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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고양이의 비밀
최봉수 지음 / 비채 / 2018년 3월
평점 :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은 진짜 번화한 도심 한가운데 있다보니 침대에서 커튼만 살짝 올려도 유리창을 통해 새벽부터 영업을 준비하는 가게들을 볼 수 있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 식당 그리고 커피숍을 제외하고 가장 빨리 영업을 시작하는 곳은 단연 빵집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인간세상도 그렇지만 고양이 세상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최봉수 작가의 <식빵 고양이의 비밀>을 보면 새벽부터 식빵공장으로 일하러 가는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 일찍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인간과 고양이 둘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 같다. 기지개 키고, 크게 하품하고 일어나 양치를 하고 사람인 제빵사라면 샤워를 할테지만 고양이는 꼼꼼하게 그루밍을 한다. 덩치는 산만한 고양이가 그루밍하는 모습은 그림책이라서 귀엽다기 보다, 실제로 봐도 귀엽다. 식빵 모양의 버스가 등장하는 데 우리가 사는 이곳에도 식빵공장의 셔틀은 식빵모양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참 깨알같이 위트있다고 느껴지는 장면이 등장하는 데 사원증이 끊어져서 보안문앞에서 털을 바짝 세우는 고양이. 아 이거 진짜 보안칩이 내장되어 있는 사원증이 지급되는 회사원들은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 화장실 한 번 갈려고 해도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사원증에 식대가 지급되었던 이전 회사의 경우 점심 때 카드를 별도로 챙겨야 하는 수고로움도 뒤따라 여러모로 불편했다. 암튼 요런 깨알같은 장면, 작가님 칭찬해~!

냥이식빵공장은 반죽이 꾹꾹이다. 반죽을 마치고 구워진 식빵은 컨베이어 벨트위로 나오는데 이때 진짜 고양이가 탄생하기도 한다. 이것이 '식빵 고양이의 비밀'인가부다. 종종 게시판에 올라오는 식빵굽는 고양이 사진을 보면 저러다 진짜 식빵되겄다 싶은 냥이들도 있었는데 그런 환상이 이 책에서는 현실이 되기도 한다. 너무나 신선하기 때문에 고양이가 되기도 한다나 뭐라나. 그렇게 식빵 고양이로 탄생한 아기 고양이가 비닐봉지에 들어가지 않게 분류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중 하나라고 한다. 작가님의 상상력이 진짜 한없이 즐겁고 귀엽다.

두 번째 <고양이 티타임>은 더 대박이다. 영국에 가면 꼭 위시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애프터눈 티. 그 유래가 어디서 부터인지 아는가? 다름아닌 고양이 티타임에서 시작된다. 이게 책을 읽다보면 그야말로 묘하게 납득된다. 18세기 영국의 배드포드 공작부인이 인간으로서는 가장 처음 초대받았는데 그녀가 고양이로부터 받았던 대접을 친구들에게 대접한 것이 애프터눈 티의 시초며, 티 트레이에 착안해 캣타워가 발명되었다는 설도 있는데 이건 진위를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니까 진짜 애프터눈 티는 고양이로부터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말로 언젠가 너무나 피곤한 날, 지친 날 고양이로부터 티타임 초대장을 받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고양이들이 따라주는 진한 티한 잔과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면서 찻잔을 머리에 올리고 그 온기를 느껴보는 기회. 미식가가 되어 고양이 식당에 갈 기회는 안타깝게도 이제 사라졌지만 티타임 초대는 아직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철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고양이의 꾹꾹이의, 갸르릉 소리에 위로를 받아본 적이 있는 집사들은 다 공감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귀여운 그림과 그럴싸한 이야기로 가득한 <식빵 고양이의 비밀>은 고양이를 좋아하는지와 상관없이 다소 지쳐있는 지인들에게 티타임을 권하며 함께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