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우리 문화유산 1001 죽기 전에 꼭 1001가지 시리즈
장일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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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우리 문화유산 1001


 

우리 문화 유산이라면 다 찾아가 보고 싶고, 그 유래를 알고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고백하자면 지난 봄까지만 해도 우리 문화유산이 아닌 남의 나라 문화유산에 더 관심이 많았었다. 가까운 경복궁이나 덕수궁을 다닐 때도 기획전시등을 관람할 목적으로 찾은 적은 많아도 문화유산자체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내가 다른나라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 문화유산 자체가 가지는 가치 때문이 아니라 자국민의 관심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실천이 그렇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런 내게 적어도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우리 문화유산 1001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책에서 가장 먼저 펼쳐서 확인한 장소는 목차상으로도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경복궁'이었다.


 

경복궁 바로 옆에 고궁박물관도 있는데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바로 옆이라 만약 방문하게 된다면 놓치지 않고 들려보는 것이 좋다. 현재 고궁박물관에서는 조선왕릉에 관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서울권에 이어지는 경기권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수원 화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경복궁으로 돌아오면 최근 야간개방을 통해 경복궁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한복을 입고 방문하는 젊은 사람들도 늘어나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일단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모으는데는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경복궁에 대해 책에 적힌 내용을 근거로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경복궁은 중국 도성의 건물 배치 방식을 따른 것으로 정사를 보는 조정을 앞쪽에, 생활공간인 침전을 뒤쪽에 배치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경복궁안으로 들어가면 국왕이 즉위하거나 새해인사를 받는 등의 공식행사가 열렸던 근정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누각 건물이자 외국 사신을 위하 연회를 베풀었던 경회루도 우리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문화유산에 포함되었다. 매번 갈 때 마다 지나쳤다가 책을 보고 난 뒤 방문 후 사진까지 찍었던 '경복궁 아미산 굴뚝'은 언뜻보면 굴뚝처럼 보이지 않을만큼  교태전 뒤쪽에 위치한 인공 굴뚝으로 교태전 창을 통해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총 4개로 구성되었고 벽면에는 소나무, 바위, 대나무, 새, 사슴 등 다양한 무늬를 새긴 벽돌을 석회로 발라놓았다. 이 굴뚝이 의미하는 앞서 언급한 무늬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장수와 부귀등의 염원을 담은 것이다.


 

이어서 언급하고 싶은 곳은 올림픽 공원근처에 있는 '몽촌토성'으로 풍납토성과 함께 백제의 대표적인 토성이다. 몽촌토성이 무엇인지 몰랐어도 지하철을 이용해본 사람들이라면 상당히 친근하고 낯익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몽촌토성의 몽촌은 마을 이름이고 토성은 말그대로 마을을 감싸안고 둘러싼 성으로 한성백제박물관이 이 곳에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나홀로나무'만 기억이 나서 이곳도 조만간 다시 방문해서 박물관도 들려볼 계획이다. 당장 서울만 해도 꽤 여러 유적을 소개해주고 있고 그 설명자체가 엄청나게 방대하거나 찾아가는 길등에 대한 정보 혹은 주변지역 관광정보까지 실려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우리가 보아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일뤄준다는 점에서 처음 언급한 대로 길잡이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부족한 설명은 추가적으로 공부하는 즐거움을 느끼면 될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1001가지 중 1/3이라도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부지런해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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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고 되새기는 고전 국가 클래식 브라운 시리즈 3
김혜경 지음, 플라톤 원저 / 생각정거장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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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국가]를 읽고자 하는 사람은 정말 많을 것이다. 실제로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번역본 읽기를 시도하려고 한 적은 있으나 대다수의 두꺼운 고전이 그러하듯 쉽게 포기하게 되는데 정치서로는 거의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쉽게 읽고 되새기는 고전, 클래식 브라운 시리즈로 만난 김혜경 교수가 풀이한 [국가]는 원전의 일부를 쉬운 설명을 덧붙여 핵심만 우선 읽기에 유용하다. 총 10권에 이르는 대화문 속에서 소크라테스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거나 혹은 직접적으로 나서진 않지만 그 자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중심내용은 권력, 정의, 정치와 관련되어 있긴 해도 결국 국가라는 것은 구성요소인 '개인'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그들 개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어떤 방식의 삶이 옳은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의'에 폴레마르코스가 말하는 부분은 명료하지만 설득력이 있었다. 정의라는 것이 '적절하게 갚는 것(10쪽)'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렇게 정의를 바라보면 정의가 과연 좋은 것인지 나쁜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바로 이 부분을 트라쉬마코스와 소크라테스의 대화문을 통해 정의가 어느쪽으로 기울어져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개인의 욕망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기게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기게스의 이야기는 플라톤의 [국가]뿐 아니라 헤로도토스의 [역사]에서도 등장하는데 내용이 살짝 다르긴 하지만 결국 인간의 욕망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신중하지 못했던 왕이 었거나, 혹은 욕심에 눈이 먼 기게스로부터 사건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결국 그 둘 사이에 있던 왕비가 촉발시키는 인간의 욕망은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개인이 결국 삶의 방식을 통제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운 뒤 이어지는 것은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수호자'들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자칫 오해할 수 있는 것이 플라톤이 과연 여성을 공동'소유'라고 표현한 것이 남녀성차별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는데 역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다시말해 여성들도 당연히 수호자가 될 수 있는 그야말로 평등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았고 성별과 관계없이 수호자가 되려는 이들이 무언가 '공동'으로 소유하게 하자는 의미는 결국 '공동'이라는 것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님'(90쪽)을 통해 그들을 통제하려는 방법이라 본 것이다.

사회가 어지럽거나 부패할수록 '수호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커지는 것은 바로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 전체가 지혜로울 수도 있고 용감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수호자들은 결국 한 사람의 개인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프라톤의 [국가]는 결국 나라 전체를 다스리는 수호자들을 위한 정치서일 뿐 아니라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과 방향이 적힌 지침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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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책읽기 - 독서, 일상다반사
가쿠타 미쓰요 지음, 조소영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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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같은 책을 읽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혹은 제목부터 별로이지 않냐며 그렇게 한바탕 비평가인듯 착각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그 상대가 이 책 [보통의 책읽기]의 저자 가쿠타 미쓰요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어릴 때 고전을 읽다보면 저자가 담백하게 풀어낸 문체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산다는 것은 엄청나게 버라이어티 해야하고 예측불가능하며 그 와중에 셜록에 나오는 탐정처럼 명민한 주인공이 내가 되어야만 하는 기대가 있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즈의 무희]를 정말 재미없다고 독서감상문 과제로 제출했다는 일화를 읽었을 때 공감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저자가 그러했듯 나도 시간이 지난 이후 다시 읽고서 이 멋진 작가를 왜 내가 진즉에 알아보지 못했었나 후회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결국 늦게 진가를 알아보았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더 잘된일인 경우가 많다. 저자가 쓴 작품을 연대별로 편안하게 골라 볼 수 있는 특권 아닌 특권이 주워지는데 마치 종방 후 드라마를 한꺼번에 몰아보는 느낌같다.

이 책의 아쉬운점은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저자의 작품들이 많아서 책을 읽고 찾아보려고 해도 구할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정말 치명적이다. 마치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을 봤지만 국내에서 파는 가게가 없는 것과 같다. 어떻게든 재료를 구해 비슷하게나마 만들어먹거나 여행을 떠나는 방법처럼 원서를 구해와 지인에게 번역을 부탁해야하나 싶은 책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후지 일기]가 그랬다. 이 작품은 비단 가쿠타 미쓰요뿐 아니라 다른 유명 일본문인들이 추천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번역본이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물론 이렇게 아쉬움을 극대화 시키는 소감도 있지만 국내에서 영화로 개봉되었던 [방황하는 칼날]의 경우는 결말을 노출시켜서 살짝 저자가 미워질 뻔했다. 스릴러, 추리소설의 핵심, 절대 스포를 하면 안되는데 이런 류의 책들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서문에서 저자는 책이 사람을 부른다고 말했다. 자신의 글을 통해 재미겠다 싶은 맘에 한 권 집어들어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당연하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결말을 다 알려주고, 국내에 번역본이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내가 읽었었던 이이지마 나미의 작품 속 소소함을 공유하는 기분은 이 글 서두에 밝힌 것처럼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딱 그런 기분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은 뒤 가장 먼저 읽고픈 책은 사소해서 집중하지 않았던 책을 재발견했을 때의 기분, 나이들어서 다시 읽었을 때 깨닫게 되는 작가의 천재적인 문장력을 세세하게 느끼는 이 작가의 작품을 가장 먼저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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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진으로 말하다
현경미 지음 / 도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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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가 보았던 인도는 진짜 인도였을까?


책의 서문을 보면 저자는 우리에게 대뜸 '인도적'이 무엇이냐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우리가 바로 떠올리는 이미지를 서슴없이 말한다.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과 요가와 동물들과 배설물. 높다란 건물이나 엄청나게 화려한 도시의 풍경은 결코 떠오르지 않는다. 그모습이 정말 인도의 모습이 맞을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책을 통해 저자의 사진과 글에서 느껴지는 풍경은 앞서 열거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렇게만 말하기에는 무언가 어설프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한 표현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인도를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자로서 장기간 머물면서 저자는 애인같은 핫셀블라드를 손에 쥐고서도 한참동안 사진을 찍으러 다닐 수가 없었다. 인도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떻게 보여줘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좋게 선생님을 알게되면서 '힌두사원 프로젝트'를 시작, 비로소 저자의 핫셀블라드가 제 역할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저자가 카메라테스트라고 표기한 작품은 사방이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사원이었다. 불교가 국교였던 시절도 있었던 만큼 우리나라에도 절이 참 많은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 불교는 인도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중국의 불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절과 인도의 절과는 사뭇다르다. 도시한복판에 신을 모셔놓은 상을 놓아두면 바로 사원이 되는 것이다. 무려 신의 종류만도 억단위인 인도에서는 모든 신을 믿는다기 보다는 그 많은 신 중 1~2명의 신을 골라서 맘에드는 신을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 당신이 섬기는 신이 누구인지 물으면 저마다 다 다른 신을 이야기 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신상이 현대적으로 변모하는 것도 시대를 반영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어쩌면 여러신을 믿는다는 것, 자신이 원하는 신을 택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이미 '유일신'이라는 다소 고정된 체제에서 벗어난 상태가 아닌가 싶었다. 책 표지와 각 소제목 앞에 붙은 표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OM'이라고 하는 표기이다. 태초에 사람이 도구를 사용하고 언어를 사용하기 전에 소리가 있었다. 이 소리는 빅뱅으로 인해 모든 것이 분열되고 탄생할 때 들리는 소리라고 말하는데 그 의미는 예를 들어 기독교에서 '아멘'이라고 붙이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그걸 알고 나니 요가나 명상 때 '오~옴'하고 소리냈었던 것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나도모르게 그렇게 발음하고 소리내면서 원하던 것을 취해가던 것이 아닌가 싶었기 떄문이다.

힌두교 프로젝트라고 해서 종교와 밀접한 사진만 수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뿐만아니라 다른 사진집과 달리 저자가 정말 친절해서 이 사진을 통해 기술적으로 어떤 면이 뛰어나서 선택된 것인지도 설명해주고 촬영 전후의 사정도 들려주며 무엇보다 사진에서 우리가 어떤 부분을 좀 더 유심히 바라봐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찰흙뭉터기 옆에 서 있는 여성이 담긴 사진이 왜 중요한지, 그것이 찰흙이 아니라 소똥을 뭉쳐서 만든 것이며 더럽고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였고, 겁이 많은 저자가 먼발치서 망설일 때 선뜻 촬영을 먼저 권한 것이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사진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무작정 봐서 멋진 사진도 좋지만 이렇듯 이야기를 걸어주어 끊임없이 사진과 독자사이에 대화를 이어주는 책 덕분에 저자가 말하고자 한 '인도'를 조금은 알게된 것 같다. 적어도 이 책에서 본 인도는 진짜 인도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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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외로움을 두고 왔다 - 시로 추억하는 젊은 날
현새로 지음 / 길나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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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쁠 때가 언제일까. 혹은 가장 슬플 때는 또 언제일까. 내게는 마치 내 마음을 옮겨놓은 듯한 글을 만났을 때 그러하다. 사진작가 현새로의 [거기, 외로움을 두고 왔다]를 읽으면서 기뻤고 슬펐다. 연배는 10년 넘게 차이나지만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만 나의 유년시절, 학창시절, 런던을 여행할 때 느꼈던 찰나의 외로움과 적막속으로 끌고갔다. 처음에는 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녀의 글에서 그저 시를 알고, 사진을 느끼려고만 했는데 어느샌가 끌려가던것이 제발로 이제는 먼저가서 그녀의 글들을 기다렸던 것 같다.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 중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라는 시구를 골라낸 그녀는 중학생시절 추억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시절 자신은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또래의 친구들은 왠지 자신과 수준이 맞지 않는 것 같았다는 말에 공감했다. 사춘기 시절 누구나 다 그랬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친구들과 밤새 수다떠느라 부모님께 혼난 추억을 가진 사람도 있고, 부모님 눈치보느라 혹은 자신의 꿈을 위해 미친듯이 공부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와 나처럼 도서관에 처박혀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는 고전을 읽어내며 저 혼자 뿌듯해했던 추억을 가진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 가난을 감추기 위해서라고 말해주었고 이와 관련된 사진으로 런던에서 사진 공부를 했을 당시 교수님 집에서 찍었던 자신의 모습을 책에 실었다. 늦은 오후즘으로 느껴지는 빛이 가득한 방에 카메라 앞에 선 모자쓴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라고 말했다. 아무도 없었던 그곳에,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던 그 시절 비로소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고, 그랬기에 사랑할 수 있었던 때라 말해준 그녀덕분에 나는 내 자신을 가장 사랑했던 순간이 언제였을까 생각해본다.

어쨌든 음악은 사람과 달랐다. 주머니가 아무리 가벼워도 음악 앞에서는 부끄럽지도, 자존심이 상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렇게 나는 음악을 들었고, 음악은 소리 없는 내 울음을 들어 주었다. 104쪽

라디오와 관련된 추억을 담은 페이지에 실린 시는 신동엽 시인의 [노래하고 있었다]로 '달리는 열차'안에서 창가를 바라보고 앉아있는 부분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른 주제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인은 버스를 타고 장시간 도시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나도 그렇다. 더불어 나 또한 달리는 열차안에서 미래가 아닌 과거속으로 하염없이 빠져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데 이때 내게도 가장 필요한 것은 음악이었다. 저자는 라디오를 대신해 언니가 사준 워크맨이 그 공간을 채워주었듯 내게는 휴대폰 속 음악이 허전한 마음을 음악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책도 좋고, 영화도 좋고, 카운셀링을 받는 것도 좋지만 역시나 가장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마음치료는 '음악'이라는 말에 고개를 오래도록 끄덕이게 만들었다.

나는 절대 고독 속에 여행하면서 완벽하게 홀로됨을 즐겼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딸도 아니고 아내도 아닌,

그저 한 인간으로 그 공간에 존재했다. 150쪽

[거기, 외로움을 두고 왔다]는 읽는 동안 사무치게 외로워질 수도 있고, 미칠듯한 기쁨에 주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서문에 밝힌 것처럼 저자의 이야기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다. 유년시절 저자처럼 외롭지 않았고, 학창시절 저자처럼 배고프지 않았다고 해도 우리는 늘 언제나 '꿈'앞에서 한없이 약해진다. 그럴 때 우리는 꿈에 다가가기 위해선 과감하게 외로움을 던져버리는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 다름아닌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가장 좋은 시라고 할 순 없지만 가장 맘에 드는 시는 이미 충분히 세상에 나와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시를 좀 더 좋게 만드는 현새로와 같은 저자의 도움이 늘 필요하긴 하다. 그녀의 글만큼 맘에드는 사진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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