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의 제2차 세계 대전사
권성욱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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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의 제2차 세계 대전사.

전쟁사 연구가인 권성욱 저자의 <약소국의 제2차 세계 대전사>의 부제는 ’승자의 전쟁 뒤에 가려진 또 하나의 세계사‘였다. 엄청난 긴장감이 기다리고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긴장감보다는 ’히틀러‘의 눈치를 살피는 유럽 국가의 믿기지 않을 만큼 나약함이었다. 어느 작은 마을도 아니고 현 시점에서 보자면 과연 저 국가들이 약소국인가 싶을 정도인데 달리 생각해보면 그만큼 히틀러의 세력이 막강했을 뿐 아니라 나약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전쟁의 참상을 막으려 했던 그야말로 ’약소국‘의 역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스탈린이 있었다.

소련은 핀란드만이 아니라 국제 사회의 공적이 된 셈이었다. 체면이 땅에 떨어진 스탈린은 패전의 원인을 처음부터 졸속으로 전쟁을 시작한 자신의 고집 때문이 아니라 나쁜 날씨와 서구의 원조 탓으로 돌렸다. 221쪽

책에 실려있는 사진들과 단위가 만으로 치솟는 사상자들의 수를 보면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인데 왜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남았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 핀란드는 무민의 나라이자 휘게의 나라였다. 도대체 이 엄청난 파편들을 어떻게 수습해오고 있었던 것일까 의아할 정도다.

스탈린은 뒤이어 발트 3국을 위협하여 총 한 발 쏘지 않고 보호국으로 만들었다. 그다음으로 노린 것이 핀란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자신이 주먹만 치켜들어도 간단히 끝나리라 여겼던 스탈린의 기대와 달리 핀란드는 순순히 굴복하지 않았다. 309쪽

연합군이 만약 핀란드를 도왔다면 전쟁의 결과가 달라졌을까. 그랬다면 히틀러를 견제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내 일이 아니라면 일단 무관심‘한 상태로 있는 한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와의 전투를 보면 상대국만 바뀔 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쪽의 결말은 마치 반복되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무턱대고 머릿수만 늘릴 뿐인 무계획적인 증원은 가뜩이나 열악한 이탈리아군의 병참 부담만 악화시켰다. 사람만 보내고 장비와 차량, 수송용 노새 태반이 선박 부족을 이유로 이탈리아에 그대로 남겨졌다. (...)
무기라고는 자신의 소총뿐이었다. 591쪽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일까. 아마 자신을 지킬 무기가 국가와 그 수장이 아닌 그저 소총뿐인 병사들과 그들의 가족과 지인이라 할 수 있는 결코 조약과 협정에 의견을 더할수도 결정권도 없는 평범한 국민들일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전쟁이 끝난 뒤에도 정권을 잡은 세력이 누구냐에 따라 전쟁에서 살아남았어도 집은 커녕 자국으로도 돌아갈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전쟁이란 무엇인지, 평화로운 협력이란 가능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참고로 굳이 서평을 적거나 세세하게 흐름도를 적으려고 멈추지 않았다면 적정한 분량의 사진과 도표 900페이지의 분량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여러 전쟁과 내전을 읽기 전 흐름을 읽고자 한다면 적극 추천한다. #약소국의제2차세계대전사 #전쟁사 #권성욱 #벽돌책

@openbook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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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동해 - 동해 예찬론자의 동해에 사는 기쁨 언제라도 여행 시리즈 2
채지형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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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동해 #채지형 #푸른향기 #언제라도여행시리즈 #도서제공

날마다 일출을 보면, 감동도 무뎌질 줄 알았다. 웬걸. 동해에 머물며 매일 해맞이를 나가도 그 황홀함은 줄지 않았다. 54쪽

일출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아마도 동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책에 쓰인 위의 발췌문을 읽고나니 동해가 갑자기 막 떠나고 싶었다. 떠나기 전 채지형 작가가 잠시였지만 분명 그곳에 머물렀던 저자가 들려주는 동해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다.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도 참 좋았지만 ‘잔잔하게‘라는 상호명부터가 맘에 쏙 드는 책방과 관련된 이야기도 책을 좋아하는 나와 같은 독자라면 집중해서 읽었을 것 같다.

소소한 책방, 소박한 책방, 귀여운 책방, 뭔가 부족했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엄마와 길을 걷다 나눈 대화가 문득 떠올랐다. (...)
˝잔잔하게, 어때?˝
˝뭐? 한잔하게?˝
˝아니, 잔잔하게.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다 잔잔하잖아. 음악도 그렇고 꽃도 그렇고.˝ 87쪽


소박도 소소도 아닌 ‘잔잔‘.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거나 굿즈가 맘에 들어 가고 싶던 책방들도 있었지만 이 책방 만큼은 이름 때문에라도 꼭 가보고 싶었다. 만약 내가 책방을 연다면 뭐라고 할까. 여행서적은 두꺼운 책도 좋지만 깊지 않으면서도 결코 시답지만은 않은 고민과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달살기를 한다면 나는 어디에서 살고 싶을까? 그동안 한달살기는 좋아도 장소는 늘 막막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내가 원하는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 바로 동해였다. 바다도 가깝고 산도 가깝고 그렇다고 상점가가 먼것도 아니다. 게다가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행복을 나누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첫 토요일 모임. 올망졸망한 어리들을 비롯해 20여 명이 옹기종기 모였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팝업북을 만들고 종이접기를 배웠다. (...)
‘행복을 나누는 사람들, 세잎클로버‘라고 이름도 지었다. 171쪽


저자 약력에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는 철학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여행가‘라는 문구가 있었다. 저자는 그 바람처럼 책방을 열고, 또 어느 날에는 동해 이곳저곳을 기차로 때로는 다니며 늘 ‘독서와 여행‘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가 지금 머문곳은 동해지만 만약 다른 곳을 거쳤더라도 멋진 기록이 남겨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내게는 동해가 어떤 인연으로 마주하게 될지 기대된다. 여행을 언제 떠날진 몰라도 일단 동해는 무조건 간다고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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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승주연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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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묾 출판사,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16살입니다.” 44쪽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 <첫사랑>의 화자이자 16살 소년, 블라디미르. 그리고 소년이 사랑한 여자 지나이다. 지나이다는 소년보다 나이가 많고 무엇보다 소년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 소년의 시점에서 그려지기 때문에 ‘첫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 소년인 것처럼 보이지만 글을 읽다보니 반드시 소년만은 아닐거란 생각이 들었다. 또 첫사랑이 과연 무엇일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레이몽 라디게의 <열여섯의 정원>도 떠올랐다. 물론 그 소설에 비하면 블라디미르와 지나이다의 나이차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실제 이보다 더 나이가 차이나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보니 굳이 지나이다의 나이가 크게 각인되진 않는다. 열여섯과 첫사랑. 두 단어는 그냥 떠올리기만 해도 설렌다. 설렘은 종종 아픔가 상처로 남고, 성장을 위한 거름이 되는 것 같다.


혹은 비밀스러운 경쟁자라도 나타나 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오? 91쪽


연애소설을 읽으면서 설렐 때도 있고, 내 사랑도 아닌데 내가 다 억울하고 사무치게 괴로워질 때도 있다. 블라디미르가 사랑한 그녀가 사랑에 빠진 상대가 누구였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 그랬다. 자전적 소설이란 말에 그리고 지주였던 어머니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가난하지만 잘생긴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투르게네프가 이런 소설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인생에서 ‘살아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가장 원했으며, 실제로 그렇게 산 사람이었다. 78쪽


사실 이 소설을 10여년 전에 만났더라면 오롯이 블라디미르 아니면 지나이다의 안타까운 사연에만 집중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몇 년이 지나면 블라디미르 정도의 나이가 될 아이가 있어서인지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다룬 부분도 쉽게 지나칠 수가 없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성적을 비롯해 소년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기 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고, 때때로 그 거리가 좁혀질 때면 소년도 아이처럼 아버지의 곁에 머물렀다. 그리고 어떤 질문을 던졌을 때 소년의 뇌리에 오래도록 멋진 말을 말로만이 아니라 삶으로 보여주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로 보여지고 있을지를 생각하며 여러가지 다채로운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woojoos_story 모집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우주서평단 #첫사랑 #머묾 #이반투르게네프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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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 반대한다 - 희생된 진보의 새들은 연합할 수 있고, 우리는 소외를 거부할 수 있다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우중몽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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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데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아니면 우리가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를 모르거나.’홀로그램식‘ 사유가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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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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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



꿈을 잘 기억하는 왼손잡이였던 나. 당연하게도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집어 들었다. 읽지 않을 수 없는 책이었다. 낯선 작가도 아니고 이미 <국경시장>으로 작가의 매력적인 상상력과 필력은 잘 알고 있기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목차순으로 읽으려다가 역시나 표제작,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 부터 읽었다. 소설 속 중심인물 우경은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렇게 고단한 하루 끝, 꿈에서나마 떠나는 세계여행은 그녀에게 매일 매일 현실을 살아가게 만드는 ‘꿈같은 순간’이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서 악마라고 짐작되는 한 남자가 그녀가 이전에 잘 하던 ‘시소’게임을 제안한다. 고단한 현실을 견디게 해줄 만큼 좋았던 꿈을 삭제하는 대신, 진짜 현실에서 꿈을 차례로 이룰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인데 우경의 입장에선 당장 매일 매일 숨쉬는 것 조차 힘겨우니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꿈에서 깬 며칠은 그저 운이 좋은 줄 알았던 그녀가 월셋 방에서 전세로 집을 옮기고 남편과 함께 자리를 잡으면서 진정 거래가 성립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무렴 어떠랴. 아침에 나가 저녁에 퇴근하는 남편, 성적이 점점 올라가는 아이들, 주말에 치킨 두 마리를 배달해 저녁으로 먹으면서 우경은 이 행운이 믿기지 않았다. (중략)

“이 정도가 딱 좋아. 이 정도가!” 우경은 누가 듣기라도 하듯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악마와의 계약에 ‘정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106쪽)


그럼 그렇지. 정도가 없는 악마와의 계약이 처음에야 좋았던 꿈이 사라지는 수준이라 좋았지만 점차 현실에서 꿈의 크기가 커질수록 진짜 꿈들은 서서히 악몽으로 변해간다. 기어이 온몸에 단추가 꿰어지는 생각만해도 소름끼치는 악몽에 시달리면서 그녀는 이제 밤이 오는 순간 자체가 끔찍하기만 하다. 분명 현실에서 그녀는 성인이 된 자녀들을 남부럽지 않을 만큼 결혼도 시켰고, 사별한 전남편보다 훨씬 다정한 연하남편과 재혼도 했지만 잠을 잘 수 없는 밤은 이제 낮에도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시소에 현실과 꿈을 올려놓은 뒤 계약을 종료한다. 계약이 종료된 우경의 삶까지 모두 이곳에 적을 순 없으니 사견을 더하자면, 아주 오래 전 이 소설 속 우경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꿈에서 악마가 찾아와 내게 거래를 청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초등학생 때 부터 친할머니와 방을 함께 쓰다가 중학교 때 할머니가 본가로 가시면서 드디어 방을 나 혼자 사용하게 되었다. 새 침대와 새 책상까지 마련해주신 덕분에 하루하루가 ‘꿈 같을 줄’ 알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밤마다 가위에 눌리기 시작했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해져 엄마가 결국 매일 밤 1시가 지나도록 내 곁에서 함께 해주셨다. 그렇게 3주 정도가 지난 후부터는 괜찮아졌지만 소설 속 우경처럼 그때는 밤이 오는 게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우경도, 나도 어쩌면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소설 속 마지막 그 문장을 읽었던 밤, 꿈꾸기가 무서웠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다른 작품들도 엄청 흥미로웠지만 사족이 길어져 다른 단편은 다음 기회에 후기를 남겨야겠다.


#왼손잡이는꿈을잘기억한다 #김성중 #한국소설 #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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