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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의 교수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켄 베인 지음, 안진환.허형은 옮김 / 뜨인돌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누군가를 가르치게 되면서, 가르친다는 것이 평생 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을 뼈져리게 체험하면서,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 이전에 어떤한 식으로건 가졌던 나의 환상이 혹은 기대가 피시식 안녕을 고하고 있음을 느낀다. 아마도 그럼에도 가르치는 것을 계속 하게 될 것만 같다는 이 두려운 예견.
관성의 법칙은 무섭다. 그것을 깨려면 엄청난 의식적 노력이 따른다. 관성의 법칙. 그것은 일종의 버릇이다. 일정하게 무언가를 하다보면, 혹은 어떤 길을 가다보면, 특별한 의식적 노력이 없이도 그냥 가게 된다. 그것이 힘이 들건 안들건, 재미가 있건 없건 간에 말이다. 그냥 가던 대로 가면 그냥 거기로, 예상되는 어딘가로 가게 되어있는 것이다. 그 길에서 벗어나려면 힘이 든다. 하던 짓을 그만 둘 결단이 필요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해야하고, 실패의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내가 그렇게 용기있는 인간인가. ...
무엇인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최고의 교수라는 말을 듣는 선생님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하는 것을 이 책이 분석하고 있는데, 원제가 what the best college teachers do 이다. 그 위에 크게 적혀있는 한국 제목은 <미국 최고의 교수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이다. 그렇다. 미국은 정말 빨간색이다. 그래야 더 잘 팔리나 보다. 뭐 거짓말은 아니다. 이 책이 정말 미국의 교수님들에 대한 분석이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이 최고의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가르칠 때 그 전공과목의 지식전달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인성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가르침을 펼친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전공과목을 보다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 학생들의 전반적 지적 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을 하고 그것이 바로 학생의 전인적인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그 최고의 선생님들의 수업을 듣고는 자신의 인생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선생님들은 끊임없이 지치지도 않고 학생들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기를 바랬고 그러리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그 선생님들은 그 결과에서 보람을 얻었고 기쁨을 얻었나보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하고 싶은 열정을 공급받았나보다.
나의 경우는 일천한 가르침의 경험을 통해 볼 때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자기중심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타인의 성장을 보면서 마냥 행복해지는 그런 성격을 갖지 않은 것 같다. 나는 보다 나의 성장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가르치는 기술을 계속 성장시켜 보자 라고 마음먹을 수도 있겠으나 별로 그러고 싶지가 않은 것 같다. 어쨌거나 지금은 그렇다. 또 변할 지도 모르지만.
이런 성향이 꼭 그냥 이기적이라거나 성격이 나쁘다거나 하는 문제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다른 것이지. 성격이, 적성이 다른 것이지.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서 가슴이 기쁨에 터질 것같이 즐겁게 그렇게 일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정말 기도해본다. 아직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