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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손님 (반양장) ㅣ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해,
여름
손님.
번역본의 경우 독자들이 원작과 당연하게 비교되는 부분이 번역을 얼마나 원작과 가깝게 옮겼느냐 일 테고
이때 ‘제목’은
그중에서도 단연 크게 자리 잡는다.
<그해,
여름
손님>의
원제는 ‘Call
me by your name’으로
책을 읽기 전에는 영화처럼 그대로 제목을 살리는 것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후 든 생각은 적어도 국내에 번역되는 제목이라면 원제보다 지금의 제목이 훨씬 더 큰 여운을 남겨준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끼리 서로의 이름으로 불러준다는 설정은 한국영화 [클래식]을
떠올리게 하고 특정 기간과 계절을 연달아 언급하며 강조한 부분이 더욱 그런 기분을 들게 했다.
도대체
그해,
여름
손님은 어떤 의미가 있었던 걸까.
아버지를 도와 여름이면 별장 손님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엘리오.
아직
열일곱으로 성년이 되지 않았다는 점과 엘리오의 마음을 흔든 ‘그해
여름 손님’의
성별이 같은 ‘남자’라는
점이 이 소설의 장르와 독자층의 ‘선’을
긋는다.
막상
책을 읽다보면 엘리오와 손님의 성별이나 그들의 나이차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고 현재 혹은 과거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말하지 못했던 혹은 사랑이 막
시작되던 때의 추억을 가차 없이 끄집어놓게 만들었다.
가령
다음의 질문들이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던 때다.
‘이
사람도 나를 좋아할까?’
혹은
‘분명
나를 좋아하는 게 맞아.’였다가
결국은 ‘그냥
볼 수 만 있다면 좋겠다.’로
귀결되는 저 혼자서만 가슴앓이를 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적이 없었던 이들도 물론 있겠지만 만약 있었거나,
다른
작품을 통해서 간접경험을 해봤던 이들이라면 초반부터 슈퍼소닉과 견줄만한 속도로 가슴앓이를 하는 엘리오와 혼연일체가 될 정도로 필력이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하물며
현재 진행형의 독자들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의 또 다른 장점은 애초에 이 책을 내가 읽고 싶었던 이유가 되는 ‘클래식
음악’의
시도 때도 없는 출연이다.
사실
하루키의 소설처럼 BGM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엘리오와 만인의 연인 ‘올리버’를
연결시켜주는 핵심 매개체이자 올리버에게 그랬듯 독자에게도 엘리오가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임을 각인시켜주는 주요소재가 된다.
이런
이유 외에도 ‘20th
람다
문학상 게이 소설 부문 수장작’이긴
하지만 장르와 상관없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독자들마다 다를 테지만 분명한 것은 여름에 읽어도 좋지만 여름을 보낸 지금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