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함은 분만실에 두고 왔습니다
야마다 모모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마다 모모코의 <섹시함은 분만실에 두고 왔습니다>는 만삭부터 시작해서 출산 후 1년뒤 복직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져있다. 사실 몇 페이지만 넘겨보고 지나치게 과장된것이 혐오에 가까운 그림체라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마치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 아니라 흡사 괴물이 되어가는 듯한 괴기스러움 마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왜 읽었냐고 묻는다면 당장 돌아오는 여름 나의 첫 조카가 태어날 예정이고, 그 첫 조카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언니를 통해서인데, 임신은 커녕 미혼인 내가 우리언니의 마음과 몸상태를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 이정도로 극사실화로 표현해주지 않았더라면 우리언니가, 그리고 우리엄마가, 그리고 내 친구들이 얼마나 힘들게 아이를 낳았고 길렀는지 제대로 이해못했을 것 같다. 엄청 웃기긴 하지만 그만큼 진지한 내용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대략 아래의 제목과 태그만 봐도 이 책의 내용이 짐작될 것이다.



애정은 손이나 발이나 다르지 않다

#손발이_몇개라도_모자라


나 밥하고 싶지 않아.

#오답노트

#뭐든괜찮아->컵라면

#간단한거먹을까->컵라면

#담백한거먹을까->컵라면순한맛

#칼칼한거먹을까->컵라면불닭볶음면


밤새 보채기 시작했습니다

#최근_낮잠시간도_짧아졌습니다

#이제_밤시간까지_나에게서빼앗을거니?



사실 만화속에 등장하는 단어들이 처음 듣는 단어가 아니란 것에 엄청 반성했다. 이 만화책을 내가 만약 내 친구들이 한참 아이를 길렀을 때 보았더라면 이토록 미안한 맘이 들진 않았을 것 같다. 그녀들이 출산 후 4개월 때 왜그렇게 놀러오라고 했는지, 아이를 두고 나와서도 내내 아이걱정만 할 거면서 왜 만나자고 했는지 전혀 이해해주지 못했다. 그럴바엔 차라리 그냥 집에 있는 편이 낫다며 과거의 한 때는 아예 약속을 피하기까지 했었다. 심히 외로운 때, 그때 한 번이라도 놀러가서 아이가 정말 예쁘다고, 엄마닮아서 그런것 같다고 말해줄걸 그랬다는 후회가 가장 크다. 이와중에도 아기띠를 풀지 않은 상태로 볼일을 보는 장면은 충격 그자체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 결국 그럴 수 밖에 없구나 싶다가도 책 제목이 <섹시함은 분만실에 두고 왔습니다>란게 새삼 확 와닿았다. 특히 저자의 경우 임신과 출산으로 찐 살이 빠지지 않아 복직할 때 정장을 새로 사야만 했다고 하는 데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정말 엄청나게 노력했구나 싶어 감탄만 나온다. 아이를 낳은 것도 아닌데 왜 내 몸무게는 모모코와 같은 패턴으로 진행되는가 싶어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만화책을 보면서 계속 드는 생각이 출산을 앞둔 예비엄마들은 오히려 겁을 먹을 수 있으니 자제하고 이미 출산한 산모와 그 남편 그리고 친구들을 포함한 지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이 결코 엄마 혼자만의 몫이 아닌줄 알면서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엄마 한 사람의 희생으로 평안해진 상태에 기대어 온 것 같다. 엄청 웃어가며 읽긴 했는데 책의 결론은 엄청 진지해졌다. 산모는 공감하면서, 주변사람들은 공부하는 기분으로 읽어주면 좋은 필독서다. 그녀들이 섹시함을 분만실에 두고 왔다고 느끼지 않도록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