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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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서점 #이비우즈 #인플루엔셜 #도서협찬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화사하게 칠해진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 무리가 선반에서 기대감 어린 눈으로 나를 엿보고있었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열어봤더니 그 안에서 더 작은 인형이 나타났다. 그것도 열었다. 열고 또 열었다. 145쪽

이비 우즈의 소설 <사라진 서점>이 내게 어떤 작품이냐고 묻는다면 위의 발췌문을 그대로를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서평을 적을 때 개인적 감상이 빠질 순 없지만 가급적이면 공감할 수 있거나 놓치지 않았으면 싶은 내용을 언급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등장하는 인물이나 장소, 무엇보다 소재인 서적과 책방까지모두 나의 최애들로 이뤄져있기에 마트료시카를 ‘열고 또 열’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존재하고, 다녀왔던 서점과 조이스라는 인물은 내게 영문학을, 더블린이라는 도시에 빠지게 만든 장본인이자 십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더블린에서 머물렀던 날들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소재를 가져와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엮는 일은 결코쉽지 않다. 또 현실성이 전혀 없어도 오래도록 간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라진 서점>은 한 여성이 여성이라는이유로 받아야 했던 부당함과 폭력, 서점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생계와 로망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 있을거라 기대하는 또 다른 작품을 추적하는 과정까지 장르는 달라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말에도 이런 감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말해주는데 ‘희귀 서적이 활발하게거래되던 시절에 탄생한 서점의 이야기에 마법과 미스터리, 로맨스를 곁들여 쓰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490쪽)라고 말한다.

‘독자여, 다락으로 가시오.’
나는 숨을 죽인 채, 읽고 있던 책을 가슴에 바짝 붙였다. 정말 으스스했다. 시계를 보았다. 밤12시 1분. 다시 책들을보니, 도드라지게 반짝이는 낱말 없이 아까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무해해 보였다. 비밀스러운 메시지 같은 건 없었다. 그냥 무시하자, 하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눈이 피곤해서 헛것을 본거야. 337쪽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 한 인물에 동화되어 그 인물이 바라보는 상황과 결말을 두고 이야기하기 싶지만 이 책은 이런 점에서 도저히 어떤 인물이나 관계에 대한 서사를 요약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서평이 다소 두리뭉실한 것 처럼 느껴질테지만 일단 읽어보면 알 것 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어떤 미사여구도 틀림이 없을 뿐 아니라 ‘읽었으니빨리 이야기해봅시다’란 제안을 하고 싶어질 것이다.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책이다.

#신간 #추천 #소설 #읽기 #독서 #서점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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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
세달 닐리.폴 레오나르디 지음, 조성숙 옮김 / 윌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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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AI, 코딩 그리고 알고리즘과 관련된 키워드와 무관한 직업이 있을까. 세달 닐리, 폴 레오나르디의 <AI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 The Digital Mindset>을 읽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면서도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분야가 늘어나거나 소멸되기 때문에 반드시 디지털 마인드셋이 필요하다고는 보았다.

'마인드셋'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취하는 나름의 접근 태도이다. 당신이 무언가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따라 그것을 생각하는 방식도, 그것이 지니는 의미도, 대응하는 행동도 달라진다.

그러므로 '디지털 마인드셋'은 바꿔 말하면 데이터와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한 우리 나름의 접근법을 의미한다. 21쪽

사내에서 업무와 무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대화형 AI가 실제 인간보다 훨씬 더 경제적인 이익뿐 아니라 고객을 비롯한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에게도 편의를 넘어선 만족도가 올라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는 동안 관련 물건이 나오는 것을 넘어 내가 원치 않았던 내용들이 별도의 설정없이도 알아서 사라지는 이유는 우연의 일치였을까. 생성형 AI의 대표적인 Chat GPT는 관련 업계 종사자나 전공생들 뿐 아니라 영유아를 양육하는 엄마들도 도서관이나 육아지원센터에서 무료로 교육을 받는 실정이다. 그런데 정작 이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도 제대로된 디지털 마인드셋을 하지 않으면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책을 읽으면서 초반부터 저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생각의 전환이다. AI는 결코 인간이 아니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지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통합적 접근에는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이를 제대로 활요하기 위해 우리가 배워야 할 관련 용어나 기술등에 대해 완벽하리만큼 준비하고 활용한다면 좋겠지만 30%만 숙지해도 충분하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AI도 젠가 게임의 탑과 비슷하다. AI 시스템은 서로 의지하면서 거미줄처럼 치밀하게 얽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데이터베이스를 재료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젠가처럼 여러 기술 층들을 교차로 쌓아 올려 상호의존하게 해야 한다. 61쪽

디지털 마인드셋을 개발한다는 것은 사내 소셜미디어가 어렴풋하기만 한 정보를 가용한 것으로 바꿔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뜻이다. 95쪽

개인적으로 알고리즘을 포함한 코딩관련 용어나 풀이가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 비전공자이긴 하지만 관련된 일을 했었던 까닭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쓰여졌다. 챕터의 시작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시작된다. 누군가 무언가를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실생활에 자연스레 적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이언맨이 변신하는 모습을 보며 기술적 난해함보다는 편리함과 감탄이 먼저 나오는 것과 같다.

모든 디지털 시스템은 끊임없이, 당신이 통제할 수 없 는 방식으로 진화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디지털 시스템을 수시로 변화하는 기술 스택으로 이뤄진 생태계로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술 스택을 관리하는 사람들도 계속해서 변화한다. 180쪽

일차적으로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용어나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읽어도 좋지만특히 디지털 마인드셋을 기르기 위함이지만 일반적인 업무나 알고리즘을 구현하는데에 꼭 필요한 부분으로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결코 디지털 기술과 무관한 일을 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혹 이전에 혹은 최근까지 검색했던 키워드 중 AI, 알고리즘, 코딩, 봇, 보안, 디지털 경제, 블록체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 책을 우선 읽어보면 된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더 많이 공부해도 좋지만 가장 기본적인 30%는 이 책으로 충분히 습득 및 활용가능하다.

#윌북 #AI나를위해일하게하라 #디지털마인드셋 #디지털 #알고리즘 #AI #통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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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업 캐피털리즘 - 시장급진주의자가 꿈꾸는 민주주의 없는 세계 Philos 시리즈 30
퀸 슬로보디언 지음, 김승우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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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구의 표면은 이미 다들 분할되었다. 새로운 국가를 세운다는 것은 기존 국가들로부터 땅을 빼앗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151쪽

자유지상주의란 무엇일까. 민주주의를 넘어 경제적 자유를 더해 무정부주의와 일치하진 않지만 저자가 소개해주는 구역(국가 혹은 특정 지역)을 보면 무정부주의라기 보다는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보다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1부, 섬들 편에서 등장하는 홍콩과 런던 그리고 싱가폴에 이를때까지만 해도 '재미있다'정도는 아니었다. 2부, 부족들, 특히 리히텐슈타인의 매력이 '현금으로 나라를 구매한 그 기원에서 찾을 수 있다'(198쪽)를 읽기 시작하면서 서두에 밝힌 자유지상주의가 어떻게 권력을 쥐고 국가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부터가 논핀셕이 아닌 픽션처럼 다가왔다.

책에 실린 1789년경 유럽 정치체의 모자이크 삽화를 보면 리히텐슈타인의 크기는 인쇄할 당시 실수로 착각할 정도로 스위스 인근의 작은 점에 불과하다. 군주제의 나라로 재벌이나 경제관련 드라마에서 자주 마주하던 '페이퍼컴퍼니'의 거점이자 조세회피처로서의 역할을 다진 곳이기도 하다. 첩보물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군부조직들의 자금까지 자유로이 이동되는 곳이지만 의외로 자금이 사람, 시민에게는 철저하게 닫는 등 1984년까지 여성에게는 참정권도 주지 않았다는 점이 더 극적이었다. 그런가하면 소말리아의 상황은 더 기이하다.

소말리아는 몇몇이 "정부 없는 통치"라고 보르는 상황을 사람들이 어떻게 적응하는 지를 보여 주는 장소가 되었다. 238쪽

영화 <모가디슈>를 통해 전쟁이란 단어가 그렇게 쉽게 도시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지를 보긴 했지만 여전히 소말리아의 모습은 특정 경제구역의 성공보다는 폭력이 난무하는 부정부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를 여러가지 이유로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시민들에게 보장되지 않은 많은 사항 중 교육이 포함되어 있어서라고 생각했다. 이어지는 '두바이'와의 연결과정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기분마저 들었다.

1938년 어느 언론인이 말하길, "한 나라로 볼 때 리히텐슈타인은 독립국가라 하기에는 너무 작다. 하지만 국부로 본다면 매우 크고, 실질적으로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중 그 규모가 가장 크다. 201쪽

두바이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자본으로 할 수 없는 것은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돈을 가진 사람에겐 천국이지만 셀 수 없을 정도의 자본을 가진 권력자가 세운 규정의 엄중함도 느끼게 된다. 두바이는 그야말로 자본으로 계급을 포함한 모든 것을 정해놓은 구역이었다.

의결권을 가진 주식은 두바이에서 경매를 통해 판매될 것이다. 내부 반란은 용납되지 않고 정치 혹은 미권의 자유 또한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266쪽

책의 결론에 이르러 초반에서 언급했던 내용이 이어지면서 내가 들었던 생각은 분명 나는 시장급진주의자가 될 수 있을 만큼의 자본은 결코 가질 수 없지만 동시에 그들이 자본을 가지고 민주주의를 포함한 국가의 역할과 보장마저 무색하게 만들정도의 저임금으로 고통받고 있지 않음을 여실히 깨달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서우리만큼 극적인 이 상황들을 때때로 웃으면서 받아들일 순 없었을 것이다. 동시에 역자의 말처럼 이런 내용들을 북한의 나선특수경제구역으로 가져야 바라보자면 자세를 고쳐앉을 수 밖에 없다. 주요 내용인 1부와 결론을 후기에선 언급하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니 한국어판 서문과 역자 해제까지 알차게 담아낸 책을 직접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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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루이 스카의 탈출기 이야기
장 루이 스카 지음, 이인섭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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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하느님께서는 왜 당신 백성을 위해 행동하시는 것일까? 그 이유는 명백하다. 이스라엘 백성의 선조인 아브라함, 이사악 그리고 야곱과 맺으신 계약 때문이다. 87쪽

성서를 읽다보면 유사한 구절이 등장할 때가 있다. 다름아닌 강조하는 부분인데 위의 발췌문을 보면 다름아닌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란 표현인데 이 부분이 사실 이전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었다. 그러다 자녀를 양육하게 되면서 이 약속이, 나 이전에 맺으신 약속으로 인해 내가 받게 되는 자비와 은총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느끼게 되었다. 왜냐면 내 아이가 나로 인해 나와 배우자의 부모로부터 받게되는 사랑과 자비를 바로 눈앞에서 보게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간접체험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다름아닌 성서다. 이 책 탈출기는 어쩌면 바로 이 부분, 주님께서 핍박받는 이스라엘의통곡을 들으시고, 그냥 놔두시지 않으셨으며, 여러번 주님을 배신하는 그들을 모세의 간청으로, 이미 맺으신 약속으로 마음을 돌리시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또 탈출기가 맘에 새겨지는 또 다른 이유는 ‘파라오의 완고함’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집트 재앙 이야기는 오직 하느님께서만 성공하시고 또한 마음을 꿰뚫어 보신다는 것을 증거한다. 그분께서 파라오의 마음도 그렇게 만드시며, 파라오가 자신의 패배를 향해 가는 순간까지 그렇게 반응하도록 하신다. 103쪽

완고해지는 것은 주님의 뜻이 아닌 내뜻을 고집하는 것이고, 기다림과 낮아짐과는 정반대되는 마음가짐이다. 파라오는 결국 아들마저 잃고서도 그 완고함을 내려놓지 못했다. 파라오가 그럴수밖에 없음을 이미 꿰뚫어보시는 주님은 어떤 이유에서 그러셨던것일까, 왜 그 완고함을 풀어주시지 않았을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주님의 뜻이 아니라 그야말로 파라오의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책의 강점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사실 파라오의 완고함을 언급하는 관련서는 많았지만 이 부분을 이렇게 분석하며 완고함의 과정을 풀이한 책은 드물기 때문이다. 파라오가 완고해지는 과정을 보면 우리가 죄 가운데 살면서 반성을 하면서도 쉽사리 다시 되돌아가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세 번째 주제인 7장 하느님과 모세편을 보면 우리가 어떤 기회나 변화앞에서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를 도구로 삼아달라는 기도 구절을 종종 마주하게되는데 진정한 믿음과 겸손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기도라고 생각한다. 모세의경우도 5번의 회피, 저자의 말처럼 거의 거절에 가까운 회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모세를 도구로 세우신 이유가 있다. 이전의 선조들에게서 이어지는 것과 동일한 것이 아닌 더 발전된 단계라는 표현에 다시금 모세가 걸어온 길을 바라보게 된다. 성경을 있는 문자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시대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느님을 계속 보기 위해서는 그 분을 뒤따라가야만 한다. 멈추는 것은 곧 안내하시는 분을 더는 볼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하느님께서는 여정 가운데 계시고, 그 여정에서 모세와 백성을 앞서신다. 주님께서 걸어가신 길 위에서 그분을 따라 걷는 것이 ’그분의 등을 볼 수 있게‘한다. 134쪽

탈출기를 통해 우리는 긴 고난의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모세를 보면서 가나안땅에 들어갈 수 없음을 보며 주님의 뜻과 내 바람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도 알고 있었다. 파라오였던 적은 그렇게 많으면서도 한 번도 내가 모세가 될 수 있거나 그럴 순 없다고 생각해왔는지 모른다. 장 루이 스카의 <탈출기 이야기>는 내가 그어놓은 한계를 넘어 주님의 뒤를 따라걷는 참된 순종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어디에서 끝날지 알 수 없는‘(272쪽) 여정을 주님을 따라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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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바다 암실문고
파스칼 키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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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바다 #파스칼키냐르 #음악소설 #연애소설 #소설 #문학

사랑 바다.
사랑, 음악, 바다 그리고 죽음. 이라고 생각했다. 주말 한달 동안 출퇴근길 그리고 점심을 혼자 보낼때면 늘 사랑 바다를가지고 다녔다. 그렇게 읽고 다시 앞쪽으로 돌아와 다시 반복하며 읽은 동안 ‘사랑 바다’가 사랑 그리고 바다가 아닌 무언가 엄청난 양을 표현할 때 붙이는 ‘바다’로 느껴졌다. 울고 불고 하면서도 경험하지 못하면 알 수 없다고 당당하게 소리칠수 있는 그런 사랑, 아무나 할 수 없는 사랑이 소설에 가득했고 다양한 사랑들이 ‘변주’되어 작품안에 가득 차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주요 인물들의 서사가 대단해서, 혹은 몇몇 문장이 아득해질만큼 차올라서 오래 기억되기도 하지만 사랑 바다는 양쪽 모두를 포함하고 있었다. 연주자이자 필경사이기도 하며 동시에 한 여자의 모든 것이자 그녀의 모든 것을사랑한 남자 하튼과 그 여자 튈른의 이야기에 주목할 수도 있지만 잠시 등장했다 이내 죽음으로 흔적을 지우는 배역으로치면 단역들마저 예사롭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매일 꿈을 꾸면서 모든 꿈은 아니더라도 어떤 꿈은 신의 편지처럼 느끼는 내게 다음의 문장은 크게 각인되었다.

기도란 낮에 꿈꾸는일이 아니던가? 꿈꾸는 건 밤에 기도하는 일이 아니던가? 불경한 나는 기도하러 갔다. 어느 성당에 들어가서 어느 열 끝 한쪽 구석에 앉았다. 희미한 어둠은 이내 익숙해졌고, 먼 곳이 내려앉더니 소멸했다. 나는 어려서부터길든 이 습관을 여태 간직하고 있음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나를 신들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도(...) 98쪽

그런가하면 한 사람이 사라지는 장소가 바다 혹은 강과 같은 물이었을 때 이를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시선이 처음에는 의아스럽다가 중반부터는 그야말로 극을 바라보듯 작품 속 갤러리들의 하나가 되는 체험마저 하게 되었다.

이 세계 곳곳이, 그녀를 끌어당기는 물가들이, 바닷가 모래사장들이 하나의 꿈 같고, 그 꿈의 항적은 아무런 고물도 남기지 않고 물속으로 해체되어 가는 남자 같다. (...) 어쩌면 그는 하튼인지 모른다. 아니면 만에 빠져 사라져 가던 그녀의 아버지일지도. 223쪽

노골적인 성적 묘사도, 얼마나 잘난 사랑이길래 싶은 그들의 연애사도 나를 질투에 타오르게 만들진 못했다. 내가 질투하게 된 것은 음악, 그들의 그 어쩔 수 없는 음악‘애’였다. 처절하리만큼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음악이 아니면 안되는, 음악에‘빠진’ 그들이 물에 빠졌다고한들 더 괴롭고 덜 괴롭진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는 더는 한 남자를 사랑하지 않았다. 음악이 남았고, 음악에 대한 취기와 음악 속 절박항 리듬도 남았고,(...) 모든 고통은 음악에 속했고, 음악은 부분적으로 바다 파도의 포효와 이어져 있었다. 314-315쪽

처음 책을 읽을 때 들었던 하프시코드와 비올라 연주곡은 그렇게 내가 이 작품에 빠지는 상황을 무심히 바라봐주는 배경이 되어 책을 덮었어도 음악이 들리면 금새 떠오르게 만들 것이다. 사랑을, 음악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품는 고통과 바다를.

#을유서포터즈5기 #을유문화사 #소설추천 #암실문고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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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05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교보에서 봤는데 표지가 넘나 매력적인 그예여… 사진 않았는데 ㅋㅋㅋㅋ 이 리뷰와 노골적인 성적묘사에섴ㅋㅋ 장바구니에 담아버립니다 ㅋㅋㅋ 도서협찬 부럽습니다 ㅋㅋ 읽고 좋으면 책임지세욧ㅋㅋㅋ (뭐를?)

에디터D 2024-09-01 00:43   좋아요 0 | URL
댓글을 어마무시한 속도로...남기네요 ^^;;(죄송)
혹시나 벌써 읽으셨나 싶어 공쟝쟝님 서재에 들렸으나 좋은 서평이 정말 많아 시간내서 찬찬히 읽어야 할 것 같아요. ^^ 그나저나 읽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