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아이
시게마쓰 기요시 지음, 권일영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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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참으로 독특한, 독창적이고 이색적인 소설이다. 내가 이 책을 집어 든 이유가 <목요일의 아이>라는 심상치 않는 제목과 표지, 그리고 나오키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라는 화려한 이력 때문이데... 읽어보니... 그래서일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자극적인 스토리에 세상과 세계를 고찰하는 작가만의 심오한 철학과 사상이 수반되어 있다.

도대체 세상의 끝은 무얼까, 왜 세상의 끝을 보고 싶을까, 그 너머에 무엇이 있길래... 세상의 끝을 보기 위해서 살인이나 자살같이 자신 또는 타인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것인가. 이 책에서 수도 없이 언급되는 세상의 끝에 대해 작가는 심오하고 철학적인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그것이 일면 공감을 얻을 수도 있고 아니면, 한낱 공허한 궤변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그리고 그 바탕에는 집단 괴롭힘이나 따돌림 같은 학내 문제나 부모와 자식 간의 불평등한 관계 등의 가정 문제가 깔려있다.

세상의 끝을 보기 위해, 그래서 스스로 신이 되기 위해 같은 반 급우들을 발키리라는 독극물로 집단 살해한 주범 우에다, 그의 절친이자 행동파 동지인 다카기, 그런 그들에게 정신적으로 포섭되어 방황하는 하루히코, 그런 하루히코를 구해내기 위해 필사의 모험을 하는 주인공 시미즈...

책의 전반부가 7년 전 전대미문의 집단 독극물 살인사건의 소개를 시작으로 결혼으로 인해 그 지역으로 이사 온 시미즈 가족 그리고 시미즈와 의붓아들 하루히코의 서먹한 관계, 우에다의 출소를 기점으로 들려오는 흉흉한 소식들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책의 후반부는 우에다 님으로 신격화된 추종자들로 인해 벌어지는 연속된 살인을 시작으로, 두 핵심 인물인 우에다와 다카기가 전면에 등장해서 그들에게 포섭되어 선택을 강요받는 위기의 하루히코를 구하기 위한 시미즈와의 정면 대결이 펄쳐진다. 전반부가 각종 미심쩍은 사건들을 미스터리 기법으로 풀어간다면, 후반부는 그야말로 두 명의 나쁜 놈과 주인공의 물러설 수 없는 사투를 그린 사이코 액션 스릴러이다.

책을 덮으니 오묘한 기분이 몰려온다. 세상의 종말이라는 묵시록적인 메시지, 그 끝을 보려는 자, 신격화된 존재와 동조하는 세력, 그에 맞서 자식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가정을 지키려는 자... 작가가 책에서 얘기하려는 것은 궁극적으로 무엇일까...정말 오랜만에 독특한 소재의 묵직한 소설을 읽어서 잔상이 오래 남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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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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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잃은 아버지의 통렬한 복수극을 그린 학원 미스터리 <죄의 여백>의 작가 아시자와 요의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수록된 다섯 개의 단편에는 고립되고 궁지에 몰린 다섯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런 그들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어쩌다 범죄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 책은 그 과정과 결말을 미스터리 기법으로 흥미롭게 보여준다.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단편상 후보에 오른 표제작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궁지에 몰린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그런 그녀가 살인을 한다. 자신의 고달픈 운명을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일본 지방 특유의 관습을 토대로 한 결말이 애처로움을 자아낸다.

두 번째 단편 <목격자는 없었다>의 주인공은 영업사원이다. 잘못된 전표 집계로 인해 인사 고과의 불이익을 걱정한 주인공이 스스로 은폐를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꼬여만 가고... 자업자득의 결과란 이런 것일까...

<고마워, 할머니>는 아역 배우로 입문해 스타를 꿈꾸는 손녀와 그 매니저 역할을 지나치게 충실히 수행하는 할머니의 관계를 그린다. 먹는 것, 하는 것등 일일이 통제하고... 결국 빗나간 어린아이의 섬뜩한 행동이 비극을 낳는다.

경찰에 체포된 언니의 범행으로부터 자신도 <언니처럼> 되지 않을까 피해 망상에 시달려 노심초사하는 여동생이 등장한다. 교묘한 서술 트릭으로 반전을 이끌어내는 기교가 일품이다.

<그림 속의 남자>는 일본 소설 특유의 괴기스럽고 그로테스크한 일면을 추리 기법으로 보여준다. 부모와 자식까지 잃고 슬럼프에 빠진 여류 화가가 남편을 살해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섯 편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고립되고 궁지에 몰린 주인공들... 그들의 불안정한 심리와 위기를 타개해나가는 과정... 하지만 사소한 계기의 악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마침내 가공할 범죄로 이어지고... 그 이면에는 보편적인 관점을 뒤엎는 예측불허의 섬찟한 동기가 숨어있다. 작가는 암시적이고 함축적인 문체로 독자가 한 번쯤은 머리를 쓰고 생각하게끔 한다. 무척 독특하고 색다른 분위기의 소설인지라 한동안 생각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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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를 읽은 남자
윌리엄 브리튼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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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코넌 도일을 시작으로 퀸, 카, 체스터턴, 크리스티, 반 다인 등등... 서양 고전 추리소설, 일명 '클래식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에게 반갑고 재미난 책이 출간됐다. 바로 미국 고등학교 영어 교사이자 작가인 윌리엄 브리튼이 추리소설 거장과 명탐정을 모티브로 발표한 미스터리 단편집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이다. 이 책에는 작가가 1965년부터 1983년까지 <EQMM>에 발표한 시리즈 열한 편 전편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고등학교 과학 교사의 유쾌한 일상 미스터리를 다룬 '스트랭 씨 이야기'도 다섯 편 실려있다.

먼저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 열한 편을 간략히 소개하면,

'밀실의 제왕' 존 딕슨 카도 울고 갈 완벽한 밀실 살인을 계획하는 <존 딕슨 카를 읽은 남자>

사소한 단서로부터 연역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엘러리 퀸의 열혈 독자가 활약하는 <엘러리 퀸을 읽은 남자>

아내를 잃은 남자의 기막힌 복수극을 그린 <읽지 않은 남자>

네로 울프만큼 뚱뚱한 여자가 서커스단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렉스 스타우트를 읽은 여자>

에르퀼 푸와로의 상징인 팔자 콧수염을 재치있게 적용한 <애거사 크리스티를 읽은 소년>

셜록 홈스의 숨겨진 암호를 해독하는 <아서 코넌 도일을 읽은 남자>

현대판 브라운 신부의 재림을 보는 듯한 <체스터턴을 읽은 남자>

도서관의 숨겨진 희귀본을 추적하는 <대실 해밋을 읽은 남자>

매그레 경감 같은 예리한 눈썰미가 빛을 발하는 <조르주 심농을 읽은 남자>

다잉 메시지로부터 범인을 추적하는 <존 크리시를 읽은 소녀>

흑거미 클럽 후예가 금고 비밀번호를 풀어내는 <아이작 아시모프를 읽은 남자들>

거기에 과학 교사의 유쾌한 일상 미스터리를 다룬 '스트랭 씨 이야기'도 다섯 편 실려있는데 이게 또 물건이다. 단순히 가벼운 코지 미스터리 계열인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절도, 강도, 마약범 등 강력 사건이 등장하고 이야기도 제법 무게감이 있다. 스트랭 씨는 과학적 분석과 날카로운 추리로 강도 사건의 누명을 쓴 제자, 성추행범으로 몰린 동료 교사, 박물관 절도범으로 몰린 학생 등 곤경에 처한 주변인을 위기에서 구해주거나 경찰을 도와 마약범을 체포한다. 다섯 편의 스트랭 씨 이야기도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 시리즈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다.

수록된 단편 대부분이 빼어난 수작들이다. 사건은 흥미진진하고 추리는 명쾌하다. 거기에 유명 추리작가와 명탐정을 소환해서 회상하는 보너스까지...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그래서 만족감 최고이다. 아마도 올해 읽은 최고의 추리소설이 아닐까 싶다. 처음엔 시리즈를 달랑 열한 편만 집필한 작가를 원망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이 정도 완성도 높은 단편을 열한 편이나 발표한 작가의 능력이 새삼 놀랍다. 그만큼 뛰어난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는 클래식 미스터리 즉, 서양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그야말로 축복 어린 선물이다. 이 책을 통해 단편의 미학은 기본이고, 정통 추리소설에 대한 향수, 미스터리 거장과 명탐정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시대적 낭만과 해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런 걸작 추리 단편집을 만나서 너무나 기쁘고, 서양 고전 추리소설 팬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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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1.가을호 - 71호
계간 미스터리 편집부 지음 / 나비클럽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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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호 특집 기사로, 전문가 세 분이서 침체된 한국 추리 문학의 원인과 나아갈 길을 찾고자 리부트하는 마음으로 허심탄회하게 대담을 나눈다. 심도 있는 대화를 읽어보니 산적한 문제가 많은 듯하다. 추리 문학 태동기의 선구자 역할의 부재를 시작으로, 스타 작가의 부재, 앤솔로지의 병폐, 작가와 전문가의 양적 부재, 소재의 다양성 부족, 장편소설 시리즈의 부재, 거기에 추리 문학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과 엄격한 잣대, 종이책에 대한 거부감, 다양한 영상 매체의 증가 등등...1인 출판사가 홀로 고군분투하는 느낌. 한국 추리 문학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유익한 기사였다.

신인상 수상작 <꽃산담>은 제주도 곶자왈 도립공원에서 벌어진 유명 사설 트레이너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정통 추리물이다. 제주도의 특화된 영어 교육 도시를 배경으로, 피살자 주변에는 부잣집 사모님 등 사업적, 금전적으로 수많은 여성이 존재하고...작가는 그들의 추악한 이면을 끄집어내어 완성도 높은 추리소설을 선보인다. 특히, 범인이 밀실과 다름없는 살인 현장을 빠져나오는 방법이 이 단편의 묘수이다. 용의자 리스트에 여자 친구를 배제한 점, 배낭 속 물건을 ***로 옮긴 점, 목격자가 네 명인데 전화 걸러 사무실로 달려간 점등은 미세한 옥에 티이다.

또 다른 신인상 수상작인 <졸린 여자의 쇼크>는 환상 문학이다. 항상 졸리고 가수면 상태에서 환각을 보는 나, 왕따 당하고 첼로를 도둑맞은 음대 전공 알바생, 급우를 죽여 산에 파묻은 나는 현장을 다시 찾고...거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사람은? 문장은 쉬우나 이해는 어렵다. 그래서 환상 문학인가? 논리를 중시하는 정통 추리물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대척점에 있는 소설이다.

<공짜는 없다>는 죄를 짓고도 속죄하지 않고 자신의 처신과 안위만 생각한 이기적인 한 남자의 파멸 과정을 미스터리 기법으로 훌륭하게 보여준다. 문장력도 뛰어나고, 이야기도 흥미진진해서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수작이다. <버추얼 러브>는 외딴 별장에서의 비밀스러운 실험과 집단 살인을 다룬 SF 스릴러이다. 소재는 최첨단인데 전체적으로 플롯이 허술하다. <임시보호되었습니다>는 개를 소재로 한 일상 미스터리이다. 애견인이라면 공감할만한 내용이 아닐까... <무속인 살인사건>은 호러물로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더니 밀실이 수반된 본격추리물로 절묘하게 마무리한다. 제법 긴장감 넘치고 수수께끼 풀이 방식도 뛰어나 아주 재밌게 읽었다.

두세 페이지 분량의 미니 픽션이 일곱 편 들어 있는데, 이런 기획과 시도는 처음 접하는지라 무척 신기하고 참신했다. 과연 이 짧은 분량에서 미스터리 특유의 긴장감과 반전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일부 단편에서는 어설픈 상황적 논리로 인한 허술한 전개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복선 회수와 재치 있는 반전이 돋보인 <초능력이 생겼다>와 한 방향으로 우직하고 정밀하게 파고든 <고자질하는 시계>가 기억에 남는다.

영국 추리작가협회(CWA)에서 수여하는 상이 골든 대거상 하나인 줄 알았는데 이번 기회에 대거상도 열한 개 부문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그중 우리나라 여성 작가가 대거상 번역상을 동아시아 최초로 수상했다고 하니 축하할 일이다. 수상작 <밤의 여행자들>의 저자인 윤고은 작가의 인터뷰를 흥미롭게 읽었다.

한새마 작가가 작가로서의 삶과 글쓰기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한다. 그녀에게는 <세 개의 방>이 있다. 미스터리의 세계로 인도해 준 전자책, 집필하는 스마트폰 그리고 각종 정보를 담은 개인 인터넷 비밀 카페가 그것이다. 아직 장편이 없는 것은 환경적인 요인이 크지 않을까. 일부 작가는 단편에서 장편으로 넘어가면서 좌절감을 맛본다고 하는데...시대상을 반영하는 범죄 소설에 매진하는 그녀의 행보를 지켜보도록 하자.

'일본 미스터리 즐기기' 카페의 오랜 회원으로서 지면에 해당 카페가 소개돼서 너무나 반갑다. 나의 독서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래서 매일 한 번쯤은 들여다보는 애정 어린 카페이다. 요즘은 조용하지만, 한때 일본 유명 인기작들이 국내 시장을 우후죽순격으로 폭격했을 때는 카페도 시끌벅적 대단했다. 글쓴이가 <용의자 X의 헌신>을 게이고 월드의 첫 작품으로 읽는다 하니 리뷰를 기다려 보자.

1층 추리 모텔에서 숨진 남자.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황세연 작가의 트릭의 재구성 <코로나 블루 살인사건>도 재밌게 읽었다. 역시 추리소설의 꽃은 트릭이다. 작가는 이런 꾸준한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오는 걸까.

2021년 가을호를 알차게 읽었다. 특집 대담 기사도 유익했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단편 읽는 즐거움을 따라올 수 없다. 가을호에는 신인상 두 작품을 필두로 미니픽션, 트릭의 재구성 포함 총 열네 개의 단편이 들어있다. 그야말로 단편의 진수성찬이다. 정말 배불리 먹었다. 개인적으로는, 정통 형사물 <꽃산담>, 한 남자의 파멸 과정을 미스터리 기법으로 그린 <공짜는 없다>, 본격 추리물 <무속인 살인사건>이 '베스트 3'이다. 특집 대담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장편 소설 시리즈'를 꾸준히 내놓을 정도의 대형 스타 작가가 어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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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피리 - 동화 속 범죄사건 추리 파일
찬호께이 지음, 문현선 옮김 / 검은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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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의 대표주자이자 경이로운 걸작 <13.67>의 저자 찬호께이가 독자를 동화 속 추리와 모험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 책은 유럽의 유명 동화를 모티브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추리소설로 재해석한 세 편의 작품이 들어있다. 앞의 짧은 두 편은 작가의 초기작이고, 마지막 장편은 최근에 완성했다.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

영국 동화 <잭과 콩나무>를 모티브로 한 단편 추리소설이다. 영국 귀족이자 법학 박사인 호프만 박사와 조수 한스가 거인을 살해하고 재물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어린 잭의 변호를 맡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16세기 영국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 하루만에 자라는 콩줄기, 황금알을 낳는 암탉, 저절로 연주되는 하프 등 마법스럽고 신비로운 장면이 연출된다. 작가는 이러한 초현실적인 요소를 논리 가능한 추리소설로 그럴듯하게 변모시킨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범인의 정체나 동기 등 다소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도 보인다.

『푸른 수염의 밀실』

프랑스 동화 <푸른 수염>을 모티브로 한 단편 추리 소설이다. 고성의 지하 밀실에서 여성의 시체 두 구을 발견하고 남편인 남작이 자신을 살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질린 부인의 청원에 호프만 박사 일행은 고성에 들어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친다. 사라진 시체의 행방, 푸른 수염 남작의 정체 등 마치 셜록 홈즈 시리즈를 보는 듯한 모험과 추리 그리고 서스펜스가 넘쳐난다. 수록된 세 작품 중에 개인적으로 논리적 완성도가 제일 좋다.

『하멜른의 마술 피리 아동 유괴사건』

독일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한 360쪽 분량의 장편 추리소설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실제 발생한 사건이기도 하다. 쥐를 퇴치하고도 지주에게 약속된 돈을 받지 못한 쥐잡이꾼이 그 앙갚음으로 피리 소리로 마을 아이들을 유인, 유괴한다. 그리고 돈을 갚으라고 협박장을 보낸다. 이 작품은 분량 만큼이나 많은 등장인물 속에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녀가 산다는 금기의 산, 복수의 칼을 가는 쥐잡이꾼과 범죄자와의 타협을 거부하는 지주, 생사의 갈림길에서 선 아이들과 애가 타는 부모 거기에 용맹스러운 꼬마 기사단까지...이야기는 얽히고설킨 가운데 배후의 배후가 존재하고...호프만 박사는 냉철한 지혜와 날카로운 추리로 사건을 명쾌히 해결한다.

세 편의 작품을 통해 먼 옛날 중세 유럽으로 환상적인 추리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그만큼 작가는 시대적 고증에 애를 썼고, 원전 동화의 탄생 배경, 숨은 의미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재미난 추리소설로 승화시켰다. 일부 범행 과정에서 '중국인은 허풍이 심하다' 할 정도로 논리적으로 허황된 전개가 눈에 띄는데 이는 애교 수준으로 넘기고 볼 일이다. 그동안 찬호께이 작가의 작품들은 거의 다 읽었는데 동화를 베이스로 한 색다른 추리소설을 감상할 수 있어서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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