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가이드북 - 한 권으로 살펴보는 미스터리 장르의 모든 것
윤영천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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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가이드북』은 국내 최고의 추리 사이트 '하우미스터리' 운영자이자 출판사 기획, 편집자를 역임하며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엘러리 퀸 컬렉션 등 유명 작품들을 작업한 윤영천 작가(닉네임 데카 decca)가 업계 및 미스터리 애호가로서의 전문가적 식견과 경험을 살려 미스터리 전반을 종합적으로 안내하는 지침서이다.

미스터리라는 용어의 본질적인 정의와 개념을 시작으로 역사적 흐름에 따라 파생되는 다양한 서브 장르들 (추리, 스릴러, 스파이물, 하드보일드, 코지물, 경찰 소설 등), 서양 미스터리와 일본 추리소설과의 연계성, 유명한 추리소설과 탐정들 그리고 관련 상들, 미스터리에 쓰이는 다양한 기법들과 창작에 관련한 핵심 요소 등 그야말로 미스터리 전반을 포괄적으로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일단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인 서양 고전 추리소설이나 일본 본격, 신본격, 사회파 추리물에 대한 설명을 읽으니 너무나 친숙해서 반갑다. 거기에 동반되는 기본적인 기법 (밀실, 트릭, 암호, 클로즈드 서클 등)도 흥미진진하고... 반면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해 생소한 하드보일드, 스파이 소설, 코지 및 역사 미스터리와 신경향의 라이트 문예 등의 설명을 읽으니 나 자신의 독서 스펙트럼의 폭이 조금은 넓어지는 느낌이다.

미스터리라는 큰 물줄기로부터 역사적 흐름과 분기를 통해 자연스레 파생되어 외연 확장하는 다양한 서브 장르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 제일 만족스러웠고, 미스터리 기본 구조의 이해, 후더닛/하우더닛에서 와이더닛으로의 변화, 추리와 스릴러의 차이, 도메스틱 스릴러로 대변되는 현대 미스터리 출판 시장의 경향 등 유익한 정보와 읽을거리가 많다. 아울러 미스디렉션으로 알고 있던 '레드 헤링'이라는 용어, 유리열쇠상, 일본 랭킹 매거진, 서점 대상 등 해외 유수 상들의 정의와 배경 같은 디테일한 면을 들여다보며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국 추리소설의 어제와 오늘'을 설명하는 한이 한국추리작가협회장님의 글을 읽어보면, 김내성, 김성종 두 슈퍼스타 이후로 고만고만한 작가분들이 악전고투하는 느낌. 한국 미스터리는 수준이 떨어진다는 편견과 1차로 검증된 수많은 번역서와의 경쟁 등 이중고에 시달리지만 이 역시 한국 추리 문학이 감내하고 극복해 가야 하는 과제임이 분명하다.

마지막에 역사적 흐름에 따른 작가의 '추천 미스터리 100선'이 나오는데 이게 어찌 보면 엑기스이다. 그야말로 시대를 대표하는 추리, 하드보일드, 스파이물, 코지물, 스릴러 등 다양한 서브 장르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나열되는데 내가 읽은 책을 세어보니 딱 절반인 오십 권이다. 이 기회에 안 읽은 책 중 관심 가는 몇 권을 읽어봐야겠다. (개인적으로는, 밀실 미스터리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세 개의 관>과 후대 작가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이 리스트에 없는게 아쉽다.)

아, 그리고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 나오는 글 마지막에 "미스터리가 왜 재미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작가의 오랜 고민 끝에 내놓은 해답이다. 제법 멋진 답변인지라 구절 한 마디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나도 어디 가서 써먹어야겠다 ^^.

이 책은 『미스터리 가이드북』이다. 한 번 완독하고 책장에 처박아둘 책이 아니다. 두고두고 생각날 때 펼쳐서 관심 분야를 한 번 더 펼쳐보고 음미하고 참고하기에 좋다. 이제 막 미스터리에 입문하려는 초심자에게는 종합 안내서 같은 책이고, 초심자를 벗어나 다양한 서브 장르의 갈림길에서 서성이는 독자에게는 훌륭한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나 같은 마니아(?)에게는 미스터리를 전문적, 체계적으로 균형감 있게 이해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참고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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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호손 박사의 두 번째 불가능 사건집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에드워드 D. 호크 지음, 김예진 옮김 / GCBooks(GC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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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서 몇 초 만에 사라진 범인, 원인 모를 화염에 휩싸여 불탄 시체, 배 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두 부부, 팔각형 밀실에서 홀연히 나타난 시체, 하늘과 조종실이라는 이중 밀실에서 발생한 살인, 아무도 없는 등대에서 칼에 찔려 추락사한 산타...

밀실 및 불가능 범죄에 도전하는 샘 호손 박사의 활약은 계속된다. 이번 두 번째 사건집에는 총 열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시기적으로 1978년 11월부터 1983년 12월 사이에 <EQMM>에 발표한 단편들로, 어느덧 샘 호손 박사가 뉴잉글랜드의 소도시 노스몬트에서 개업의 5년 차에 접어드는 1927년대가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매 단편마다 불가능(해 보이는) 범죄가 발생하고 샘 호손 박사가 뛰어난 추리로 사건을 명쾌히 해결한다. 짧은 단편에 인물 배치도 적절하고 이야기도 짜임새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록된 모든 단편들이 뛰어나게 재밌는 건 아니다. 개중에는 흥미로운 사건에 비해 결말이 시시한 단편도 있고 반대로, 사건은 평범하나 오히려 해결이 탁월한 단편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건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재미있게 읽은 단편을 꼽으라면,

풍차 전시관에서 원인 모를 화염에 휩싸인 시체의 진상을 파헤치는 <청교도 풍차의 수수께끼>, 배 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두 부부의 행방을 추적하는 <생강빵 하우스보트의 수수께끼>, 고전적인 밀실 트릭의 표본을 보여주는 <팔각형 방의 수수께끼>, 아무도 없는 등대에서의 교묘한 살인 트릭과 반전이 돋보이는 <산타의 등대 수수께끼> 등이 기억에 남는다.

짧은 분량의 단편들인지라 강렬한 한 방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기묘한 사건이 발생하고 명쾌한 추리로 해결되는 과정을 음미하며 클래식 퍼즐 미스터리의 묘미를 마음껏 즐겼다. 이제는 샘 호손 박사가 개업의 5년 차로 동네 주민들과도 친하고, 사건만 발생하면 렌즈 보안관이 우선 순위로 찾을 정도로 마을의 핵인싸가 된 느낌... 금주법이 시행 중이던 1920년대 미국의 시대상과 당시 소도시 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에드워드 D. 호크 작가가 샘 호손 박사를 내세워 밀실 및 불가능 범죄에 도전하는 단편은 총 예순여덟(68) 편이다. 두 권의 책을 통해 스물일곱(27) 편의 단편이 소개되었으니 앞으로 두세 권 정도는 더 출간되지 않을까... 힘찬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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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에드워드 D. 호크 지음, 김예진 옮김 / GCBooks(GC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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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후더닛의 제왕'이라 불리는 에드워드 D. 호크가 주인공 샘 호손 박사를 내세워 불가능 범죄를 해결하는 추리 단편집이다. 수록된 열두 개의 단편은 1974년부터 순차적으로 모두 <EQMM>에 최초로 발표했으며, 모든 단편은 샘 호손 박사가 은퇴 후 회고하는 형식으로, 그가 처음 의사 생활을 시작했던 1920년대의 뉴잉글랜드 근처의 소도시 노스몬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나저나 에드워드 D. 호크라는 작가의 명성은 많이 들어보았다. <세 개의 관>이나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같은 유명한 밀실 미스터리 관련 책들의 해설을 보면 예외 없이 그가 선정한 '역대 밀실 미스터리 베스트' 목록이 등장한다. 그만큼 밀실과 불가능 범죄를 다룬 분야에서는 독보적으로 권위 있는 작가이리라.

수록된 열두 개의 단편을 읽어보면 그야말로 불가능해 보이는 기묘한 사건들이 줄을 잇는다. 다리 중간에서 사라진 마차, 밀폐된 오두막에서 살해된 마술사, 공개된 야외음악당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밀실 금고에서 사라진 보석, 허공에서 목이 졸린 스턴트맨, 잠긴 문으로 빠져 나간 강도, 기표소에서 흉기에 찔린 후보자, 타임캡슐에 들어있는 시체 등등... 작가는 과연 이러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을까.

짧은 단편 속에 탄탄한 스토리와 적절한 인물 배치,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과 명쾌한 해결이 있다. 불가사의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과연 해답이 무얼까?라는 호기심과 기대감을 안고 단편 하나하나를 음미한다. 우와! 기막힌데~ 하고 찬탄을 부를만한 단편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게 뭐야 시시한데~ 그럴만한 단편도 없다. 수록된 모든 단편들이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고른 재미와 완성도를 자랑한다. 거기에 금주법이 시행 중이었던 당시 1920년대의 미국의 시대상과 소도시 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수록된 열두 편의 단편 중에 특히 마음에 드는 단편을 꼽으라면, 다리 중간에서 사라진 마차의 행방을 추적하는 <지붕 다리의 수수께끼>, 밀폐된 오두막에서 살해된 마술사의 진상을 추적하는 <바닷가재 오두막의 수수께끼>, 교회 첨탑이라는 밀실에서 살해된 목사 사건을 파헤치는 <크리스마스의 교회 첨탑 수수께끼>, 의문의 사체가 방금 묻은 타임캡슐에서 발견되는 <지역 축제의 수수께끼>가 기억에 남는다. 물론 이외에도 기묘한 사건과 명쾌한 해결이 돋보이는 재미난 단편들이 많다.

진상을 알고 보면 별거 아닌 사건도 그것을 뛰어나게 연출하고 흥미롭게 포장해서 독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작가의 역량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가능 범죄라는 추리소설의 하위 장르를 재미난 단편 형식으로 전문적, 특정적으로 다룬 에드워드 D. 호크 작가는 뛰어난 추리소설 장인이자 연출가이다. 불가능 범죄에 도전하는 샘 호손 박사의 활약을 그린 2편 <샘 호손 박사의 두 번째 불가능 사건집>도 곧 출시 예정이라니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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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부패에서 구하소서
쯔진천 지음, 박소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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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 힘든 긴 밤> <무증거 범죄>로 국내 독자에게 친숙한 쯔진천 작가의 작품이다. 전작들의 무게감은 상당하다. 절대 부패 권력에 맞선 한 감찰관의 필생의 과업을 그린 <동트기 힘든 긴 밤>은 커다란 감동과 울림을 주었고, '중국판 용의자 X의 헌신'이라 불리는 <무증거 범죄>는 감추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 두 천재의 숨막히는 지략 대결이 볼만했다. 전작들이 심오한 주제에 다소 무거운 분위기였다면 이 책은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호쾌한 액션에 슬랩스틱 유머가 가미된 범죄 스릴러물이다.

장이앙은 자신의 정적 라이벌인 저우웨이둥 상무부청장과 조카인 저우룽과의 불법 유착 관계를 조사하라는 성 공안청 가오둥 부청장의 임무를 부여받고 싼장커우 공안국 행정대대 부국장으로 부임한다.

싼장커우 토박이이자 거물 기업인인 저우룽은 동부신청 최대 산업단지 개발건을 낙찰받기 위해 최고 책임자인 관리위원회 주임 팡융과 접촉하고, 문화재 수집이 취미인 팡융이 고가의 편종 세트에 관심이 있음을 알게 된다.

금은방 강도를 전전하다 돈이 안되자 싼장커우로 넘어온 2인조 강도 팡차오와 류즈는 뒤탈이 없는 부패 고위 공무원 팡융의 집에 숨어들었다가 마침 찾아온 저우룽이 집에 돈을 쌓아놓고 산다는 말에 목표물을 변경한다.

저우룽과 저우웨이둥의 불법 유착 관계를 비밀리에 조사하는 장이앙, 편종 세트로 뇌물을 먹이려는 저우룽, 그런 저우룽의 저택을 급습하는 2인조 강도단... 일단 큰 축은 이렇게 세 갈래 방향이다. 하지만 이 세 길로부터 무수한 샛길이 생겨나고, 이야기는 가지에 가지를 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루정 전 부국장의 실종 사건을 시작으로 예젠 부국장 피살사건, 우연히 검거한 일급 범죄자를 통한 은밀한 내막, 편종 세트를 거래하려는 거물 밀거래상의 등장과 2인조 강도를 뛰어넘는 새로운 얼치기 2인조 사기단 등...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등장하고 나쁜 놈 위에 더 나쁜 놈이 설쳐댄다.

책 초반부는 수많은 등장인물과 익숙지 않은 중국 경찰 조직 체계와 그들 간의 파벌, 정치적 역학 관계가 조금은 혼란스럽게 다가오지만 주요 인물의 캐릭터와 역할, 이야기의 방향성이 잡히고서부터는 서서히 속도감이 붙는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수많은 사건 사고와 다채로운 이야기들. 특히 저우룽 집단과 밀거래상 조직의 한 판 승부, 2인조 강도단과 얼치기 사기단의 물고 물리고 쫓고 쫓기는 일련의 에피소드가 실소를 자아내며 재미를 배가시킨다.

의욕만 앞서고 머리가 안 따라주는 부하 직원과 현장을 고집하는 열혈 여형사를 달래가며 과연 장이앙은 루정 실종사건과 예젠 피살사건의 해결 그리고 궁극적으로 저우룽의 비리를 파헤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그나저나 수사 중에 우연히 두 건의 일급 범죄자를 검거한 쾌거는 오롯이 실력인가, 아니면 완전히 운빨인가?

539쪽의 두툼한 책이 휙휙 넘어간다. 엎치락뒤치락하는 흥미로운 스토리에 때론 긴장감을 느끼다가도 때론 피식 실소하며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다. 그만큼 재미와 오락성 그리고 속도감이 뛰어나다. 화면이 순간순간 바뀌며 빠른 스피드로 전개되는 웰메이드 범죄 오락 영화 한 편을 감상한 기분이다. 전작들을 통해 심오한 주제와 무거운 분위기의 책만 쓰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니 작가의 또 다른 면이 보인다. 그만큼 재미나게 잘 쓴 범죄 액션 스릴러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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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매탐정 조즈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5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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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내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미소녀 영매(medium) 조즈카와 중견 추리작가 고게쓰가 콤비를 이루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네 편의 연작 단편이 실려있다. 사건 현장에서 조즈카는 피살자로부터 강한 영감을 받아 범인을 특정하고, 고게쓰는 그 정보로부터 현실적인 증거와 추리로 범인 체포에 일조한다. 그 과정에서 조즈카는 영매로서 마주할 비극적인 운명을 불안해하고, 고게쓰는 그런 조즈카에게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한편, 꼬리가 잡히지 않는 연쇄살인마 쓰루오카는 다음 타깃으로 영매 조즈카를 노린다.

처음 세 개의 단편을 읽으면 밋밋해서 실망 그 자체이다. 사건은 지극히 평범하고, 초반부에 조즈카가 친절하게 범인을 알려줘 독자가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도 앗아간다. 단지 고게쓰가 현실적인 증거 수집과 추리로 범인을 지목하는 과정을 담담히 즐길 뿐...연쇄 사체 유기 살인마가 등장하고 살인사건을 다루는데 분위기는 한껏 가볍고 달달하다. 주로 청춘물과 일상 미스터리를 써온 작가라서 그럴까. 일상 미스터리에 본격을 입힌 느낌 또는 본격을 일상 미스터리로 풀어 쓴, 소녀 취향의 라노벨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게 과연 미스터리 5관왕에 빛나는 영예로운 수상작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 때 마지막 네 번째 단편에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지금까지의 판세를 모두 뒤엎는, 국면이 완전히 전환되는 엄청난 반전이다. 정말 깜짝 놀랐다. 미스터리 5관왕을 수상한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결국 앞의 세 개의 단편은 마지막 대단원을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그러면서 이와 비슷한 유형의, 소녀가 탐정이었던 모 소설이 떠오른다. 논리와 페어 정신은 그다음 문제이다.

이 책의 장점은 당연히 "모든 것이 복선이다."라는 선전 문구처럼 책 전체 이야기를 송두리째 뒤집어놓는 놀라운 반전에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반전을 위해서 라노벨스러운 분위기로 전개되는 앞의 세 단편의 평이함을 감수해야 한다. 공정의 이유와 논리의 합당성은 둘째 치고 오랜만에 반전이 인상적인 강렬한 작품을 만났다. 수상에는 다 이유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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