏/㎡미만에서 나타났다. 미국 기준에 의하면 정상 이하의 저체중에서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추가되는 놀라운 결과는 공중보건 권위자들이 주장하는 적정한 체중 범위인 신체질량지수 18~20㎏/㎡에서는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오히려 과도한 비만으로 분류되는 34~36㎏/㎡에 비해서도 낮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신체질량지수 34~36㎏/㎡라면 정상체중에서 30킬로그램 이상은 더 나가는 과체중이며, 이들은 언제 건강상의 위험에 빠질지 모르는 심각한 수준의 비만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 p.57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신체질량지수 25㎏/㎡를 기준으로 비만인구를 정하는데, 이것도 잘못된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인 77만명을 대상으로 8~10년 동안 추적 조사한 연구결과 질환들이 발생할 위험, 비만과 연관된 사망률 또한 서양인에 비해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고, 이것은 한국인에게 적용되는 비만의 기준이 결코 낮게 설정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만약 서양인과 같이 비만의 기준을 신체질량지수 30㎏/㎡로 설정한다면 우리나라의 비만인구는 2005년 OECD 통계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인구의 3.5퍼센트에 달하는데, 이는 OECD 최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체적으로 비만이라는 기준을 엄격하게 잡아, 불필요하게도 비만인구를 늘린다는 것입니다. 또한 정상적인 체지방량과 평균적인 체지방량에 대한 구분을 분명히 해야 하는데, 우리가 정상이라고 정하고 있는 체지방률은 사실 평균체지방률이라고 해야 정확합니다. 정상은 그래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지만 평균은 그 자체의 분포가 어떻게 되어있는가를 의미할 뿐입니다.

상관관계방식은 인과관계 가설을 제시하는 데 아주 유용하지만 과학적 증명방식은 아니다. 상관관계만으로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 에드윈 로크 

현대에 이르러서는 체중보다 체지방량이 더 많이 기준으로 쓰이곤 하는데, 이런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람의 체지방량의 근거는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에 기초한다는 것에서 그 문제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축구선수, 육상선수, 조정선수의 체지방량은 약 10~15퍼센트 수준에 불과한데, 건강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수준의 체구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인에게도 팽배해 있습니다. 그래서 운동선수도 아니면서 운동선수 수준의 체구성을 유지하고픈 욕망을 갖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체지방량이 곧 운동선수와 같은 체격, 신체능력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미국의학협회지에서 1300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를 보면 과체중으로 분류한 사람들이지만 신체적으로 체력이 우수한 사람들이 이상적인 체중을 가진 사람에 비해 더 낮은 사망률을 나타냈다고 나왔습니다. 이러한 결론은 건강의 지표는 체중이 아닌 체력이 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체력을 기르다보면 체중도 줄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규칙적으로 운동에 참여하거나 활동적인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체중에 미치는 영향은 약2~5킬로그램 범위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많은 연구에서 활동적으로 변하면 체중은 변하지 않음에도 체력 요인은 향상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의 지표는 체력에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체중을 줄이는 것이 건강의 목표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체중과 체중감소로 잘못 선도되고 있다. 초점이 모두 잘못되었다.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 블레어  

이러한 조언들은 체중의 가치를 사회나 미디어에서 요구하는 미의 기준, 마치 바비인형과 같은 몸매 혹은 초콜릿복근과 같은 형태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건강이라는 가치는 사람에 따라선 다른 가치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1995년 각 분야에서 최고에 속하는 운동선수 1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5년동안 매 경기 이길수만 있다면 5년이 지난 후 부작용 때문에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약물을 복용하겠다고 응답한 것처럼 현대사회에서는 건강보다는 다른것을 건강 그 이상의 가치로 인정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체중을 조절한다고 말한다면 이러한 조언은 들어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부와 의료계, 보건계가 지향하고 있는 건강의 목표와 지표가 체중과 체중감소에 맞춰져서는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건강의 목표로 설정되어야 할 것은 건강한 식습관과 육체적으로 활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과정 속에서 데이터적인 체중에 맞추지 말고 자기에게 맞는 체중, 자연적인 체중을 찾으라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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