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주례사 - 사랑에 서툰, 결혼이 낯선 딸에게
김재용 지음 / 시루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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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러가지 의미로 결혼을 앞둔, 결혼생활이 고된 여성들에게 한 번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이 네개뿐인건 이 책을 이미 읽거나 앞으로 읽게되면 알게  될 듯 싶다.


결혼안하냐는 질문을 건네는 것이 당사자인 나보다 상대방이 오히려 미안해야 할 만큼 나이를 먹은 내게 결혼은 먼나라의 이야기였다. 그런 내게도 결혼이 곧 찾아올 듯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행복한 엄마. 라는 말이 맘에 들었다.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이기전에 행복한 엄마라는 말이 좋았다. 여기서 행복한 엄마라는 수식어를 제공하는 사람은 자식이 아닌 '본인' 즉, 엄마 스스로 행복해져야 한다는 조건이 특히 맘에 들었다. 자식복, 남편복을 탓할 것이아니라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한데 아직 엄마가 되본적 없는 내가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세상의 엄마들에게 뭐라할 자격은 없지만 탓만하는 엄마들이 실상 많기는 하다. 혹시나 싶어 전제를 두자면, 행복할 수 있는 노력과 여건이 되는데도 탓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 엄마는 어떠했을까. 행복한 엄마는 아니었다. 과거의 우리 엄마는 좋은 엄마였을 뿐 행복한 엄마는 아니었다. 그게 늘 가슴이 아팠다. 독립해서 혼자 살게 된 이후부터는 이따금 나 혼자만 행복한 것은 아닌지, 엄마의 행복을 야금야금 빼앗아 나혼자만 행복하려는 이기적인 딸이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결국 좋은 엄마라고는 했어도 100% 좋은 엄마라고 할 수도 없다. 물론 행복한 엄마가 좋은 엄마냐고 묻는다면 이쪽도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솔직히 엄마가 행복한 엄마이기만 하고 나쁜 엄마였다면 리뷰가 어떻게 변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엄마는 지금분명 행복한 엄마다. 그리고 여전히 좋은 엄마다. 우리엄마가 행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아빠를 탓하고 시댁을 탓하느라 그런 것이 아니었다. 희생이었다. 엄마혼자 참아내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잘못된 희생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그렇다면 <엄마의 주례사>의 저자인 김재용님은 무엇이 달랐을까. 이 분은 신혼 때는 엄한 시어머니, 무뚝뚝한 남편탓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날이 길지 않았다. 행복한 엄마가 되기 위해 스스로 행복을 찾았다. 남편에게 책상을 사달라고 부탁한 후 늦게 귀가하는 남편을 마냥 기다리는 전과 달리 책을 읽고 일기를 썼다.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남편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솔직하게 잘못한 것은 인정했으며 시어머니의 불평의 원인을 되짚어가며 같은 불행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직접 가게를 운영한 이력도 있기 때문에 집에서 살림을 한다는 것의 중요성과 가정주부가 느낄 수 있는 기쁨도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 혼자 나가서 미술관을 다니기도 하고 친구와 만나 맥주 한잔에 마음을 터놓기도 하면서 고립되지 않도록 애쓰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이들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믿어주었지만 대리만족하려 하는 이기적인 부모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자신의 행복을 아이에게 구하려는 것만 버려도 아이들도, 부모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도, 행복한 엄마가 된다는 것도 쉽사리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저자의 말처럼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지나친 자신감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상대가 변하기 전에 먼저 변하려고 애썼던 저자의 모습은 분명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저자의 딸이 인정한 '행복한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어쩌면 독자들의 심기가 불편한 부분이 보였다고 하더라도 저자가 엄마로서 살아온 삶은 가치있는 삶이었다고, 저자의 딸에게만큼은 정말 좋은 엄마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더불어 상황이 더 좋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좋은 엄마로만 살아왔어야 했던 우리엄마에게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예순이 넘은 지금에서야 행복한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엄마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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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주말
시바사키 토모카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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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쿠타가와수상 작가 시바사키 토모카의 단편 8작품이 실린 <곧, 주말>. 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20대후반~30대초 여성이 화자다. 지나치게 평범하게 맞이하는 주말이 있지만 지나치게 특별했던 까닭으로 이미 오래전 지나버린 그저 한번뿐인 주말이 세월이 흘러 지금의 주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주말도 있다. 저자의 말처럼 주말이 배경이라는 것 외에는 특별할 것 없는 '오늘'의 이야기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작품 한 편 한 편을 짤막하게 건드리자면, '여기서 먼 곳'이 아마도 보통의 직장인들의 주말을 대하는 자세, 즉 주말이란 휴식을 뜻하지 않을까 싶다. 회사에 큰 불만이 없더라도 노동자에게는 휴식이 간절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특별할 만한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지금의 내 주말을 패턴을 깨뜨리기란 쉽지 않다. 어디 주말뿐이던가. 설혹 그것이 과거의 짝사랑했던 상대와 관련된 일이라 해도 오늘이라는 일상에 정착해 있다면 과거도, 타인의 시선이 대수랴. '하르툼에 나는 없다'는 아쿠타가와수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라고 했다.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담담한 어조였다. 하르툼은 화자가 가본 적 없는 곳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가보겠다고 버킷리스트에 올린 여행지도 아니다. 그저 쉽게 갈 수 없기에, 지금 이곳과 다른 날씨로 하루하루를 맞이하는 장소다. 그것이 하르툼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발레와 같은 가깝지만 멀고, 멀지만 그다지 멀지도 않은 어떤 '이상'이 아닐까 싶다. 그 다음 작품 '해피하고 뉴, 하지만은 않지만'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 '연예인 걱정은 쓸데없다'였다. 물론 작품속 등장하는 대화처럼 소속사를 잘못만나서 고생길에 접어드는 아이돌들도 있겠지만 삶이란게 결국 스스로 키를 붙잡을 수 없는 상황 혹은 내맡겨버리는 순간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감기때문에 명절에 혼자남은 화자도, 가족도 남편도 다 있지만 찰나의 사소한 실수로 사적으로 통화해본 적도 없는 직장동료의 집에서 명절을 보내는 에츠코도 그냥 그럴 수도 있을 뿐이다. 주말이라고 반드시 연인과 함께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듯 명절에는 가족과 함께 있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럴 수 있는 환경이라면 감사할 일이고. 삶도 마찬가지다. 이건 아닌데 싶은 순간에 바로 잡아야 한다. 아닌데싶으면서도 그대로 흘러가게 되면 단순히 명절에 혼자지내는 외로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도 느끼지 못하는 외로움을 어느 누군가가 더 안타깝게 바라볼 수도 있게 된다. 물론 이조차도 신경쓰지 않고 마이웨이 할 수 있다면 상관없지만.

'개구리 왕자와 할리우드'는 아마도 이 책의 표지에 해당되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다. 소설을 읽기전에 표지를 봤을 때는 도서관이라고 생각했는데  읽고나서 다시보니 도서관보다는 서점에, 그것도 요조가 일하는 서점이 이렇겠구나 싶었는데 파란색 티셔츠인걸 보니 반드시 해당 이야기를 토대로 그린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이성 혹은 나와 결이, 방향이 다른 사람에게 갖는 호기심을 다룬 내용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나머지 네 작품은 지나치게 리뷰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간단하게 책 속 구절로 대신해본다.



이대로 영영 제비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 걱정을 했다니,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나는 제비가 돌아오든 말든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이고 아마도 금방 잊어버릴 테니까. 그저 아주 약간, 불안해졌을 뿐이다. 152쪽 [제비의 날]중에서.


어딘가 틈 같은 데라도 좋으니까 세상의 풍파가 비켜간 곳에서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다. 두 달 후의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나는, 아직은 남의 일처럼 그렇게 생각한다. 184쪽 [나뮤기마의 날]중에서.


"그거, 사줄까"

(중략)

"필요 없어."

(중략)

"왜?"

"이게 어딘가 존재한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됐어." 209쪽 [해안도로]중에서.


자기 이외의 것은, 자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것.257쪽 [지상의 파티] 중에서.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안에서, 혹은 내가 무작정 세워둔 나의 이상향안에서 갇힌 상태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주말. 이제 막 주말을 벗어난 월요일 밤. 이 책의 리뷰를 더 미루지 말자고, 대충이라도 적고자 했던 것은 내 스스로에게 다시금 다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너무...갇히지 말자. 쉬자. 주말에는. 내 방식대로.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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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 마카롱을 먹기로 했다 - love is life
다이애나 리카사리 지음, 딘다 퍼스피타사리 그림, 카일리 박 옮김 / FIKA(피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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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리카사리와 딘다 퍼스피타사리의 일러스트가 담긴 <그래서 오늘, 마카롱을 먹기로 했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마카롱처럼 알록달록 예쁜 책이다. 책의 내용또한 마찬가지다. 엄청나게 놀랍거나 가슴을 도끼로 깨는듯한 구절들이라기 보다는 마치 마카롱을 한입 베어물었을 때의 그 달달함, 한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조금씩 베어물면서 오래도록 맛보고 싶은 그런 책이다. 책에 담긴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선 행복은 우리 삶의 종착지 혹은 목표가 아니라는 말은 언제들어도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된다. 지금 행복해야 한다는 말, 내가 행복하다고 결정하는 순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은 행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내 모습을 반성하게 한다. 안그럴려고 해도 행복해보이는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의 저자와 일러스트레이터 역시 SNS 인플루언서로 어떻게보면 타인들의 부러움이 책을 출간하게 된 거름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그저 부러워기만 할 게 아니라, 저자들이 느끼는 행복이 결국 마음먹기에 따라 그 순간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다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행복해지기로 결정하는 것은

당신을 위해 누군가가 내려준 결정이 아니에요.

자기 자신을 위해 내리는 판단이에요.

진정한 행복은 모든 시간이 행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웃으며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때

이루어지는 거예요.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는 해도 사실상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현실에서 나만 행복하고자 결심한다고 행복해지기란 쉽지 않다. 특히 여러번 부탁하고 애원해도 달라지지 않는 배우자, 혹은 이성친구. 심지어 아예 불만사항을 토로할 수 없는 직장상사나 선후배 사이라면 그 고충은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아침에 웃고 나왔다가도 저녁에는 누군가를 미워하느라 스스로에게 상처를 낼 때도 있다. 책에서는 나부터 변하자, 그러면 그런 모습에 타인들도 변할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렇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분명 내가 태도를 달리하고 내가 변했을 때 놀라운 것은 상대방이 더이상 어떻게 행동하더라도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쌍하고 가련하게 바라보기, 못된 역할을 맡고 있을 뿐이라고 설정하기 등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니긴 해도 중요한 것은 반드시 상대방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대에게는 하찮거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일일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당연한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세상이 당신 중심으로만 돌아간다고 생각하지 않기'만으로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Before you criticize someone, accept that someone might respond or criticize back. Criticism works both ways.

Don't think that this world is only yours to say.




 * 컬러박스에 담긴 글들은 책 속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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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일 10가지 - 캐롤 수녀가 전하는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오늘부터 해야 할 것들>
캐롤 재코우스키 지음, 공경희 옮김 / 홍익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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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를 준비해달라는 학교 요청에 리스트를 작성하게 되었다는 캐롤 수녀. 리스트를 작성한다는 것은 수녀님의 말처럼 그 주제가 무엇이든간에 재미지다. 스무살 시전에는 20대에 해야 할 일들, 서른에는 30대에 해야 할 일들, 사회생활을 한 이후에는 목돈 모으기등과 관련된 리스트 등 다양하다. 특정 시기, 장소나 상황이 아닌 '살면서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일'은 그래서 더 없이 기대가 되어 읽어보고 싶어졌다. 저자인 수녀님의 말에 의하면  이 책을 읽고 자신만의 리스트를 꼭 만들어보라고 하셨고, 그럴 수 있는 공간이 본문에 실려있다.


챕터가 나눠져 있지만 통합적으로 이야기 해보면 결국 스스로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내가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지 등도 모두가 '자발적으로'해야 하는 것들이다. 특히 주변에서 재미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오히려 늘 분노에 가득차있거나 툭하면 남의 험담을 늘어놓거나 회사, 가족에 대한 불만으로 대화하는 것 자체가 피곤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방법은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혹은 함께 해줄 사람이 없어서라는 건 결국 핑계다.


책에서 인용한 파스칼의 말처럼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있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고, 지금 행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데레사 수녀님의 말씀을 보아도 그렇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다는 이유로, 그런 익숙함으로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해 설레이지도 호기심도 없는 것이라고.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도 내 방, 내 책상에서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중간중간 해볼 수 있다. 그런가하면 결혼과 독신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수녀님은 수녀여서 가장 좋은 이유가 '왜 결혼하지 않는지'굳이 해명하거나 변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연하면서도 독신인 여성들에게는 부러운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수녀님은 일생에 한 번 쯤은 수녀처럼 살아보기를 권하는데 고독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껴볼 수 있고 무엇보다 혼자만의 세계에 들어가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서의 중요성과 필요성, 하루의 마무리는 글쓰기가 되어야 하는 이유 등도 연관되어 있다. 수녀라는 직분덕분에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것들이 사실 상 누구나 살아가면서 필요한 활동이라는 거였다.


결국 이 책은 수녀님이 쓰신 책이지만 누구라도 읽으면 좋은 책이구나 싶었다. 종교를 가지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하신다. 자신의 양심대로 이웃과 나누며 스스로 재미를 찾아 다니는 사람, 그러면서도 조용하게 자신을 둘러볼 수 있는 고독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 <살면서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일 10가지>는 결국 행복하게 사는 삶으로의 출발이자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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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미술 100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100
차홍규.김성진 지음 / 미래타임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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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명화 작품을 무심코 보고 감상하는 것보다 예술가의 발자취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그림의 뜻을 알고 이해하면 어떤 드라마나 소설보다도 더 극적이고 재미잇는 인상적인 시대의 오브제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그래서 거장들의 명화를 보고 그 안에 숨겨진 경이로운 스토리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머리말-


서양미술 100은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의 문을 연 조토 디 본도네를 시작으로 추상표현 미술의 거장 현대미술가 잭슨 폴록까지 총 100인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존에 알고 있던 작가들도 있었고, 작가는 알았지만 작품을 모르거나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들도 상당했다. 서두에 옮긴 머리말 속 저자의 말처럼 작가에 대해, 작품뿐 아니라 작가에 대해 아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딱히 좋고 싫고의 문제를 떠나서 기괴하다는 이유로 작품 자체를 꺼렸던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베르툼누스>와 같은 작품이 그랬다. 작가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어떤 까닭으로 꽃과 과일등을 조합하여 인간의 얼굴을 구성햇는지 이해해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그림이 너무 무서웠다. 주세페 아르침볼도가 이와 같은 그림을 그리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무엇보다 꽤 젊은 시절부터 그림의 두각을 나타냈지만 지나치게 젊다는 이유로 기득권층이 지배하는 사회속에서 제대로된 정보마저 남아있지 않고 후대에 이르러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아시다시피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와 조각은 종교화인 경우가 많다. 오래 전 유럽 여행중에 만난 종교화와 그 작가들을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었는데 보티첼리의 동방박사의 경배,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등이 그렇다. 모나리자의 경우는 세월이 흐를수록 의견이 더 분분해지는 작품 중 하나라서 이 책에서도 이에 대해 공통된 의견과 추측성 의견에 대해 각각 이야기 해준다. 별도의 책으로 이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플랑드르 회화에 관해서는 피테르 브뤼헐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안타깝게도 이 화가 역시 생애에 대해서는 아렬진바가 거의 없고 네덜란드 속담 100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네덜란드 속담>이 실려있어 그림 속 인물들과 상황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나중에 100가지의 속담에 관해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작가들보다 <바벨탑>이 가지는 이미지와 분위기를 가장 잘 그려내지 않았나 싶다. 캡션에 적힌 것처럼 브리헐은 '인간의 그릇된 욕망이 거대한 바벨탑으로 나타났음을 강조'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가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표지로 잘 알려진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도 만날 수 있다. 궁정에 머무는 동안 탄생시킨 이 작품은 워낙 대작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그 소설의 내용을 아련하게 떠올리는 매개체로서의 역할로 다가온다. 그런가하면 작품의 배경이 한국에 있었던 가슴아픈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 호의 뗏목>이란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책에서도 현대판 세월호 사건이라고 말할 만큼 이 작품은 실제 있었던 난파된 배에서 생존하기 위해 인육을 먹을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을 담고 있다. 실제 이 사건과 관련된 책을 읽었었는데 당시의 군인으로서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의 증언이 읽기만 해도 안타까움이 전해졌었다. 부와 계급으로 인한 인권유린이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어진다는 사실이 더 속상하다. 작년 나오시마 섬을 여행할 때 지중미술관에서 보았던 모네의 <수련>도 역시나 실려있다. 미술관 매표소에서 입구까지 실제 수련심은 개울을 지나오면서 아무리 잘 표현해도 실제, 자연 그대로의 모습만큼은 아니구나 싶으면서도 세밀화가 아닌데도 정말 잘표현했구나 싶어 놀라기도 했었다. 책을 통해 알게된 사실은 모네가 백내장에 걸려 시력이 거의 악화되었을때까지도 수련을 그렸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시기에는 거의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수련 그림이 마치 안개처럼 뿌옇게 표현되었다고 하는데 노화가의 그 투혼이 그저 멋지고 존경스럽다.


 

최근에 영화로 더 많이 우리에게 각인된 고흐의 이야기도 담겨져있고 현대 미술가의 경우는 이미 친숙해진 작가은 빠짐없이 실려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위의 리뷰에 담긴 것처럼 내가 몰랐던 작품에 대한 이야기,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였고, 좋아했던 작품을 책을 통해 '소장'할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작품만 따로 스크랩하기에는 책의 구성과 내용이 알차서 그럴 순 없지만 이 책을 통해 큰 깨달음은 역시나 알지도 못하면서 싫어하거나 기피했던 작가들의 재발견이지 싶다. 혹시 싫어하는 작가가 있다면, 혹은 좋아하는 작가인데 설마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책 <서양미술100>을 펼쳐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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