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 걸린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밀레니엄 시리즈가 국내에 처음 출간된 게 2011년이었다. 겨울을, 그리고 대리만족을 만끽할 수 있는 '살란데르'와 같은 여성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그야말로 읽는 순간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 그 자체였다.  1부에 해당되는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스웨덴 그리고 미국에서 각각 제작되었는데 두 영화 모두 각각의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을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안타깝게도 원작가인 스티그 라르손의 사망소식과 함께 밀레니엄은 내게서 잊힌 작품이 되었지만 2017년, 마치 스티그 라르손이 부활한 것처럼 완벽하게 4부 <거미줄에 걸린 소녀>가 내게로 와주었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몇 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엘리자베스 조지의 추리소설 한 권을 다 읽고 자느라 밤늦도록 깨어 있었다. 물론 분별 있는 짓이라고 할 수 없다. 22장

 

펼치자마자 소설을 읽느라 잠을 못잔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등장해준다. 마치 내일 출근을 앞두고 밀레니엄을 붙잡은 내게 하는 말로 들렸다. '분별 있는 짓이라고 할 수 없다'라니. 내 생각에는 밀레니엄을 읽다가 출근을 걱정하며 중간에 덮어버린다면 분별 있을지는 몰라도 그다지 매력은 없어보인다.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이토록 흥미로운 소설을 접하는 것은 일생에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사실 이 책을 밤새가면서 읽은 것은 아니다. 그러고 싶었지만 처음 밀레니엄을 만났을 때보다 6년이나 늙었고 만으로 계산하면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뀐 만큼 나도 늙은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맘에 드는 소설은 다시 펼쳤을 때 집중하는 데 몇초도 걸리지 않는다. 총 넉 잔의 커피와 코코아를 마셔가며 읽어 낸 '밀레니엄' 4부의 주된 내용은 살란데르의 해킹 실력 뿐 아니라 성별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피사체'임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실제 우리가 접하는 오픈웹은 전체 웹사이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어쩌면 20%내외일지도 모른다. 반대되는 개념의 다크웹, 혹은 딥웹이라 칭하는 검색으로 잡히지 않는 웹사이트에서는 무기는 물론 산업기밀이 거래되고 있다. 프란스라는 인공지능분야의 천재적인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은 펼쳐진다. 어찌보면 프란스가 시작이었지만 독자들이 더 관심을 가지게 될 만한 인물은 그의 아들 아우구스트일지도 모른다. 지적장애이자 서번트로 짐작되는 아이는 아빠의 죽음과 자신을 노리는 킬러, 그리고 자신을 학대했던 이들을 '그림'을 통해서 타인에게 전달할 뿐 아니라 아빠에게 받은 유전적 요인이라 짐작되는 수학적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살란데르와 아우구스트가 적의 위협으로부터 피신해있는 동안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범인인 내게는 그저 '아!'하는 감탄사만 나오게 만들었다.

 

귀중한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리스베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우구스트와 그림들, 그리고 현기증 날 정도로 길게 이어지는 숫자들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일 분쯤 이 숫자들에 어떤 논리가 숨어 있는 건지 생각해보는데 문득 나머지와 다른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383-4쪽

 

처음 밀레니엄 1부를 접했을 때는 받은만큼 확실하게 되갚아주는 살란데르가 멋지게 느껴졌다. 하지만 결코 부러워할 만한 대상은 아니었다. 친부의 폭력과 그녀가 받아야 했던 끔찍한 학대는 아무리 천재성을 보상으로 받았다고 하더라도 안타까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어쩌면 진정한 사랑이라 부를만한 미카엘과의 만남도 극을 이끌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속 어긋나기만하니 독자의 입장으로 혹은 사랑을 했던 사람으로서는 속상할 정도 였다. 사실 장르가 워낙 광범위한 범죄조직과 연류되어 있고, 특히 이번편에서는 인공지능과 암호분석, 해킹관련 등 전문적이라 할 만한 용어가 마구잡이로 튀어나오기 때문에 편하게 읽을만한 내용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살인, 형사, 은닉과 같은 내용에 익숙해서 추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듯 그저 인물들의 매력을 과감하게 발산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도구는 없어보인다. 인간보다 더 똑똑한 기계, 혹은 기계보다 더 냉혹한 인간들의 이야기가 밀레니엄 4부 <거미줄에 걸린 소녀>에 담겨있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秀映 2017-10-31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4부는 별로였어요 ㅜㅜ

리제 2017-11-01 16:19   좋아요 0 | URL
전 밀레니엄 시리즈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 자체로도 너무 기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