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피리 - 동화 속 범죄사건 추리 파일
찬호께이 지음, 문현선 옮김 / 검은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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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의 대표주자이자 경이로운 걸작 <13.67>의 저자 찬호께이가 독자를 동화 속 추리와 모험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 책은 유럽의 유명 동화를 모티브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추리소설로 재해석한 세 편의 작품이 들어있다. 앞의 짧은 두 편은 작가의 초기작이고, 마지막 장편은 최근에 완성했다.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

영국 동화 <잭과 콩나무>를 모티브로 한 단편 추리소설이다. 영국 귀족이자 법학 박사인 호프만 박사와 조수 한스가 거인을 살해하고 재물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어린 잭의 변호를 맡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16세기 영국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 하루만에 자라는 콩줄기, 황금알을 낳는 암탉, 저절로 연주되는 하프 등 마법스럽고 신비로운 장면이 연출된다. 작가는 이러한 초현실적인 요소를 논리 가능한 추리소설로 그럴듯하게 변모시킨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범인의 정체나 동기 등 다소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도 보인다.

『푸른 수염의 밀실』

프랑스 동화 <푸른 수염>을 모티브로 한 단편 추리 소설이다. 고성의 지하 밀실에서 여성의 시체 두 구을 발견하고 남편인 남작이 자신을 살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질린 부인의 청원에 호프만 박사 일행은 고성에 들어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친다. 사라진 시체의 행방, 푸른 수염 남작의 정체 등 마치 셜록 홈즈 시리즈를 보는 듯한 모험과 추리 그리고 서스펜스가 넘쳐난다. 수록된 세 작품 중에 개인적으로 논리적 완성도가 제일 좋다.

『하멜른의 마술 피리 아동 유괴사건』

독일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한 360쪽 분량의 장편 추리소설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실제 발생한 사건이기도 하다. 쥐를 퇴치하고도 지주에게 약속된 돈을 받지 못한 쥐잡이꾼이 그 앙갚음으로 피리 소리로 마을 아이들을 유인, 유괴한다. 그리고 돈을 갚으라고 협박장을 보낸다. 이 작품은 분량 만큼이나 많은 등장인물 속에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녀가 산다는 금기의 산, 복수의 칼을 가는 쥐잡이꾼과 범죄자와의 타협을 거부하는 지주, 생사의 갈림길에서 선 아이들과 애가 타는 부모 거기에 용맹스러운 꼬마 기사단까지...이야기는 얽히고설킨 가운데 배후의 배후가 존재하고...호프만 박사는 냉철한 지혜와 날카로운 추리로 사건을 명쾌히 해결한다.

세 편의 작품을 통해 먼 옛날 중세 유럽으로 환상적인 추리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그만큼 작가는 시대적 고증에 애를 썼고, 원전 동화의 탄생 배경, 숨은 의미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재미난 추리소설로 승화시켰다. 일부 범행 과정에서 '중국인은 허풍이 심하다' 할 정도로 논리적으로 허황된 전개가 눈에 띄는데 이는 애교 수준으로 넘기고 볼 일이다. 그동안 찬호께이 작가의 작품들은 거의 다 읽었는데 동화를 베이스로 한 색다른 추리소설을 감상할 수 있어서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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