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를 읽은 남자
윌리엄 브리튼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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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코넌 도일을 시작으로 퀸, 카, 체스터턴, 크리스티, 반 다인 등등... 서양 고전 추리소설, 일명 '클래식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에게 반갑고 재미난 책이 출간됐다. 바로 미국 고등학교 영어 교사이자 작가인 윌리엄 브리튼이 추리소설 거장과 명탐정을 모티브로 발표한 미스터리 단편집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이다. 이 책에는 작가가 1965년부터 1983년까지 <EQMM>에 발표한 시리즈 열한 편 전편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고등학교 과학 교사의 유쾌한 일상 미스터리를 다룬 '스트랭 씨 이야기'도 다섯 편 실려있다.

먼저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 열한 편을 간략히 소개하면,

'밀실의 제왕' 존 딕슨 카도 울고 갈 완벽한 밀실 살인을 계획하는 <존 딕슨 카를 읽은 남자>

사소한 단서로부터 연역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엘러리 퀸의 열혈 독자가 활약하는 <엘러리 퀸을 읽은 남자>

아내를 잃은 남자의 기막힌 복수극을 그린 <읽지 않은 남자>

네로 울프만큼 뚱뚱한 여자가 서커스단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렉스 스타우트를 읽은 여자>

에르퀼 푸와로의 상징인 팔자 콧수염을 재치있게 적용한 <애거사 크리스티를 읽은 소년>

셜록 홈스의 숨겨진 암호를 해독하는 <아서 코넌 도일을 읽은 남자>

현대판 브라운 신부의 재림을 보는 듯한 <체스터턴을 읽은 남자>

도서관의 숨겨진 희귀본을 추적하는 <대실 해밋을 읽은 남자>

매그레 경감 같은 예리한 눈썰미가 빛을 발하는 <조르주 심농을 읽은 남자>

다잉 메시지로부터 범인을 추적하는 <존 크리시를 읽은 소녀>

흑거미 클럽 후예가 금고 비밀번호를 풀어내는 <아이작 아시모프를 읽은 남자들>

거기에 과학 교사의 유쾌한 일상 미스터리를 다룬 '스트랭 씨 이야기'도 다섯 편 실려있는데 이게 또 물건이다. 단순히 가벼운 코지 미스터리 계열인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절도, 강도, 마약범 등 강력 사건이 등장하고 이야기도 제법 무게감이 있다. 스트랭 씨는 과학적 분석과 날카로운 추리로 강도 사건의 누명을 쓴 제자, 성추행범으로 몰린 동료 교사, 박물관 절도범으로 몰린 학생 등 곤경에 처한 주변인을 위기에서 구해주거나 경찰을 도와 마약범을 체포한다. 다섯 편의 스트랭 씨 이야기도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 시리즈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다.

수록된 단편 대부분이 빼어난 수작들이다. 사건은 흥미진진하고 추리는 명쾌하다. 거기에 유명 추리작가와 명탐정을 소환해서 회상하는 보너스까지...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그래서 만족감 최고이다. 아마도 올해 읽은 최고의 추리소설이 아닐까 싶다. 처음엔 시리즈를 달랑 열한 편만 집필한 작가를 원망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이 정도 완성도 높은 단편을 열한 편이나 발표한 작가의 능력이 새삼 놀랍다. 그만큼 뛰어난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는 클래식 미스터리 즉, 서양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그야말로 축복 어린 선물이다. 이 책을 통해 단편의 미학은 기본이고, 정통 추리소설에 대한 향수, 미스터리 거장과 명탐정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시대적 낭만과 해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런 걸작 추리 단편집을 만나서 너무나 기쁘고, 서양 고전 추리소설 팬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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