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 2021년 한국 추리 문학상 대상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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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로서 교통사고 소재는 국내 최초 아닌가요? 어떻게 풀어내는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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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07~2020 특별판 나비클럽 소설선
황세연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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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계간 미스터리', '미스테리아'등을 통해 송시우 작가의 <아이의 뼈>와 공민철 작가의 <유일한 범인>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아서 '역시 황금펜 수상작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 '수상작들만 따로 모아서 나오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특별판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더없이 반갑다.

황금펜상은 매년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한국추리문학상 최우수 단편 부문에 시상하는 상으로, 이 특별판에는 수상작이 없었던 2,3회를 제외하고, 상이 제정된 2007년부터 2020년까지 수상한 열두 편의 수상작이 수록되어 있다.

가장 최근 수상작(2020년)인 황세연 작가의 <흉가>는 이사한 폐가같이 낡은 집에서의 의도치 않는 살인을 통해 드러나는 어두운 과거와 숨겨진 비밀을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 형식으로 재미나게 그려낸다.

제1회 황금펜상 수상작(2007년)인 김유철 작가의 <국선 변호사 - 그해 여름>은 모텔 살인사건의 진범을 추적하는 인간미 넘치는 국선 변호사의 활약상을 그린 단편이다. 몰카, 불법 동영상 등 지금 시점으로 다소 고루한 점은 있으나 수사 과정은 제법 짜임새가 있다. 근데, 범행 현장인 모텔 3011호와 현장 수사하는 407호(4007호가 아니고?)의 연관성을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모르겠다.

박하익 작가의 <무는 남자>는 여고생의 가냘픈 팔뚝을 노리는, 마치 바바리맨 같은 '무는 남자'라는 변태남을 추적하는 선암여고 여학생 5인방의 활약상을 그린 학원 미스터리물이다...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학 비리라는 더 큰 그림이 뒷배경에 숨어 있다. 작가를 다시 보게 되는 작품이다.

황세연 작가의 <스탠리 밀그램의 법칙>은 '인류는 하나로 긴밀이 연결된다'라는 저명한 사회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6단계 분리 법칙'을 재치있는 구성과 흥미로운 전개로 풀어낸다. 그 재미난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대충 결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송시우 작가의 <아이의 뼈>는 흉악범에게 사랑하는 어린 딸을 잃은 엄마의 애달픈 사연이 펼쳐진다. 체념과 상실 그리고 복수. 이번이 세 번째 읽는 것인데 몰입감 하나만은 정말 최고다.

조동신 작가의 <보화도>는 임진왜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본격 추리물이다. 왜군의 해양 진출을 감시하기 위해 보화도에 진을 친 수군통제사 이순신은 벗집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장만호 군관에게 범인 색출을 명한다. 탄탄한 배경지식에 사건을 해결해가는 본격 추리물로서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홍성호 작가의 <각인>은 한 소녀의 유괴 사건을 통해 각인된 과거의 악연이 쉽사리 끊어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경찰 소설이자 사회파 추리물이다. 절제된 문장 속에 아름다운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공민철 작가의 <낯선 아들>은 오늘날 사회적 문제가 되는 독거노인의 세태를 범죄 문학으로 날카롭게 풀어낸 단편이다. 혼자 외롭게 사는 치매 걸린 노인의 돈을 노리고 접근해 아들 행세를 하는 남성은 낯선 침입자인가 반가운 손님인가.

마찬가지로 공민철 작가의 <유일한 범인>은 독거노인의 의문의 고독사를 본격 추리 기법으로 승화시켜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수작이다. 이번이 삼독(三讀)인데도 그 재미와 울림은 여전하다.

한이 작가의 <귀양다리>는 유배객 살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제주목사의 활약상을 그린 본격 추리물이다. 추리하는 재미도 괜찮고, 아전과의 캐미를 통한 해학적인 요소나 개그적인 감각이 진중한 분위기에 감초 역할을 하는 등 능수능란한 작가의 원숙한 테크닉이 돋보이는 단편이다.

정가일 작가의 <소나기>는 한 권세가가 몰락하는 과정을 소녀와의 아련한 키스의 추억으로 담백하게 그려낸다. 마지막에 반전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미스터리 색채가 약하다.

조동신 작가의 <일각수의 뿔>은 한 기업가의 독살 사건을 추적하는 소년 탐정의 활약상을 그린 본격 추리소설이다. 머더 구스 노래를 시작으로 케이크를 이용한 독살 트릭 등 재미난 본격 추리 요소가 많다. 다양한 이야깃거리에 배경지식도 풍부하고 추리적 완성도도 뛰어나서 아주 재밌게 읽었다.

정말 수상작이란 타이틀 때문인지 단편 하나하나 부푼 기대감을 갖고 초집중해서 읽었다. 본격 추리, 사회파 추리, 심리 스릴러, 서스펜스, 학원 미스터리, 역사 미스터리 등 분포도 다양한데, 역시 황금펜상 수상작들답게 유려한 문체와 깊이 있는 스토리, 탄탄한 재미와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수작들이 많다. 그래서 대단히 만족하며 덕분에 책을 읽는 요 며칠간이 무척이나 행복했다.

내가 선호하는 본격 추리물도 몇 작품 보이는데 비현실적 배경에 단순히 트릭과 반전으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캐릭터와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시대상, 사회성을 반영하는 사회파 추리를 적절히 접목시키는 느낌이다. 이번 특별판을 읽어보니 이제는 한국 추리문학의 수준이 서양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진일보해서 뿌듯하다. 솔직히, 그저 그런 서양 미스터리 열 권 읽는 것보다 이 책 한 권 읽는 게 낫다. 그만큼 이 특별판의 가치는 특출나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 속에 시작부터 결말까지 단시간에 독서를 즐기기에 단편만큼 좋은 게 없다. 그런 의미에서 최우수 단편 부문에 시상하는 황금펜상이 꾸준히 지속돼서 추리적 재미와 소설적 완성도를 모두 잡는 우수한 단편이 꾸준히 나오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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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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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없는 살인의 밤>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1985년부터 1988년까지 3년간, 문예지에 발표한 미스터리 단편들을 모아서 펴낸 초기 소설집이다. 2009년에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고, 2017년에 개정판이 나왔으니 이번이 세 번째로, 재개정판인 셈이다. 이 책에는 표제작인 <범인 없는 살인의 밤> 포함, 짧지만 강렬한 일곱 개의 미스터리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간단히 살펴보면...

한 고등학생의 석연치 않은 옥상 추락사의 이면에 감춰진 은밀한 악의를 파헤치는 <작은 고의>

생후 3개월 된 영아 살해 사건의 충격적인 배경과 비밀을 막장 드라마 형식으로 그려낸 <어둠 속의 두 사람>

중학생 남자아이의 선의의 행동이 엉뚱한 연쇄 작용을 일으켜 리듬 체조를 사랑한 소녀에게 비극을 초래하는 <춤추는 아이>

한 도시를 마주하는 시각차가 극명히 엇갈린 부부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끝없는 밤>

흡연의 폐해를 한 사이코패스의 광기 어린 연쇄살인으로 섬뜩하게 그려낸 <하얀 흉기>

여자 양궁 선수의 자살 미스터리와 거듭되는 반전이 인상적인 <굿바이, 코치>

살인 사건을 은폐하려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충격적인 반전 드라마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짧지만 강렬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수록된 모든 단편들이 처지는 작품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고른 재미와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기발한 트릭에 반전을 거듭하는 <굿바이, 코치>와 다시 한번 읽을 수밖에 없는, 휘몰아치는 반전에 정신이 얼얼한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이 이 단편집의 백미이다. 30년도 넘게 쓰인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낡은 느낌이 없다. 인간의 뒤틀린 욕망이나 숨겨진 악의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살인을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속도감 있는 전개, 그리고 허를 찌르는 결말로 실감 나게 그려냈다.

책을 펼치자마자 단숨에 다 읽었다. 그만큼 몰입감, 가독성이 뛰어나다. 오늘날같이 바쁜 현대인들에게 이렇게 읽기 쉽고 분량도 단편이라 짧아서 이야기에 쉽게 빠져드는, 그러면서 강렬한 여운과 확실한 재미를 보장해 주는 작품이 어디 있을까.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깔끔, 담백한 수작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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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1.봄호 - 69호
계간 미스터리 편집부 지음 / 나비클럽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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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접하는 <계간 미스터리> 그것도 따끈따끈한 <2021 봄호>이다. 그래서인지 출판사도 바뀌고, 표지 디자인도 확 달라졌다. 속을 들여다보니 레이아웃도 정갈하니 깔끔하고 글자도 시원시원하다.

<추리소설가 20인에게 듣는다>는 기획도 참신하고 내용도 흥미진진했다. 덕분에 추리소설가의 세계를 단편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법원 양형조사관으로 재직하는 홍성호 작가가 "자신의 직업이 글 소재에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말이 다소 의외였고, 홍선주 작가의 "독자가 작의를 다르게 이해할 때 씁쓸하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한국 추리소설이 외국 추리소설보다 못하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독자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달라."라는 주문에는 다소간의 반론을 제시한다. 왜냐하면 동일선상에서의 비교는 힘들기 때문이다. 아주 예전에 "왜 방화는 외화보다 재미가 없을까요?"라고 리포터가 물으니, 유명 촬영감독이 "외화는 해외에서 흥행이 검증된 작품을 선별해 수입하는 것이고, 방화는 흥행 여부에 관계없이 극장에 걸리는 것이고...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라고 답했다, 지극히 옳은 논리이고 정확한 지적이다.

우리는 일본과 서양 미스터리를 작가의 인지도 및 흥행 성공과 권위있는 상 수상 여부 등 재미와 완성도에서 검증된 작품을 선별해서 국내에 들여온다. 반면, 한국 미스터리 책은 그런 과정 없이 일단 출간한다. 흥행 여부는 차후의 문제이다. 선별된 외국 작품과 국내 소설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다.

류삼 작가의 <추리소설가의 하루>는 특별한 내용도 없는데 은근히 빨려 들어간다. 일상 에세이의 담백한 위력인가. 그러면서 마지막에 혹시나 반전을 기대하는 요상한 심리... 누가 미스터리 팬이 아니랄까봐...ㅎㅎ 비슷한 느낌의 에세이 <작가의 방>도 흥미롭게 읽었다. 예술가, 작가, 창업자의 용도로 쓰이는 세 개의 책상들... 나 같으면 두 개는 처분, 하나로 통일하고 남는 공간을 활용하지 않을까 싶다.

마라톤이 올림픽의 꽃이라면, 수록된 단편 소설들은 미스터리 잡지의 꽃이다. 다른 기획 기사들보다 소설이 재밌어야 한다. 읽어보니, 앞의 네 편은 보통, 뒤의 두 편은 괜찮았다. 대부분 작품들이 꼼꼼한 자료 조사나 전문적 지식 없이 머릿속 구상만으로 가볍게 쓸 수 있는, 소설로서의 깊이가 부족한 느낌이다.

연쇄살묘범을 추적하는 소년탐정단의 활약을 그린 <코난을 찾아라>는 경쾌하게 흘러가다 뜬금없는 반전으로 마무리되고, 제법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푸른 수염의 방>은 결말을 위해서는 중간에 복선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소녀의 진상을 추적하는 <엄마와 딸>은 본격과 사회파 이도 저도 아닌 진부한 느낌이고, 치매 걸린 노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그린 <긴 하루>는 미스터리물로서의 작가의 정확한 의도를 읽지 못하겠다.

역사 추리물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의문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목마장 주인 김만일의 기지와 추리가 빛나는 <목호 마조단>은 재미와 짜임새가 좋다. 특별초청작인 서미애 작가의 <숟가락 두 개>는 살인사건의 진위를 놓고 벌이는 딸과 수양아버지의 공방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잔잔한 여운의 사회파 추리물이다.

여담으로, 앞의 20인 인터뷰를 보니 추리 작가분들이 리뷰에 민감하고 나쁜 평가에 씁쓸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는데 독자도 마찬가지이다. 돈과 시간, 정성을 들여 소설을 읽었는데 건진(=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다면 그 허탈감과 실망감은 어디서 보상받을 것인가. 생산자(작가)는 좋은 상품(소설)을 시장에 내놓을 의무가 있고, 소비자(독자)는 그중에서 맘에 드는 상품(소설)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한새마님이 소개한 <고바야시 월드로의 초대장>를 보니 꽤나 많은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그만큼 국내 독자에게 인기가 있다는 증거. 하지만 나에게는 호불호가 존재하는 작가이다. 본격물인 <밀실, 살인>과 단편집 <커다란 숲의~> 그리고 SF 스릴러 <인외 서커스>는 합격점인 반면, 죽이기 시리즈와 <기억 파단자>는 한마디로... 유치했다. 특히 죽이기 시리즈는 고전 동화를 차용한 유아틱한 전개가 내 취향과 체질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본격물 <밀실,살인>을 정말 문제작이다. 당시에 리뷰들을 찾아보니 많은 이들이 작가의 회심의 트릭을 눈치 못 챈 듯... 이 자리를 빌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디저트 격인 황세연 작가의 <예지몽 살인>은 재밌다. 그런 생각지도 못한 정답이 숨어있다니... 역시 추리작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짧은 단편이라도 어디에 어떤 트릭이 숨어있는지 모르니 문장 하나하나 초집중해서 읽게 된다. 그게 본격 추리물만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이 외에, 대한민국 제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박사님과의 인터뷰, 작법의 기초이자 뼈대가 되는 플롯의 구성 방식과 패턴 등을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하는 기사도 유익하게 읽었다. 보통 미스터리 커뮤니티가 작가는 작가대로, 독자는 독자대로 따로 노는 경향이 있는데 네이버 밴드 '추사사'를 보니 작가와 독자 간의 양방향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모임이라 보기 좋았다.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와 존 르 카레 관련 기사는 시간 날 때 천천히 읽어볼 예정이다.

오랜만에 접하는 계간 미스터리... 최근 몇 년 새에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하는 신인 작가분이 많이 보여 반갑다. 늦었지만 축하드리고 부디 정진하셔서 재미난 추리소설을 많이 발표하셨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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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 탐정 아이제아 퀸타베의 사건노트
조 이데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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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25세의 흑인 청년이 있다. 180이 조금 넘는 훤칠한 키에 마른 체형, 비상한 두뇌에 번뜩이는 추리... 각종 공구를 다루고, 차를 분해하는 등 다양한 손재주를 가진... 그가 바로 LA 뒷골목 소시민의 각종 사건을 저렴히 해결해 주는 '무허가 비밀 해결사 탐정' 아이제아 퀸타베이다. 책 제목 <IQ>는 주인공 이름의 약자이다.

책은 아이제아가 방황하는 10대 청소년 시절과 탐정 일에 매진하는 20대 청년 시절로 교차 서술된다. 각종 경시대회의 상을 휩쓸며 명문 대학 진학을 앞둔 17세의 총명한 고등학생 아이제아는 유일한 보호자인 친형의 죽음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의지할 곳이 없어진 아이제아는 공황 상태에 빠지고... 설상가상으로 보금자리인 형의 아파트를 유지해야 하는 금전적 압박에 시달린다. 결국 불량 동급생 도슨에게 방을 내어주고... 그와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알바의 푼돈을 넘어 범죄를 부추기는 도슨의 꾐에 넘어간 아이제아는 조그만 상점을 털어 그 장물을 이베이를 통해 되팔아 이익을 챙기는 도둑으로 변신한다. 착실한(?) 아이제아에 비해 씀씀이가 헤픈 도슨은 사사건건 의견 충돌이 심해지고... 생활비가 떨어진 도슨은 결국 마약 거래상을 습격하고, 이것이 지역 갱단 간의 전쟁으로 번져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여기서 아이제아는 자신의 삶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정의의 길로 들어설 것을 맹세한다.

뒷골목 소시민의 사소한 사건을 해결해 주고 푼돈을 챙기는 25세 청년 아이제아에게 후원하는 아이에 대한 큰돈이 필요할 때 마침 악연의 도슨에게 연락이 오고... 결국 거액의 수임료를 보장받고 유명 래퍼 살인 미수 사건에 뛰어든다. 누군가 60킬로그램대의 무시무시한 맹견 핏불로 래퍼를 습격한 것. 아이제아는 세밀한 현장 분석과 날카로운 추리로 개의 주인,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그것을 사주한 배후의 인물을 추적한다.

출판사가 '21세기형 셜록 홈즈의 재림'이라고 소개하는데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추리 요소가 적절히 가미된 범죄 액션 스릴러에 가깝다. 유일한 보호자인 형을 잃은 슬픔으로 한때 못된 친구의 꼬임에 빠져 범죄자의 길에 들어섰지만 자신으로 인해 평생 불구가 된 한 아이를 보고 대오 각성, 자신의 출중한 능력을 LA 뒷골목 소시민 약자에게 쓰기로 한 현대판 슈퍼히어로.

이 책의 재미를 탄탄히 받히는 것은 탐정 아이제아와 조수역 도슨의 불편한 듯 합심하는 달짝지근한 캐미이다.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종자가 완전히 다른 두 동급생이 룸메이트란 운명하에 한배를 탄다. 또 하나는 바로 리얼리티, 살아있는 생생한 현장감이다. LA에 거주하며 흑인 문화를 두루 접한 작가가 뒷골목에서 통용되는 그들만의 저속한 언어나 표현을 통해 갱단의 습성과 행동 방식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마치 내가 현장에 있는 듯 착각할 정도로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책을 다 읽으니 번뜩이는 추리와 호쾌한 액션이 어우러진 갱스터 영화 한 편을 감상한 느낌이다. 가진 것 별로 없이 오로지 정의감 하나만 가지고 영민한 두뇌와 싱싱한 몸으로 때우는 20대 흑인 청년이라는 탐정 캐릭터가 무척이나 신선하다. 특히, 보호의 책임이 있는 아이 앞에서, 그리고 멀리 하늘나라로 간 친형의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며 주인공이 자신의 삶의 목표와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무법과 무질서, 갖은 음해와 폭력이 난무하는 대도시의 뒷골목 세계를 무대로 선한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돕는 주인공의 활약은 오늘도 계속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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