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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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생 김지혜는 이 작품의 화자다. 이름이 김추복이 될 뻔했던 해프닝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전작 <아몬드>에서처럼 손원평 작가의 글을 읽으면 참 따뜻한 사람이란 게 느껴진다. 마치 '하느님은 인간을 결코 혼자 두지 않는다'라고 신앙인들이 말하듯 어찌 보면 참 애처로운 주인공들이지만 그 곁에는 그를 응원하고 지켜주는 '사람'들을 등장시킨다. 그것이 투명인간 '정진 씨'일지라도 말이다. 정진 씨는 김지혜가 어쩌다 보니 이름까지 지어주게 된 가상인물이다. 인문학 학원 인턴으로 근무하는 그녀에게 매일 같이 점심 메뉴를 정하거나 원치 않는 식당에 끌려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한 '방문자'가 필요했다. 그렇게 탄생된 정진 씨. 물론 살아숨쉬는 존재인 규옥과의 달달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서로를 더 알자는 의미에서 술이나 한잔 할까요, 우리?"

눈앞에서 곰돌이가 빙그레 웃고 있다. 우리. 말끝에 그 단어를 달콤하게 걸어놓지만 않았어도 그날 그를 따라가진 않았을 거다. -본문 중에서-

  

 

  책의 주된 내용은 지혜와 함께 근무하게 된 또 다른 인턴 규옥 함께 우쿨렐레 수업을 받는 남은과 무인, 이렇게 네 사람이 규옥에 제안으로 사회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처사에 대해 소소하게나마 '전복'을 꾀하는 내용이다. 현실성이 있는지를 떠나서 일단 말 한마디 못하고 벌벌 거리는 것보다는 훨씬 자신의 인생에 책임감을 가지고 살려는 것 같아 내용 자체는 좋았다.

당시에 했어야 할 말들은 왜 지나고서야 떠오르고, 뒤늦게 왜 그렇게 멍청하게 당했는지 자책할 때가 있다. 잘못한 것은 상대방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괴로워지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생각에 상처는 더욱 커진다. 내게 그런 일들이 아직까지 남아있었다면 <서른의 반격>에 나왔던 방법 중 한 가지는 해봤을 것 같다. 면전에 대고 똑 부러지게 부당했던 상황을 말해보는 것, 이것만 해도 속이 좀 후련해질 테니까.

 

<아몬드>도 그랬고, <서른의 반격>도 작가가 참 따듯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이유가 한가지 더 있는데 결말이 착하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을 그냥 버려두지 않고 끝을 맺는다. 열린 결말이 아니라서 군더더기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을 테고 '현실성'운운하며 역시 '소설'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난 작가의 결말들이 정말 맘에 든다.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Baby Driver, 2017>처럼 자신이 저지른 일들은 책임을 지고 그 죗값을 치르되 소중한 사람들을 더는 잃지 않는 것, 살아갈 희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혜와 규 그리고 남은과 무인이 일으킨 행동들이 복수와 인생역전으로 귀결되지 않아 다행이다. 그 덕분에 '노력'이 반드시 보상받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열심히 사는 것'에 중요성과 필요성은 알 수 있게 되었으니까.

 

 *리뷰를 작성한 후 맞춤법 검사기를 돌렸더니 수정사항이 더 늘어났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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