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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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절망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알려주는 책은 없었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독서를 통해 위로를 얻었다 혹은 마음이 어느 정도 편안해졌다는 감상을 남길 때가 있다. 하지만 절망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알려주는 책도 있었다. 저자의 말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동조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왜냐면 그 단 권의 책이 다름 아닌 성서였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성서를 제외한 그 어떤 책도 내게 절망의 기간을 어찌 보내라고 말하지 않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섣부른 위로도 어려운 그 기간, 감히 같은 인간끼리,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서로에게 어떻게 말할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 독서>가 맘에 와 닿았던 까닭은 반드시가 아니라 이렇게 한 번이라는 따뜻함 덕분이다. 절망을 바다에 비유했을 때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기보다는 천천히 심연으로 가라앉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심연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지난 해 읽었던 배철현 교수의 <심연>이란 책을 떠올라서였다. 그 책에서는 자신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라고 권하는데 마찬가지로 <절망 독서>의 저자도 무리하지 말고 찬찬히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절망했을 때는 우선 그 절망의 감정에 푹 잠겨야 하고, 지나치게 빨리 극복하려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극복을 할 수 있으니까요. 65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리뷰에 자꾸 언급하는 것이 신앙을 가지지 않은 다른 독자에게, 심지어 이 책의 저자에게도 실례인줄 알면서도 한 번 더 언급하자면 근래 들었던 강론 중에 좌절하는 것이 결코 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절망하는 것도 죄, 혹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권장하거나 응원할 만한 일은 결코 아니지만 왜 절망하는지, 왜 그 절망으로부터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는지 절망에 빠진 그 자리에서 찾아내지 않으면 저자의 우려처럼 후폭풍이 무섭게 다가올 수도 있다. 본문에서 인용한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슬픔은 혼자 오지 않고 반드시 한 패를 데리고 온다는 것을 기억해 두면 좋을 것 같다.

 

절망에 빠졌을 때 라쿠고를 들으면, 처음에는 커다란 웃음소리가 녹음되어 있어서 이런 걸 들을 기분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본인은 울고 싶은 기분이니까요. 하지만 점점 위하감이 없어질 것입니다. 라쿠고의 웃음은 절망의 곁으로도 다가와주는 웃음이기 때문입니다. 170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저자가 위로를 얻었던, 충분히 절망의 시간을 누릴(?)수 있도록 몇 권의 책들의 서평이 담겨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이전의 유사해 보였던 책들처럼 추천리스트를 만들고,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려 그 중 몇 권을 구입하는 작업들로 위로를 구하려고 했었는데 이 책과 나의 리뷰 서두에 밝힌 것처럼 이 책은 결코 저자의 방법 혹은 독서리스트를 답습하라고 쓴 책이 아니었다. 음악을 듣다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절망의 이유가 다 다르듯 뜻하지 않은 장면, 노랫말에서 우리는 절망을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천하고 싶은 책들보다 절망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책이라는 말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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