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주례사 - 사랑에 서툰, 결혼이 낯선 딸에게
김재용 지음 / 시루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여러가지 의미로 결혼을 앞둔, 결혼생활이 고된 여성들에게 한 번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이 네개뿐인건 이 책을 이미 읽거나 앞으로 읽게되면 알게  될 듯 싶다.


결혼안하냐는 질문을 건네는 것이 당사자인 나보다 상대방이 오히려 미안해야 할 만큼 나이를 먹은 내게 결혼은 먼나라의 이야기였다. 그런 내게도 결혼이 곧 찾아올 듯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행복한 엄마. 라는 말이 맘에 들었다.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이기전에 행복한 엄마라는 말이 좋았다. 여기서 행복한 엄마라는 수식어를 제공하는 사람은 자식이 아닌 '본인' 즉, 엄마 스스로 행복해져야 한다는 조건이 특히 맘에 들었다. 자식복, 남편복을 탓할 것이아니라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한데 아직 엄마가 되본적 없는 내가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세상의 엄마들에게 뭐라할 자격은 없지만 탓만하는 엄마들이 실상 많기는 하다. 혹시나 싶어 전제를 두자면, 행복할 수 있는 노력과 여건이 되는데도 탓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 엄마는 어떠했을까. 행복한 엄마는 아니었다. 과거의 우리 엄마는 좋은 엄마였을 뿐 행복한 엄마는 아니었다. 그게 늘 가슴이 아팠다. 독립해서 혼자 살게 된 이후부터는 이따금 나 혼자만 행복한 것은 아닌지, 엄마의 행복을 야금야금 빼앗아 나혼자만 행복하려는 이기적인 딸이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결국 좋은 엄마라고는 했어도 100% 좋은 엄마라고 할 수도 없다. 물론 행복한 엄마가 좋은 엄마냐고 묻는다면 이쪽도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솔직히 엄마가 행복한 엄마이기만 하고 나쁜 엄마였다면 리뷰가 어떻게 변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엄마는 지금분명 행복한 엄마다. 그리고 여전히 좋은 엄마다. 우리엄마가 행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아빠를 탓하고 시댁을 탓하느라 그런 것이 아니었다. 희생이었다. 엄마혼자 참아내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잘못된 희생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그렇다면 <엄마의 주례사>의 저자인 김재용님은 무엇이 달랐을까. 이 분은 신혼 때는 엄한 시어머니, 무뚝뚝한 남편탓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날이 길지 않았다. 행복한 엄마가 되기 위해 스스로 행복을 찾았다. 남편에게 책상을 사달라고 부탁한 후 늦게 귀가하는 남편을 마냥 기다리는 전과 달리 책을 읽고 일기를 썼다.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남편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솔직하게 잘못한 것은 인정했으며 시어머니의 불평의 원인을 되짚어가며 같은 불행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직접 가게를 운영한 이력도 있기 때문에 집에서 살림을 한다는 것의 중요성과 가정주부가 느낄 수 있는 기쁨도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 혼자 나가서 미술관을 다니기도 하고 친구와 만나 맥주 한잔에 마음을 터놓기도 하면서 고립되지 않도록 애쓰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이들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믿어주었지만 대리만족하려 하는 이기적인 부모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자신의 행복을 아이에게 구하려는 것만 버려도 아이들도, 부모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도, 행복한 엄마가 된다는 것도 쉽사리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저자의 말처럼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지나친 자신감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상대가 변하기 전에 먼저 변하려고 애썼던 저자의 모습은 분명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저자의 딸이 인정한 '행복한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어쩌면 독자들의 심기가 불편한 부분이 보였다고 하더라도 저자가 엄마로서 살아온 삶은 가치있는 삶이었다고, 저자의 딸에게만큼은 정말 좋은 엄마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더불어 상황이 더 좋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좋은 엄마로만 살아왔어야 했던 우리엄마에게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예순이 넘은 지금에서야 행복한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엄마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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