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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진으로 말하다
현경미 지음 / 도래 / 2014년 6월
평점 :
그동안 우리가 보았던 인도는 진짜 인도였을까?
책의 서문을 보면 저자는 우리에게 대뜸 '인도적'이 무엇이냐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우리가 바로 떠올리는 이미지를 서슴없이 말한다.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과 요가와 동물들과 배설물. 높다란 건물이나 엄청나게 화려한 도시의 풍경은 결코 떠오르지 않는다. 그모습이 정말 인도의 모습이 맞을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책을 통해 저자의 사진과 글에서 느껴지는 풍경은 앞서 열거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렇게만 말하기에는 무언가 어설프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한 표현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인도를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자로서 장기간 머물면서 저자는 애인같은 핫셀블라드를 손에 쥐고서도 한참동안 사진을 찍으러 다닐 수가 없었다. 인도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떻게 보여줘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좋게 선생님을 알게되면서 '힌두사원 프로젝트'를 시작, 비로소 저자의 핫셀블라드가 제 역할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저자가 카메라테스트라고 표기한 작품은 사방이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사원이었다. 불교가 국교였던 시절도 있었던 만큼 우리나라에도 절이 참 많은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 불교는 인도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중국의 불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절과 인도의 절과는 사뭇다르다. 도시한복판에 신을 모셔놓은 상을 놓아두면 바로 사원이 되는 것이다. 무려 신의 종류만도 억단위인 인도에서는 모든 신을 믿는다기 보다는 그 많은 신 중 1~2명의 신을 골라서 맘에드는 신을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 당신이 섬기는 신이 누구인지 물으면 저마다 다 다른 신을 이야기 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신상이 현대적으로 변모하는 것도 시대를 반영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어쩌면 여러신을 믿는다는 것, 자신이 원하는 신을 택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이미 '유일신'이라는 다소 고정된 체제에서 벗어난 상태가 아닌가 싶었다. 책 표지와 각 소제목 앞에 붙은 표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OM'이라고 하는 표기이다. 태초에 사람이 도구를 사용하고 언어를 사용하기 전에 소리가 있었다. 이 소리는 빅뱅으로 인해 모든 것이 분열되고 탄생할 때 들리는 소리라고 말하는데 그 의미는 예를 들어 기독교에서 '아멘'이라고 붙이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그걸 알고 나니 요가나 명상 때 '오~옴'하고 소리냈었던 것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나도모르게 그렇게 발음하고 소리내면서 원하던 것을 취해가던 것이 아닌가 싶었기 떄문이다.
힌두교 프로젝트라고 해서 종교와 밀접한 사진만 수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뿐만아니라 다른 사진집과 달리 저자가 정말 친절해서 이 사진을 통해 기술적으로 어떤 면이 뛰어나서 선택된 것인지도 설명해주고 촬영 전후의 사정도 들려주며 무엇보다 사진에서 우리가 어떤 부분을 좀 더 유심히 바라봐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찰흙뭉터기 옆에 서 있는 여성이 담긴 사진이 왜 중요한지, 그것이 찰흙이 아니라 소똥을 뭉쳐서 만든 것이며 더럽고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였고, 겁이 많은 저자가 먼발치서 망설일 때 선뜻 촬영을 먼저 권한 것이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사진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무작정 봐서 멋진 사진도 좋지만 이렇듯 이야기를 걸어주어 끊임없이 사진과 독자사이에 대화를 이어주는 책 덕분에 저자가 말하고자 한 '인도'를 조금은 알게된 것 같다. 적어도 이 책에서 본 인도는 진짜 인도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