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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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출간기념으로 초판한정으로 보틀을 주었다. 몇 번을 담고 빼기를 반복하다 더 귀여운 사은품을 끼어주는 책들을 담느라 결국 이 책은 당시에 구매리스트에서 밀렸다. 그 댓가로 좀 더 단단하게 삶을 껴안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던 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지난 봄에 읽었더라면, 적어도 여름에라도 읽었더라면 덜 울고, 덜 아파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들었던거다. '후기, 혹은 구름 저 너머'공간에 저자 공작가님 말하길,

 

당신이 홀로, 이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당신의 가슴속으로 희디흰 매화가 푸르르, 푸르르 떨어져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아픈 것을 당신이 아파하고 당신의 아픔이 미세한 바람결에 내게로 전해져, 아마도 펼쳐진 책장 앞에 모두가 홀로일지라도 우리는 함께 따스할 것이니까요. 229쪽

 

저자의 글이 조금의 여지도 없는 소설일 때보다 긴가민가스러운 어찌되었건 '소설'분류로 나뉘어져 세상에 나올 때가 가장 좋다. 적확한 예는 아니지만 케이스가 예뻐 구매한 과자도 아닌데 다 먹은 뒤 저금통이나 소지품함으로 기대이상의 역할을 해줄 때의 느껴지는 기분같은거다. 소설로 읽어도 좋은데 마치 저자의 개인사, 작가도 별다르지 않네 하는 그런 동질감까지 느껴지는 것. 저자의 바람처럼 홀로 이 책 속으로 들어갔다. 누군가와 함께 들어가고파도 그럴사람이 없다는 것이 쓸쓸하지만 어쨌든 홀로 읽고 중간중간 커다란 체구로도 감당되지 못할 만큼 울었다. <월춘 장구>는 오랜기간 글을 쓰지 못했던 작가가 고통스럽도록 긴 겨울을 부딪히고 견뎌낸 뒤에 비로소 삶을 산다는 게, 운명이란게 피할 수 있는것도 견뎌보겠다고 애쓴다고 될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여정이 담긴 작품이다. 작품 속 화자는 자신에게 있어 봄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예비하는 '월춘 장구'가 '쓰기, 읽기 웃기, 기도하기 아닐까.(42쪽)'이라 하는데 아마도 내게는 걷기, 읽기, 잠자기 그리고 기도일 것 같다. 표제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웃으며 읽다가 순간순간 소름돋았지만 말미에 이르서는 지독하게 현실적인 내용임을 깨닫고 급 우울해하며 울었다. 젊은 아들, 며느리 심지어 고용인과 기르던 개의 목숨을 잡아먹듯 죽을듯 말듯 죽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은 굳이 현실의 누구와 같다고 예를 들지 않아도 납득할만했다. 문제는 지금껏 나란 사람이 결코 '할머니'의 입장은 될 수도 없고, 그저 욕심을 버리지 못해 제 목숨마저 저당잡히는 쪽이라는 것을 겨울 밤 소설책을 통해 재확인해야 한다라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편도 늘어놓자면 할 말이 많다. 작품 속 공작가처럼 나 역시 유아적 사진이 없어 엄마를 꽤 오랜시간 의심했었다. 은근 부잣집 딸일지도 모른다는 벼락맞을 상상을 즐기기까지 하다가 나이 서른을 훌쩍 넘겨 세례를 받을무렵 비로소 깨달았다. 천사란 날개를 달고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거나 위험에서 구해주거나 신의 전달자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같은 걸 딸이라고 수십년간 사랑해준 내 부모야말로 천사 중의 천사였다. 물론 이런 나의 고백과 이 작품의 내용과 전혀 무관하다. <부활 무렵>은 오로지 내 기준으로 전형적인 '한국소설'에 등장하는 서민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할머니는 죽지않는다>편에 잠시 등장했던 쓸쓸하게 죽어버린 파출부 아줌마의 처지와 별차이가 없어보이는 '순례'의 삶은 형편좋게 살아온 것만도 아닌 나를 덩달아 우울케했다. 다만 그녀의 손에 닿으면 여린 생명들이 소생하는 것이 조금의 위로가 되었다. 순례의 말처럼 "한번 살게만 해주면 어떻게든 사는 거거든. 한번 살게만 해준다면....."(161쪽) 식의 용서를 신에게 나는 얼마나 많이 요구했던가 싶어 또 울었다. 아까의 서러운 눈물마저 죄스러워 울었다. 후기를 제외한 마지막 작품<맨발로 글목을 돌다>편은 앞서 들려준 이야기들, 화자로서 혹은 저자로서 하고팠던 이야기를 응집해놓은 편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간략의 줄거리나 내용조차 언급하지 않겠다. 조금 보태자면 이 작품은 나를 울리진 않았다. 오히려 이제껏 울었던 나를 다독이며 재워주려는 듯한 기분이 들게했다.

 

나는 욕조의 미지근한 물속에서 벌거벗고 웅크린 채로 운명의 부름에 답하겠다고, 내가 계획했던 모든 희망을 버리고 가보겠다고,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보러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가 부르니까 내가 대답하겠다고, 봄이 오면 꽃이 피고 바람이 불면 잎이 지듯 그렇게 단순하고 단순하게,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208쪽

 

나역시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로 리뷰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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