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사랑한 생물학 이야기 - 생물학자가 보는 일상의 생물학 원리 ㅣ 내가 사랑한 과학 이야기 시리즈
가네코 야스코 & 히비노 다쿠 지음, 고경옥 옮김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아티스트 김태연의 <인공의 섬>은 작가의 DNA를 '아기장대'라는 식물에 배양한 것으로, 당시에 작품을 보면서 엄청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DNA를 식물과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또 그런 행동을 예술이라는 장르에서 만나게 되는 것도 그랬다. 가네코 야스코(식물담당)와 히비노 다쿠(동물)의 <내가 사랑한 생물학 이야기>를 읽다보면 'DNA 기술'과 '아기장대'에 대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 반가웠다. 물론 두 단어가 한 가지 주제로 만나는 것은 아니다. DNA는 이 책에 주제를 달리하여 여러차례 등장하는 데 DNA분석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게 된 2009년 아시카가 사건, 현재 DNA조작과 관련된 실험이 사실상 다양한 분야에서 가능해졌지만 비용과 시간적 한계로 인해 실용화 되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 등 영화나 소설에서보던 '유전자조작'상황이 더이상 공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가하면 볕이 좋은 날이면 '비타민D 생성'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광합성'이란 단어가 어릴 때 과학시간에 배운뒤로는 줄곧 자연스럽게 따라다닌다고 생각한다. 광합성, '태양광 에너지를 다른 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83쪽)'할 수 있는 것이다. 광합성과 함께 연쇄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는 '엽록체'. 로즈메리의 엽육세포를 전자현미경으로 보여주는 데 럭비공 모양, 바둑돌 등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어릴 때도, 그리고 지금도 살짝 뱀의 허물처럼 느껴졌다. 로즈메리의 엽육세포 관찰 외에도 은행나무 잎의 큐티클 층, 민들레의 꽃잎 등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사진이 다량으로 첨부되어 있어 내용은 쉽고 재미있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
과학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점 혹은 도서관 한칸을 차지하고 있는 '혈액형에 따른 성격유형'. 혈액형으로 성격을 나누는 것이 일본 고유의 습관이며, 한국과 대만을 제외한 미국 및 유럽에서는 이것이 꽤 신기한 일인데 기억을 거슬러 가보면 매달 혹은 격주로 발행하는 잡지에 빠짐없이 혈액형, 별자리 운세가 실렸던 기억이 난다. 저자는 이런 까닭은 일본인의 혈액형 유형 4가지가 고루게 분포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가령 프랑스의 경우는 90% A형이나 O형이니 혈액형으로 무언가를 나누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생물학'과 관련된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해하면서도 분명 동물실험 반대 등에 관한 내용도 등장하겠거니 싶었다. 이런 사고는 저자의 말처럼 '생물을 지배하고 철저하게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222쪽), 즉 서양식 사고법이 만연한 책, 교육과정을 접해온 까닭이기도 했다. 반면 동양에서는 자연숭배사상의 영향으로 생물과의 '공존'을 원한다고 말한다. 서두에 언급했던 작품역시 아티스트 자신의 DNA를 식물세포에 주입시키는 과정이 '유전자조작'이라는 다소 거칠고 부정적인 상황이 아니라 인간과 식물의 공존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저자는 바로 '공존'의 측면에서 이 책을 썼기 때문에 <내가 사랑한 생물학 이야기>라는 타이틀에 완벽하게 부합될 만한 책으로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