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동경
정다원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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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여름날 마당 한가운데 앉아서 흐르는 물에 소면을 건져먹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국수를 워낙 좋아해서 종종 혼자서 소면을 삶아 엄마가 만들어준 비법간장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는데도 신기하게 소면하면 내가 줄곧 해먹던 소면이 아니라 그때 보았던 장면들이 먼저 떠오른다. 정다원 작가의 <소소동경>에도 이런 내용이 등장한다. 그릇에 담아서 한그릇 식사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에서 보던 바로 그장면, 대나무 수로를 따라 흘러내려오는 소면을 개인접시에 건져올려 먹는 식당을 저자가 다녀온 것이다. 일행은 아니지만 아이들 손님 덕분에 더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는 글을 보며 아이들이 식당에 등장하면 '맘충'을 마주하게 되진 않을까 신경부터 쓰게되는 현실과 비교하니 더더욱 부러워졌다.


<소소동경>은 한달미만의 짧은 여행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4년, 어느 누구도 결코 짧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기간, 4년을 동경에서 지낸 저자의 그야말로 소소한 동경의 풍경이 담겨져 있다.  살아보고 싶다던 키치죠지에 안타갑게도 거주자로서 머물지 못했다고 할 때에는 마치 내일처럼 아쉬웠다. 키치죠지는 저자의 말처럼 다양한 매체에서 살아보고 싶은 동네로 그려지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키치죠지도 마찬가지다. 신구문화의 장점만 쏙 담아둔 곳인데다 으리으리한 명품으로 가득차서 고급진 느낌이 아니라 어느 하나 흠잡을 수 없이 조화로운 분위기가 그야말로 '고급주택가'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반면 한칸 짜리 열차를 타고 들리게 되는 익숙하고 정겨운 분위기의 주택가를 만나는 것도 나역시 추천하고 싶은 코스다. '칭칭텐샤'. 딩딩딩 소리를 일본어로 칭칭이라 하고 전차를 말하는 텐샤를 합쳐 그렇게 부른다.(참고로 이 표현은 책에 나오진 않는다.) 언니가 처음 유학생 신분으로 일본에 있을 때 내게 꼭 태워주고 싶었다고 했던 열차다.이 책의 저자도, 우리언니도, 그리고 나까지 무조건 강추하는 만큼 별거 아니라고 그냥 지나쳤던 분들도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 흔히 일본에가면 오코노미야끼를 많이 먹는데 저자가 알려준 좀 더 국물이 자작한 메뉴 혹은 이탈리아 나폴리가 아닌 일본에 자리잡은 나폴리 피자등을 도전해보는 재미도 기대된다.(사진참조)


*한국에는 창가의 토토 삽화가로 잘 알려진 이와사키 치히로 생가 방문도 저자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추천하고 싶다.


*일본하면 역시 선술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책페이지를 열자마자 마음에 쏙 드는 '마스터'와 마주할 수 있다.


<소소동경>을 읽으면서 참 마음이 편하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기분좋은 감정이 떠나질 않았다. 취향이 비슷했을 수도 있지만 여행지에 대한 애정과 삶에대한 여유가 저자에게서 느껴져서 좋았다. 아주 특별한 경험, 흔하게 접하기 어려운 드라마틱한 행운이 아니라 좋게 보려고 하는 마음과 좋지 않은 것을 너무 오래 부여잡고 있지 않는 저자의 방식이 자칫 시시하거나 단조롭게 보일법한 동경의 소소함을 잘 살려주었기 때문이리라. 이제는 너무 뻔하다는 동경, 여러가지 이유로 꺼린다는 동경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보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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