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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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소설 <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은 리 멜론과 제시, 두 사람이 빅서에서 한동안 지내기 까지의 과정, 그곳에 잠시 머물거나 스치거나 했던 사람들과의 해프닝을 다뤘다. 맬론과 제시가 빅서에 당도하기 전 두사람이 만나게 된 사연과 멜론의 조부인 남북전쟁에 참전 한 오거스터스 멜론 장군이야기가 그려질 때는 가승전결이 뚜렷한 소설들과 방식이 달라서 몰입이 어려웠다. 그러다 제시가 사귀던 신시아와의 결별 후 멜론이 머무는 빅서에 도착하면서부터 조금씩 그들의 유머를 이해할 수 있었고, 쉽게 적응하지 못했던 평범한 나를 깨닫고 살짝 민망하기도 했다. 소설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데자뷰 같은 걸 느꼈는데  로베르토 볼라뇨의 <참을 수 없는 가우초>를 읽었을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 작품과 작가사이에는 연관성이 없겠지만, 마치 아동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자기중심적인 요소가 느껴져 그랬을 것이다. 자신외에 주변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이 사실이 아닌 느낀 것을 그들만의 유머로 풀이하는 모습, 독자는 아직 그들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마치 소외시키듯, 자신들과 같은 유머에 동참할 게 아니면 그만 책을 덮어도 좋다는 자신감같은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제시의 거처인 오두막 천장의 높이가 155cm로,  낮은 천장 때문에 알면서도 게속 부딪히며 아파하다가 오두막을 방문하는 사람마다 부딪히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그들의 유머에 스르르 공감이 되었고, 살짝 고통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을 느끼기도도 했다. 돈이 없어 먹을게 없는 그들이 도구를 가지고 조금씩 부셔먹어야만 하는 딱딱한 빵을 먹는 상황에서는 중국 여류작가 샤오홍이 떠오르기도 했다. 가난, 그로인한 배고픔을 그리는 부분이 실제 체험을 통해 소설로 집필했던 점이 유사했다. 물론 브라우티건 역시 그런 배고픔을 겪었을런지는 모르겠다. (작품해설을 보면 아내와 함께 빅서에 머물렀을 때의 경험이 담겨있다고 하니 비슷하게 느낀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그날 저녁은 일레인이 요리를 했다. 가스레인지 앞에 여자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폭찹을 만드는 동안 그녀는 우리의 여왕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그동안 리 멜론의 요리가 우리의 영혼을 얼마나 망가뜨려놓았는가를 깨달았다. 132쪽


1960년대 미국에서는 소설에서 등장하는 마리화나 등을 포함한 마약류가 불법은 아니었다. 약에 취한 그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50년 뒤에 미래사히에서는 어쩌면 sns가 불법이 될지도 모르겠다. 강제로 손에서 빼아을 경우 금단현상이 일어나며 현실을 환상과 착각하고 그 안에서 희열을 느끼는 부분, 막상 현실로 돌아오면 견딜 수 없는 자괴감을 가지게 하는 부분이 전혀 근거 없지는 않으니까. 제목으로 돌아가서  남북전쟁, 그것도 남부 장군이 타이틀에 등장하고, 약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그들의 이야기 뒤에 꼬리처럼 달라붙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부분은 해설을 읽고서야 이해가 되었는데 전쟁이 발발하게 되는 계기, 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의 심리상태가 마치 현실과 환상사이를 오고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리와 제시에게는 전쟁을 유발시킬 만큼 이기심이나 명에욕, 누군가를 악질적인 의도로 속이려는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멈추기 위해 그들을 잡아서 게곡에 던지고 때로는 등에 돌을 매달아 되돌아오는 기간을 늘리려고 애쓰기고 ‘다이너마이트’가 필요하다고 떠들 뿐 리가 체념하듯 인정했던 가장 합리적인 개구리울음중지책은 일레인이 악어를 데리고 오기전까지 그저 ‘캠벨수프’라고 외치는거였다. 리와 제시는 스스로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부분들도 희극적으로 바꿀 줄 아는 능력이 있었다.

위스키가 좋았다. 나는 별들에게도 술을 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간들을 내려다보면서, 때때로 별들도 술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67쪽


굶주린 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미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진짜 굶주려 본적도 실제 미친사람을 만나 본적이 없다고 생각한 것은 어저면 내착각일 수도 있다. 타이노가의 비교를 끊임없이 하고, 그롱인해 상처받고 나를 더 사랑하자며 수없이 많은 심리서를 찾는 나는 분명 영혼이 굶주린 것과 다름이 아니다. 또한 미친사람들,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거나 자신의 잘못을 부하직원에게 더넘기는 사람들도 어던 면에서는 미친 게 아닐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영화, 드라마나 늘 듣는 노래속 가사에도 ‘미친’사람들이 끊임없이 존재한다. 나도 모르게 그런 것들을 깨닫게 되면서 이 소설에 이토록 빠져들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빅서에서 오지도 그곳에 갈 수는 없어도 나는 여전히 환상속에 나와 현실의 나의 괴리감을 제대로 견뎌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은 역시나 이런 소설덕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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