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알아서 할게요
박은지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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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작가의 책, <제가 알아서 할게요>의 부제는 '세상의 오지랖에 맞서 진짜 나로 살아가는 법'이다. 어찌들으면 저자 또한 누군가에게 '오지랖'넓게 말을 건넨다고 느껴지는 부제이기도 하다. 물론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대다수가 공감하는 오지라퍼에게 대항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일수도 있겠다. 그리고 오지라퍼에게 대응할 수 있다라는 것은 삶의 매 순간이 선택임을 아는 우리에게 그 주도권을 스스로가 지켜갈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저자 역시 젊은 시절에는 주변사람들의 조언에 흔들리던 때가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만약 그런 시절이 없었다면,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전전긍긍해본 적 없었더라면 애초에 이 책이 나올 여지조차 없었던 셈이다. 1장 '제 행복은 제가 고를게요'편은 저자가 들었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오지라퍼들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같이 공부를 하고 졸업한 친구들은 모두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는데, 혼자서만 마치 백수처럼 보이는 삶을 사는 것 역시 초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41쪽


3년정도 일을 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자발적인 퇴사의 결과였고, 구직활동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 내게 무슨일을 하냐고 물으면 당당하게 백수라는 말 대신 '놀아요. 진짜 놀아요. 쉬거나 멍때리는 게 아니라 정말 즐겁게 놀아요.'라고 대꾸했었고, 허세가 아니라 진짜 제대로 잘 놀았다. 겁이 많아 해외여행은 커녕 제주도 여행도 못했던 내가 유럽5개국을 다니고, 당일 티켓을 구매해 타이페이로, 또 일본으로 그렇게 여행을 했었다. 잘 논다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에 중학교 이후로 처박아둔 플룻 레슨을 받기도 했고 번역학원에 등록해서 몇 달 간 밤새가며 과제를 하기도 했다. 초조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애초에 '잘 놀아요'란 표현을 세 번이나 강조한 것은 초조함을 감추기 위한 방패였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아니라고 하면서도, 주변사람들의 말에 신경쓰지 말자 하면서도 중간중간 저자가 위의 발췌문처럼 불안한 기색이 보일 때면 오히려 더 공감이 되고 저자의 대처방식이 결코 가볍지 않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장 '이런 칭찬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편에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살빠졌다'라는 말이었다. 성별을 가르고 싶진 않지만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저자는 살빠졌다는 말의 기분좋음은 반대의 상황, '살쪘다'는 말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부정할 수 없다. 살빠졌다는 말에 부정하면서도 은근히 웃음이 난 적 있을 것이다. 반대로 살쪘다는 말에는 격하게 동조하면서도 헤어져 돌아올 때면 심각하게 거울을 들여다보게 되고 급기야 도대체 그런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저의가 무엇이었나 상대방을 비난하기에 이른다.


다만 주변의 좋은 사람들 속에서 몇 킬로그램 찌고 빠지는 게 그리 특별한 화젯거리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굳이 누군가 지적하지 않아도, 다이어트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쉽게 벌어날 수 없는 강박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83쪽


3장 '결혼에 조언은 필요 없어요' 의 내용은 마치 SNS에 넘치게 올라오는 결혼,연애에 관한 페이지를 옮겨놓은 듯 친근했고, 그만큼 씁쓸했다. 실제로 한 때마다 진지하게 결혼을 고려했을 때 주변사람들의 조언에 휘둘리며 상대방의 진심을 오해하고, 심지어 내 생각마저 오지라퍼들의 생각에 맞춰가려했던 과거가 떠올라 정말이지 결혼에 있어서는 '조언'이 필요없다고 격하게 공감하며 읽었다.


최대한 모든 것을 두 사람이 독립적으로 진행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싶을 정도로 주변에서 던져주는 화두는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그 시간대, 그 음식, 그 위치, 그 콘셉터 등)은 어른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64쪽


결혼준비를 했거나 나처럼 심각하게 고려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만큼이나 맞장구쳤을 내용이다. 지인 중 한 명은 아예 대놓고 결혼식의 주인공은 그들의 부모란 것을 망각했을 때 다툼이 발생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의 주인공은 신랑신부가 맞다. 시간이 흐른뒤 어느 누구도 식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끈질기게 문제삼는 어른들이 있다한들 그들에게 '불만없는 결혼식'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해결 될 부분이다. 결혼식이 어찌저찌 넘어간다 하더라도 신혼생활에 간섭하려는 사람들은 또 왜그리 많은가. 읽으면서 저자가 만났던 오지라퍼를 나도 만났었고, 아직 만나지 않은 오지라퍼들을 결국 한 번은 만날 수 밖에 없겠구나 싶은 마음에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 역시 지나친 오지랖이다 싶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이 책을 통해 예방접종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오지라퍼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My Way'할 수 있는 예방접종, 당신에게도 아마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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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동안 영어 공부에 실패했던 39세 김과장은 어떻게 3개월 만에 영어 천재가 됐을까 - 90일의 독한 훈련이 만드는 기적 같은 변화
김영익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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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동안 영어 공부에 실패했던 39세 김과장은
어떻게 3개월만에 영어 천재가 됐을까

책 제목을 보자마자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적으로나 봉사활동을 위한 도슨트 활동시에도 늘 부족한 회화때문에 아쉬웠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 한권을 읽는다고 해서 3개월만에 영어 천재가 되는 것은 사실 아니다. 제목이 다소 과장되긴 했는데 천재까지는 아니고 내가 하고싶은 말을 20분이상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물론 자기자신이야 실력을 알겠지만 지나가는 사람눈에는 분명 '영어천재'로 보일 가능성이 있긴 하다.

영어로 프리토킹을 한다는 것 = 영어로 쉽고 또렷하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막힘없이 표현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 70쪽

저자는 처음부터 그리고 여러차례 원어민과 같은 발음, CNN과 영화를 자막없이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전문적인 실력을 목표로 하는 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영어권에 살지 않는 한국인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말해준다. 하지만 차라리 이렇게 말해주니 속이 편해졌다. 안된다고 제한을 두자는 것이 아니라 허황된 꿈에 미쳐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20분 이상 원하는 바를 영어로 말하기 위해 기본적인 공부는 필요하다. 중학교 영어수준의 500개문장을 외우는 것이다. 사실 날씨가 어떠니? 기분이 좋으냐? 등의 문장은 왠만하면 떨지 않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응용을 하게 되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사람들이라면 500개 외우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본을 건너뛰는 모든 영어 공부는 사상누각이다. 기본적인 짧은 문장을 응용해서 말하는 연습을 충분히 한 후에야 긴 문장과 복잡한 표현을 말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171쪽


그럴 때는 내가 왜 회화를 반드시 해야하는지, 회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도 막연하게 작품설명을 영어로 하고 싶어서, 근무중에 외국인이 등장해도 도망치기 싫어서였다. 그런데 이보다 내가 더 원했던 것은 원서를 읽고 영어로 된 사이트를 쫄지말고 검색해서 원하는 정보를 습득하는 것에 있었다. 아마 이런 나의 바람을 저자가 알았다면 굳이 영어회화에 시간들이지 말고 전문적인 용어와 독해실력을 키우는데 집중하라고 말해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도 두 가지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저자의 조언을 계속 읽어나갔다. 우선 완벽하게 독(?)학으로는 회화를 잘하기는 어렵다. 실전연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장암기만 한다고 해서 저절로 말하기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드시 실제 외국인 혹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와 회화연습을 해봐야 하며, 영어로 사고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즉 영어로 살아보는 훈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친구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다행히 지금 우리는 어플이나 플랫폼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외국인 친구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220쪽

1주일에 최소 5시간 이상은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한다는 제한사항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렇게 하지 않고 회화를 잘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유학이나 어학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 실력자들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일부러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거나 학원을 다니는 등의 방법을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에서는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어플을 소개해준다. 그러니 안된다는 생각말고, 무조건 돈 안들이고 해보겠다는 어리석은 생각도 버리고 진짜 영어로 회화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버릴 것 없는 조언들만 가득 채운 리얼 회화학습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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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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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대해 일말의 상상력도 없었다.'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은 팡쓰치와 이팅 그리고 이원이의 이야기의 사랑이야기다. 사랑이야기라고 적었지만 사실 과연 이것이 사랑인가에 대한 논의부터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중학생일 때 쓰치는 같은 빌라에 거주하는 학원선생 리궈화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가정도 사회도 여성이 당하는 성적 폭력은 가해자인 남성보다 피해자인 여성에게 더 큰 상처와 책임을 묻는 분위기라 어린 쓰치가 택할 수 있었던 것은 피해자가 아닌 '연인'이라는 자리였다. 어린 연인이었던 쓰치는 자신을 사랑해서 그랬다는 리궈화의 말을 믿고, 또 자신도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된다면 자신이 당한것은 '폭력'이 아닌 '연인들의 애정행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쌍둥이처럼 같은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같은 책을 읽고 수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던 이팅조차도 눈치챌 수 없도록 쓰치의 사랑은 숨겨야만 했고, 이런 그녀의 상황을 리궈화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남김없이 이용했다. 그렇게 리궈화의 욕망에, 사회의 눈가림에 이용당한 소녀들은 쓰치 한 사람이 아니었다. 또한 리궈화와 같은 존재의 수도 하나가 아니었다. 이원의 상황은 쓰치와는 조금 달랐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남자와 결혼했고, 그가 술을 마시지 않는 동안은 분명 그녀는 세상에서 몇 안되는 행복한 새댁이었다. 만취상태에서 매를 맞으면서도 이원은 버텼다. 폭력으로 인해 그와 헤어지기에는 그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원은 쓰치보다는 자신을 지키는 힘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나이였고, 적어도 절친이었던 이팅에게조차 털어놓을 수 없었던 쓰치와는 달리 쉬쉬했을 뿐 이원의 상황을 주변인들은 알고 있었다. 전혀 모르는 것과 묵인하는 것의 차이는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 물론 묵인하는 것도 조금의 위로나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모르고 던지는 비수만큼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쓰치의 상황을 전혀 모르던 이팅은 그녀를 질투하고, 그 질투심에 해서는 안되는 잔인한 말을 내뱉는다. 나중에서야 쓰치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알았을 때 어째서 이팅은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미안해하고 괴로워하고 자신을 용서하기 위해 애써야 했을까. 이원과 쓰치의 또 다른 차이점, 어쩌면 작가인 린이한이 우리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은 '쓴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요즘 일기를 쓰고 있어요. 글을 쓰면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언니의 말이 맞았어요. 글을 쓰고 있으면 내 생활을 일기장처럼 쉽게 내려놓을 수가 있어요. 글을 쓰고 있으면 내 생활을 일기장처럼 쉽게 내려놓을 수가 있어요. 245쪽


책을 읽던 중에 봤던 영화가 생각났다. 쓰면서 나의 일을 객관적으로 혹은 완벽하게 제3자가 되어볼 수 있는 것처럼 사진을 찍고, 그 사진속의 나를, 혹은 상대를 혹은 풍경을 들여다보는 것, 그래서인지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의 다음의 대사가 생각났다.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다시 쳐다보는 겁니다'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중에서.


사실 소설을 읽고나서 꽤 시간이 흘렀다.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딱 2가지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미친듯이 뭐라도 적어야 할 것 같은, 리뷰를 적음으로써 린이한 작가에게 위로를 던지고 싶고, 그녀가 던져주고 간 것에 대해 답해야 할 것 같은 의무를 느낀 사람. 그리고 나처럼 아픈 마음으로 잠시라도 이 작품을 뇌리에서 지우고 싶었던, 비겁하지만 타인의 아픔에 대해 모르고 싶었던 사람들 말이다. 그래서 사실 이 소설의 중심주제를 벗어나서 문학에 빠지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다음의 상황에 대해서만 리뷰를 쓰는 것은 어떨까 싶기도 했다.


프랑스 영화를 볼 때는 마카롱을 먹어야 하고, 영국 영화를 볼 때는 스콘을 먹어야 하고, 러시아 영화를 볼 때는 러시안 소프트캔디를 먹어야 했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캔디를 먹다가 딱딱한 호두조각이 씹히면 꿈을 꾸다가 중간에 놀라서 깬 기분이었다. 278쪽


저렇게 맘에 쏙드는 문장이 나올 때는 웃음짓다가 이내 쓰치의 아픈 상처가 드러나는 페이지를 마주할 때면 그야말로 온몸이 가시박힌듯 아팠다. 쓰치를 바라보는 이팅의 마음으로 책을 읽었고, 또 그런 마음으로 린이한 작가의 죽음을 애도했다. 아예 모르는 일이라고, 그런일이 정말 있을 수 있느냐며, 소설을 통해 알았다고 해도 난 모르고 살겠다고 바둥거리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기어이 나는 이런 내 마음을 다 담아 리뷰를 적는다.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마음으로 조용히 세상 어딘가에서 폭력을 사랑이라 착각하고 사회가 외면했던 그녀들이 제발 힘내라고, 진짜 죽기전까진 결코 죽지 않는다고, 그렇게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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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과 서쪽으로
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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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 이 세상은 형체가 없다. 낮게 걸린 별들이 빛나고 달이 은빛 안개를 휘감았을 때, 이 세상은 물이 모두 사라지고 다섯 번째 날의 밤이 여전히 제 존재가 신기하기만 해 당혹스러운 피조물들 위로 내렸을 때의 모습이 분명한 창공처럼 된다. 364쪽


베릴 마크햄. 이 책의 저자이자 여성 최초로 대서양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비행한 여성 파일럿이기도 하다. 허나 위의 발췌문을 서두에 옮겨두고 시작한 것은 이 책의 다양한 면모중에 내 마음이 머물렀던 것은 그녀가 대자연안에 있을 때 겸손된 인간의 자세를 넘어선 '무'와 가까운 평온의 시선이었다. 위의 글에 이어지는 내용은 저러한 대자연 앞에서, 마치 형체조차 없는 것처럼 신비로운 상황속에서는 나도 타인도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은듯한 기분이 든다는 내용이다. 헌데 그런 상황일수록 오히려 더 자세히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다고도 말한다. 그런 열린 마음과 겸손된 자세로 자연을 보았기 때문이었을까. 자신을 공격하는 멧돼지, 심지어 물리기 까지한 사자들을 대하는 그녀의 마음은 인간이 가지는 오만함은 결코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동물들도 각자의 역할에 충만했을 뿐,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죽어가는 것이 아닌 사살되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다. 비행을 할 때 조차 길을 잃고 낙오한 얼룩말이 없는지를 찾아보고, 누군가 들려주는 우화에 귀를 기울이며 때로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기까지하는 순수한 그녀의 모습은 책 전체에 가득차 있다.


세상의 모든 적막들은 저마다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아침나절 숲 속에서 다가오는 적막은 잠든 도시의 적막과는 다르다. 비 바람이 몰아치고 난 뒤 느껴지는 적막과 비바람이 몰아치기 전의 적막은 다르다. 84쪽


천천히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찾아보게 되는 부분이 있다. 며칠 전 태풍이 몰아치던 밤이 그랬다. 그때 당시 내가 느꼈던 적막감을 이 책에서 얼핏 보았던 것이 생각났던 것이다. 광활한 초원이나 대자연앞에 나를 맡긴적도, 누군가를 잃거나 고립될 수 있는 상공에 올랐던 적도 없지만 어쩐지 이 책을 읽은 후로는 마치 베밀 마크햄의 인도로 나는 그 곳들을 전부 내가 가보고 느끼고 누군가 내가 잠들 때까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환상에 사로잡힌 것만 같다. 책의 후반부에 이 책의 표제가 되는 ' 이 밤과 서쪽으로'편을 보면 내가 환상에 빠진 것 같다고 느꼈던 삶을 살았던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비행을 하는 것이 대단한것이 아니라 자신은 비행법을 배웠고, 또 그것을 실행에 옮겼을 뿐이라고 말이다. 거만한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의 행동이 특별해지고, 그 삶 자체가 나와는 너무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여길게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에 빠져들고, 또 그것이 '일'이라는 범주에 속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것이 위엄을 갖게된다는 의미였다. 결국 어쩌면 나의 삶도 충분히 그녀처럼 특별한 삶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가 되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너무나 달콤한 환상속에서 나는 이 밤과 서쪽으로 비행했음을 느꼈다. 물론 아직은 그녀의 조종으로 이뤄진 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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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셀프 트래블 - 2018-2019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0
조은정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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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셀프트래블 2018-2019 최신판






​[뉴욕 셀프트래블]은 뉴욕에서 머물던 시절 친구나 지인들이 나를 찾아 방문했을 때, 그들의 취향이나 예산에 맞춰 안내한 경험을 바탕으로 뉴욕의 곳곳들을 소개한 책이다. 그러니 부디 이 책으로 내가 직접 뉴욕을 안내해 주는 듯한 살가움이 느껴지기 바란다.  -prologue-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는 뉴욕을 걷다가 '뉴욕 아트 스튜던츠 리그'를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인문학에 사로잡혀 고전부터 철학까지 어찌보면 이론적인 학문에 심취했었던 그가 붓을 쥐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그리고 처음 그가 그렸던 그림들은 뉴욕의 지하철, 지나가는 사람들 등 우리가 대표적으로 알고 있던 추상표현과는 다른 분위기의 작품들이었다.

내가 만약 뉴욕을 걷게 된다면, 그리고 그곳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머릿속에 갇혀 있던 사고들을 풀어내는 놀라운 광경을 발견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오랜기간 꿈꿔왔었다. 뉴욕에 잠시 동안 어학을 다녀왔던 언니가 추천해준 곳은 자연사 박물관, 모마 브루클린 브리지 그리고 뉴욕공립도서관이었다.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언니였기에 그 장소들과 관련된 책들을 수집하고, 잡지를 스크랩하면서 그렇게 꿈꾸워 왔던게 벌써 10년 째. 이제는 떠나야 할 때다. 특히 이제 막 그림을 취미가 아닌 전공으로 시작한 올해가 딱 좋은 시기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런 내게 딱 맞는 책, <뉴욕 셀프트래블>이 여기에 있다. 


셀프트래블의 시리즈명은 '나 혼자 준비하는 두근두근 해외여행'이다. 그야말로 혼자 준비해도 될만큼 꼼꼼하게, 그리고 꼭 필요한 것만 담아있다. 이제까지 리뷰했던 도쿄, 오키나와편을 보니 믿음이 갔다. 정말 제 집처럼 드나들었던 도쿄의 관한 내용도 전혀 식상하지 않았고, 나 또한 추천하고 싶은 곳들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믿음으로 보게 된 뉴욕편은 나처럼 미술이나 박물관을 탐방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코스도 있고, 당연 여행이다보니 맛집 투어도 있으며 뉴욕하면 거리 축제를 빼놓을 수 없으니 해당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국내에 들어온 프렌차이즈 업체도 많지만 역시 유명 서점도 놓치지 않고 소개되어 있고, 특히 뉴욕 뿐 아니라 전 세계 여성의 로망을 실현해준 <섹스 앤더 시티>와 같은 영화속 장소까지도 소개되었다.



 


"탁 트인 맨해튼 브리지와 좌측의 브루클린 브리지가 보여주는 전망은

그야말로 진정 뉴욕스러운 풍경이다."

199쪽



특히 브루클린 브리지는 언니도 추천해주긴 했지만 영화 <브루클린> 을 보고 난 후 더 큰 애착이 생긴 곳이기도 하다. 인천 월미도 같은 느낌이라고 저자는 말했지만 월미도에는 관람차가 없으니 반드시 꼭 가볼 예정이다. 나단스의 유명 핫도그를 맛보라고도 했고, 브라이턴과 맨해튼 비치를 거닐라고도 추천해줬으니 저자의 조언대로 꼭 그렇게 핫도그를 베어물면서 산책을 해보고 싶다. 물론 브루클린 아이스크림 팩토리에 들려 인공 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은 아이스크림도 8개의 종류별로 먹어볼 수 있었음 좋겠다. 오키나와의 블루씨를 먹었던 것처럼 말이다.


책 앞뒤로 미니맵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저자가 정리해준 스케줄대로 다닐 수도 있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적당히 중간 중간 스킵해가면서 즐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정말 행복했고, 비로소 오랜 꿈이 올해안에는 현실이 될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만큼 생생하게, 그리고 유용하게 꽉 채운 뉴욕 여행가이드 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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