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동경
정다원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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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여름날 마당 한가운데 앉아서 흐르는 물에 소면을 건져먹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국수를 워낙 좋아해서 종종 혼자서 소면을 삶아 엄마가 만들어준 비법간장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는데도 신기하게 소면하면 내가 줄곧 해먹던 소면이 아니라 그때 보았던 장면들이 먼저 떠오른다. 정다원 작가의 <소소동경>에도 이런 내용이 등장한다. 그릇에 담아서 한그릇 식사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에서 보던 바로 그장면, 대나무 수로를 따라 흘러내려오는 소면을 개인접시에 건져올려 먹는 식당을 저자가 다녀온 것이다. 일행은 아니지만 아이들 손님 덕분에 더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는 글을 보며 아이들이 식당에 등장하면 '맘충'을 마주하게 되진 않을까 신경부터 쓰게되는 현실과 비교하니 더더욱 부러워졌다.


<소소동경>은 한달미만의 짧은 여행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4년, 어느 누구도 결코 짧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기간, 4년을 동경에서 지낸 저자의 그야말로 소소한 동경의 풍경이 담겨져 있다.  살아보고 싶다던 키치죠지에 안타갑게도 거주자로서 머물지 못했다고 할 때에는 마치 내일처럼 아쉬웠다. 키치죠지는 저자의 말처럼 다양한 매체에서 살아보고 싶은 동네로 그려지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키치죠지도 마찬가지다. 신구문화의 장점만 쏙 담아둔 곳인데다 으리으리한 명품으로 가득차서 고급진 느낌이 아니라 어느 하나 흠잡을 수 없이 조화로운 분위기가 그야말로 '고급주택가'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반면 한칸 짜리 열차를 타고 들리게 되는 익숙하고 정겨운 분위기의 주택가를 만나는 것도 나역시 추천하고 싶은 코스다. '칭칭텐샤'. 딩딩딩 소리를 일본어로 칭칭이라 하고 전차를 말하는 텐샤를 합쳐 그렇게 부른다.(참고로 이 표현은 책에 나오진 않는다.) 언니가 처음 유학생 신분으로 일본에 있을 때 내게 꼭 태워주고 싶었다고 했던 열차다.이 책의 저자도, 우리언니도, 그리고 나까지 무조건 강추하는 만큼 별거 아니라고 그냥 지나쳤던 분들도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 흔히 일본에가면 오코노미야끼를 많이 먹는데 저자가 알려준 좀 더 국물이 자작한 메뉴 혹은 이탈리아 나폴리가 아닌 일본에 자리잡은 나폴리 피자등을 도전해보는 재미도 기대된다.(사진참조)


*한국에는 창가의 토토 삽화가로 잘 알려진 이와사키 치히로 생가 방문도 저자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추천하고 싶다.


*일본하면 역시 선술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책페이지를 열자마자 마음에 쏙 드는 '마스터'와 마주할 수 있다.


<소소동경>을 읽으면서 참 마음이 편하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기분좋은 감정이 떠나질 않았다. 취향이 비슷했을 수도 있지만 여행지에 대한 애정과 삶에대한 여유가 저자에게서 느껴져서 좋았다. 아주 특별한 경험, 흔하게 접하기 어려운 드라마틱한 행운이 아니라 좋게 보려고 하는 마음과 좋지 않은 것을 너무 오래 부여잡고 있지 않는 저자의 방식이 자칫 시시하거나 단조롭게 보일법한 동경의 소소함을 잘 살려주었기 때문이리라. 이제는 너무 뻔하다는 동경, 여러가지 이유로 꺼린다는 동경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보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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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말 잘하는 법 - 발표가 죽기보다 싫은 당신에게
도리타니 아사요 지음, 조경자 옮김 / 상상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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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말 잘하는 법



모든 사람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많은 사람들앞에서 강연을 하거나 나설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피치 울렁증? 발표를 잘하는 방법?을 굳이 내가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자 도리타니 아사요가 의미하는 '사람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말 잘하는 법'은 단순하게 그런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적으로야 말 잘하는 방법이지만 여러 사람앞에서 긴장하거나, 자신이 의도하는 하거나 가지고 있는 주장을 뭇거리거나 하는 등, 혼자 혹은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상황에 있을 때 자유롭지 못하고 긴장하게 된다면, 긴장 때문에 원하던 바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을 포함하고 있다. 사실 나 역시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저자만큼이나 남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했다. 책 읽기,음악과목 실기발표를 위해 사람들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것등이 모두 공포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람들앞에 나서고 싶은 바람은 늘 있었기 때문에 홀로 서는 것이 아니라 관악대, 합창부 처럼 나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과 합쳐져 드러나지 않는 활동은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거나 혼자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저자처럼 기회를 놓치거나 회피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그로 인해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을 계속 피하게 되는 것입니다. 도전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도피를 반복하면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점점 커져갈 뿐만 아니라 '나는 또 도망쳤다'라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커지므로 상황은 점점 악화됩니다. 52-53쪽


 



자신이 발표울렁증이 있는지,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는 본문, 그리고 뒷표지에 인쇄된 '발표 울렁증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보면 된다. 회사에서도 실제 저런 살마들이 많다. 건배사가 스트레스라서 회식이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 발표를 어떻게든 동료에게 부탁하며 자신의 업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들, 무엇보다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당당하게 발표를 잘하고 싶다는 바람만 있을 뿐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들 말이다. 그리고 이들은 한결같이, '저 사람은 진짜 말로 일하는 사람인 것 같아.'라며 상대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치 않는 사람들이다. 도대체, 발표, 스피치 울렁증을 극복하면 그저 말잘하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할 수도 있는데 아래 내용을 주목하자.


 

스피치 울렁증을 극복한 상황이 정말 긍정적이고 필요한 상황인지에 대해 막연하게 느껴지는가? 결코 아니다. 앞서 나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분명 스피치 울렁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피치 울렁증을 극복한 뒤, 늘 꿈만 꾸었던 도서관 독서지도 강사로 활동할 수 있었고, 동경하던 미술관 도슨트가 될 수 있었다. 그게 갑자기 어떻게 가능했냐고?저자가 노력했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평소에도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소리내어 읽고, 녹음하고 다시 듣기를 통해 목소리의 톤이 어떨 때 가장 감정을 잘 전달하는지를 연습했다. 하지만 이렇게 혼자 녹음하고 반복연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나의 얘기가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는 것이 필요하다.



잘 듣는 사람은 스피치 울렁증 해소도 잘합니다. 인상이 좋아지고 긴장은 줄어들기 때문에 일석이조입니다.

'이야기를 듣는다'를 80%, '자신의 스피치를 생각한다'를 20% 정도로 나눕니다. 기다리는 동안의 긴장감을 즐기면 평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무거운 돌이 사라진듯 상쾌해집니다. 156쪽



사실 발표라는 것은 느닷없이 닥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첫 모임에서 자기소개가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고, 회사 회의중에서는 자신의 업무와 관련 의견을 미리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전에 나가서는 자신이 해야할 말을 계속 고민하고 있기 보다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함으로써 다른이들에게 호감을 전달하고, 자신의 긴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스피치 울렁증을 극복한다는 것은 저자서문에 나와있는 것처럼 '자전거 타기'와 같은 기술 중 하나다. 수없이 넘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시도하는 것이 스피치에도 적용이 된다는 것이다. 대학교 입학 전 석달 간 내가 했던 일들이 모두 저자가 말해준 방법에 해당되었던 것이다. OT가게 되면 분명 학교와 학과를 지원하게 된 이유를 물을 것이고, 학교에 바라는 점, 선배나 동기에게 기대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나누게 될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이때 사람들앞에서 해야할 이야기가 대략적으로 정리가 되어있다면 다른이들의 이야기와 비교하거나 공감을 던지면서 보완하게 되면 설사 발표 내용이 부족하고 약간 어설프게 느껴지더라도 분명 호감을 주는 인상을 주는데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자신의 말을 잘하는 사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경청이다. 단순히 업무 발표 뿐 아니라이성에게 있어서도 말만 잘하는게 아니라 말도 잘하고 듣기도 잘하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말을 굳이 잘 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아직도 의문을 갖는가? 말을 잘하는 것은 타고나거나 외향적인 성격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위의 자가테스트와 스피치 울렁증을 극복하기 전 후의 상황을 보며 자신에게 물어보자. 극복했다고 믿는 나조차도 이 책을 통해 좀 더 보강해야 할 점, 내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상대의 시간을 빼앗는 것'일 수 있다라는 점 등 스피치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을 깨닫는 것의 중요성, 두말하면 잔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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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아서 할게요
박은지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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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작가의 책, <제가 알아서 할게요>의 부제는 '세상의 오지랖에 맞서 진짜 나로 살아가는 법'이다. 어찌들으면 저자 또한 누군가에게 '오지랖'넓게 말을 건넨다고 느껴지는 부제이기도 하다. 물론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대다수가 공감하는 오지라퍼에게 대항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일수도 있겠다. 그리고 오지라퍼에게 대응할 수 있다라는 것은 삶의 매 순간이 선택임을 아는 우리에게 그 주도권을 스스로가 지켜갈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저자 역시 젊은 시절에는 주변사람들의 조언에 흔들리던 때가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만약 그런 시절이 없었다면,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전전긍긍해본 적 없었더라면 애초에 이 책이 나올 여지조차 없었던 셈이다. 1장 '제 행복은 제가 고를게요'편은 저자가 들었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오지라퍼들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같이 공부를 하고 졸업한 친구들은 모두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는데, 혼자서만 마치 백수처럼 보이는 삶을 사는 것 역시 초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41쪽


3년정도 일을 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자발적인 퇴사의 결과였고, 구직활동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 내게 무슨일을 하냐고 물으면 당당하게 백수라는 말 대신 '놀아요. 진짜 놀아요. 쉬거나 멍때리는 게 아니라 정말 즐겁게 놀아요.'라고 대꾸했었고, 허세가 아니라 진짜 제대로 잘 놀았다. 겁이 많아 해외여행은 커녕 제주도 여행도 못했던 내가 유럽5개국을 다니고, 당일 티켓을 구매해 타이페이로, 또 일본으로 그렇게 여행을 했었다. 잘 논다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에 중학교 이후로 처박아둔 플룻 레슨을 받기도 했고 번역학원에 등록해서 몇 달 간 밤새가며 과제를 하기도 했다. 초조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애초에 '잘 놀아요'란 표현을 세 번이나 강조한 것은 초조함을 감추기 위한 방패였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아니라고 하면서도, 주변사람들의 말에 신경쓰지 말자 하면서도 중간중간 저자가 위의 발췌문처럼 불안한 기색이 보일 때면 오히려 더 공감이 되고 저자의 대처방식이 결코 가볍지 않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장 '이런 칭찬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편에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살빠졌다'라는 말이었다. 성별을 가르고 싶진 않지만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저자는 살빠졌다는 말의 기분좋음은 반대의 상황, '살쪘다'는 말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부정할 수 없다. 살빠졌다는 말에 부정하면서도 은근히 웃음이 난 적 있을 것이다. 반대로 살쪘다는 말에는 격하게 동조하면서도 헤어져 돌아올 때면 심각하게 거울을 들여다보게 되고 급기야 도대체 그런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저의가 무엇이었나 상대방을 비난하기에 이른다.


다만 주변의 좋은 사람들 속에서 몇 킬로그램 찌고 빠지는 게 그리 특별한 화젯거리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굳이 누군가 지적하지 않아도, 다이어트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쉽게 벌어날 수 없는 강박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83쪽


3장 '결혼에 조언은 필요 없어요' 의 내용은 마치 SNS에 넘치게 올라오는 결혼,연애에 관한 페이지를 옮겨놓은 듯 친근했고, 그만큼 씁쓸했다. 실제로 한 때마다 진지하게 결혼을 고려했을 때 주변사람들의 조언에 휘둘리며 상대방의 진심을 오해하고, 심지어 내 생각마저 오지라퍼들의 생각에 맞춰가려했던 과거가 떠올라 정말이지 결혼에 있어서는 '조언'이 필요없다고 격하게 공감하며 읽었다.


최대한 모든 것을 두 사람이 독립적으로 진행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싶을 정도로 주변에서 던져주는 화두는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그 시간대, 그 음식, 그 위치, 그 콘셉터 등)은 어른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64쪽


결혼준비를 했거나 나처럼 심각하게 고려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만큼이나 맞장구쳤을 내용이다. 지인 중 한 명은 아예 대놓고 결혼식의 주인공은 그들의 부모란 것을 망각했을 때 다툼이 발생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의 주인공은 신랑신부가 맞다. 시간이 흐른뒤 어느 누구도 식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끈질기게 문제삼는 어른들이 있다한들 그들에게 '불만없는 결혼식'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해결 될 부분이다. 결혼식이 어찌저찌 넘어간다 하더라도 신혼생활에 간섭하려는 사람들은 또 왜그리 많은가. 읽으면서 저자가 만났던 오지라퍼를 나도 만났었고, 아직 만나지 않은 오지라퍼들을 결국 한 번은 만날 수 밖에 없겠구나 싶은 마음에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 역시 지나친 오지랖이다 싶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이 책을 통해 예방접종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오지라퍼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My Way'할 수 있는 예방접종, 당신에게도 아마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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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동안 영어 공부에 실패했던 39세 김과장은 어떻게 3개월 만에 영어 천재가 됐을까 - 90일의 독한 훈련이 만드는 기적 같은 변화
김영익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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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동안 영어 공부에 실패했던 39세 김과장은
어떻게 3개월만에 영어 천재가 됐을까

책 제목을 보자마자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적으로나 봉사활동을 위한 도슨트 활동시에도 늘 부족한 회화때문에 아쉬웠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 한권을 읽는다고 해서 3개월만에 영어 천재가 되는 것은 사실 아니다. 제목이 다소 과장되긴 했는데 천재까지는 아니고 내가 하고싶은 말을 20분이상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물론 자기자신이야 실력을 알겠지만 지나가는 사람눈에는 분명 '영어천재'로 보일 가능성이 있긴 하다.

영어로 프리토킹을 한다는 것 = 영어로 쉽고 또렷하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막힘없이 표현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 70쪽

저자는 처음부터 그리고 여러차례 원어민과 같은 발음, CNN과 영화를 자막없이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전문적인 실력을 목표로 하는 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영어권에 살지 않는 한국인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말해준다. 하지만 차라리 이렇게 말해주니 속이 편해졌다. 안된다고 제한을 두자는 것이 아니라 허황된 꿈에 미쳐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20분 이상 원하는 바를 영어로 말하기 위해 기본적인 공부는 필요하다. 중학교 영어수준의 500개문장을 외우는 것이다. 사실 날씨가 어떠니? 기분이 좋으냐? 등의 문장은 왠만하면 떨지 않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응용을 하게 되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사람들이라면 500개 외우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본을 건너뛰는 모든 영어 공부는 사상누각이다. 기본적인 짧은 문장을 응용해서 말하는 연습을 충분히 한 후에야 긴 문장과 복잡한 표현을 말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171쪽


그럴 때는 내가 왜 회화를 반드시 해야하는지, 회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도 막연하게 작품설명을 영어로 하고 싶어서, 근무중에 외국인이 등장해도 도망치기 싫어서였다. 그런데 이보다 내가 더 원했던 것은 원서를 읽고 영어로 된 사이트를 쫄지말고 검색해서 원하는 정보를 습득하는 것에 있었다. 아마 이런 나의 바람을 저자가 알았다면 굳이 영어회화에 시간들이지 말고 전문적인 용어와 독해실력을 키우는데 집중하라고 말해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도 두 가지 분명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저자의 조언을 계속 읽어나갔다. 우선 완벽하게 독(?)학으로는 회화를 잘하기는 어렵다. 실전연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장암기만 한다고 해서 저절로 말하기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드시 실제 외국인 혹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와 회화연습을 해봐야 하며, 영어로 사고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즉 영어로 살아보는 훈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친구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다행히 지금 우리는 어플이나 플랫폼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외국인 친구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220쪽

1주일에 최소 5시간 이상은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한다는 제한사항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렇게 하지 않고 회화를 잘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유학이나 어학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 실력자들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일부러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거나 학원을 다니는 등의 방법을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에서는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어플을 소개해준다. 그러니 안된다는 생각말고, 무조건 돈 안들이고 해보겠다는 어리석은 생각도 버리고 진짜 영어로 회화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버릴 것 없는 조언들만 가득 채운 리얼 회화학습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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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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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대해 일말의 상상력도 없었다.'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은 팡쓰치와 이팅 그리고 이원이의 이야기의 사랑이야기다. 사랑이야기라고 적었지만 사실 과연 이것이 사랑인가에 대한 논의부터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중학생일 때 쓰치는 같은 빌라에 거주하는 학원선생 리궈화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가정도 사회도 여성이 당하는 성적 폭력은 가해자인 남성보다 피해자인 여성에게 더 큰 상처와 책임을 묻는 분위기라 어린 쓰치가 택할 수 있었던 것은 피해자가 아닌 '연인'이라는 자리였다. 어린 연인이었던 쓰치는 자신을 사랑해서 그랬다는 리궈화의 말을 믿고, 또 자신도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된다면 자신이 당한것은 '폭력'이 아닌 '연인들의 애정행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쌍둥이처럼 같은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같은 책을 읽고 수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던 이팅조차도 눈치챌 수 없도록 쓰치의 사랑은 숨겨야만 했고, 이런 그녀의 상황을 리궈화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남김없이 이용했다. 그렇게 리궈화의 욕망에, 사회의 눈가림에 이용당한 소녀들은 쓰치 한 사람이 아니었다. 또한 리궈화와 같은 존재의 수도 하나가 아니었다. 이원의 상황은 쓰치와는 조금 달랐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남자와 결혼했고, 그가 술을 마시지 않는 동안은 분명 그녀는 세상에서 몇 안되는 행복한 새댁이었다. 만취상태에서 매를 맞으면서도 이원은 버텼다. 폭력으로 인해 그와 헤어지기에는 그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원은 쓰치보다는 자신을 지키는 힘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나이였고, 적어도 절친이었던 이팅에게조차 털어놓을 수 없었던 쓰치와는 달리 쉬쉬했을 뿐 이원의 상황을 주변인들은 알고 있었다. 전혀 모르는 것과 묵인하는 것의 차이는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 물론 묵인하는 것도 조금의 위로나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모르고 던지는 비수만큼은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쓰치의 상황을 전혀 모르던 이팅은 그녀를 질투하고, 그 질투심에 해서는 안되는 잔인한 말을 내뱉는다. 나중에서야 쓰치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알았을 때 어째서 이팅은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미안해하고 괴로워하고 자신을 용서하기 위해 애써야 했을까. 이원과 쓰치의 또 다른 차이점, 어쩌면 작가인 린이한이 우리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은 '쓴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요즘 일기를 쓰고 있어요. 글을 쓰면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언니의 말이 맞았어요. 글을 쓰고 있으면 내 생활을 일기장처럼 쉽게 내려놓을 수가 있어요. 글을 쓰고 있으면 내 생활을 일기장처럼 쉽게 내려놓을 수가 있어요. 245쪽


책을 읽던 중에 봤던 영화가 생각났다. 쓰면서 나의 일을 객관적으로 혹은 완벽하게 제3자가 되어볼 수 있는 것처럼 사진을 찍고, 그 사진속의 나를, 혹은 상대를 혹은 풍경을 들여다보는 것, 그래서인지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의 다음의 대사가 생각났다.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다시 쳐다보는 겁니다'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중에서.


사실 소설을 읽고나서 꽤 시간이 흘렀다.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딱 2가지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미친듯이 뭐라도 적어야 할 것 같은, 리뷰를 적음으로써 린이한 작가에게 위로를 던지고 싶고, 그녀가 던져주고 간 것에 대해 답해야 할 것 같은 의무를 느낀 사람. 그리고 나처럼 아픈 마음으로 잠시라도 이 작품을 뇌리에서 지우고 싶었던, 비겁하지만 타인의 아픔에 대해 모르고 싶었던 사람들 말이다. 그래서 사실 이 소설의 중심주제를 벗어나서 문학에 빠지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다음의 상황에 대해서만 리뷰를 쓰는 것은 어떨까 싶기도 했다.


프랑스 영화를 볼 때는 마카롱을 먹어야 하고, 영국 영화를 볼 때는 스콘을 먹어야 하고, 러시아 영화를 볼 때는 러시안 소프트캔디를 먹어야 했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캔디를 먹다가 딱딱한 호두조각이 씹히면 꿈을 꾸다가 중간에 놀라서 깬 기분이었다. 278쪽


저렇게 맘에 쏙드는 문장이 나올 때는 웃음짓다가 이내 쓰치의 아픈 상처가 드러나는 페이지를 마주할 때면 그야말로 온몸이 가시박힌듯 아팠다. 쓰치를 바라보는 이팅의 마음으로 책을 읽었고, 또 그런 마음으로 린이한 작가의 죽음을 애도했다. 아예 모르는 일이라고, 그런일이 정말 있을 수 있느냐며, 소설을 통해 알았다고 해도 난 모르고 살겠다고 바둥거리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기어이 나는 이런 내 마음을 다 담아 리뷰를 적는다.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마음으로 조용히 세상 어딘가에서 폭력을 사랑이라 착각하고 사회가 외면했던 그녀들이 제발 힘내라고, 진짜 죽기전까진 결코 죽지 않는다고, 그렇게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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