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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아서 할게요
박은지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5월
평점 :

박은지 작가의 책, <제가 알아서 할게요>의 부제는 '세상의 오지랖에 맞서 진짜 나로 살아가는 법'이다. 어찌들으면 저자 또한 누군가에게 '오지랖'넓게 말을 건넨다고 느껴지는 부제이기도 하다. 물론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대다수가 공감하는 오지라퍼에게 대항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일수도 있겠다. 그리고 오지라퍼에게 대응할 수 있다라는 것은 삶의 매 순간이 선택임을 아는 우리에게 그 주도권을 스스로가 지켜갈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저자 역시 젊은 시절에는 주변사람들의 조언에 흔들리던 때가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만약 그런 시절이 없었다면,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전전긍긍해본 적 없었더라면 애초에 이 책이 나올 여지조차 없었던 셈이다. 1장 '제 행복은 제가 고를게요'편은 저자가 들었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오지라퍼들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같이 공부를 하고 졸업한 친구들은 모두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는데, 혼자서만 마치 백수처럼 보이는 삶을 사는 것 역시 초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41쪽
3년정도 일을 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자발적인 퇴사의 결과였고, 구직활동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 내게 무슨일을 하냐고 물으면 당당하게 백수라는 말 대신 '놀아요. 진짜 놀아요. 쉬거나 멍때리는 게 아니라 정말 즐겁게 놀아요.'라고 대꾸했었고, 허세가 아니라 진짜 제대로 잘 놀았다. 겁이 많아 해외여행은 커녕 제주도 여행도 못했던 내가 유럽5개국을 다니고, 당일 티켓을 구매해 타이페이로, 또 일본으로 그렇게 여행을 했었다. 잘 논다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에 중학교 이후로 처박아둔 플룻 레슨을 받기도 했고 번역학원에 등록해서 몇 달 간 밤새가며 과제를 하기도 했다. 초조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애초에 '잘 놀아요'란 표현을 세 번이나 강조한 것은 초조함을 감추기 위한 방패였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아니라고 하면서도, 주변사람들의 말에 신경쓰지 말자 하면서도 중간중간 저자가 위의 발췌문처럼 불안한 기색이 보일 때면 오히려 더 공감이 되고 저자의 대처방식이 결코 가볍지 않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장 '이런 칭찬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편에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살빠졌다'라는 말이었다. 성별을 가르고 싶진 않지만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저자는 살빠졌다는 말의 기분좋음은 반대의 상황, '살쪘다'는 말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부정할 수 없다. 살빠졌다는 말에 부정하면서도 은근히 웃음이 난 적 있을 것이다. 반대로 살쪘다는 말에는 격하게 동조하면서도 헤어져 돌아올 때면 심각하게 거울을 들여다보게 되고 급기야 도대체 그런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저의가 무엇이었나 상대방을 비난하기에 이른다.
다만 주변의 좋은 사람들 속에서 몇 킬로그램 찌고 빠지는 게 그리 특별한 화젯거리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굳이 누군가 지적하지 않아도, 다이어트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쉽게 벌어날 수 없는 강박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83쪽
3장 '결혼에 조언은 필요 없어요' 의 내용은 마치 SNS에 넘치게 올라오는 결혼,연애에 관한 페이지를 옮겨놓은 듯 친근했고, 그만큼 씁쓸했다. 실제로 한 때마다 진지하게 결혼을 고려했을 때 주변사람들의 조언에 휘둘리며 상대방의 진심을 오해하고, 심지어 내 생각마저 오지라퍼들의 생각에 맞춰가려했던 과거가 떠올라 정말이지 결혼에 있어서는 '조언'이 필요없다고 격하게 공감하며 읽었다.
최대한 모든 것을 두 사람이 독립적으로 진행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싶을 정도로 주변에서 던져주는 화두는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그 시간대, 그 음식, 그 위치, 그 콘셉터 등)은 어른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64쪽
결혼준비를 했거나 나처럼 심각하게 고려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만큼이나 맞장구쳤을 내용이다. 지인 중 한 명은 아예 대놓고 결혼식의 주인공은 그들의 부모란 것을 망각했을 때 다툼이 발생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의 주인공은 신랑신부가 맞다. 시간이 흐른뒤 어느 누구도 식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끈질기게 문제삼는 어른들이 있다한들 그들에게 '불만없는 결혼식'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해결 될 부분이다. 결혼식이 어찌저찌 넘어간다 하더라도 신혼생활에 간섭하려는 사람들은 또 왜그리 많은가. 읽으면서 저자가 만났던 오지라퍼를 나도 만났었고, 아직 만나지 않은 오지라퍼들을 결국 한 번은 만날 수 밖에 없겠구나 싶은 마음에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 역시 지나친 오지랖이다 싶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이 책을 통해 예방접종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오지라퍼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My Way'할 수 있는 예방접종, 당신에게도 아마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