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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 울었다 -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 마음도 우산처럼 쉽게 접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59쪽
어제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렸고, 빗물이 창에 부딪히는 소리를 한참동안 듣고 있었다. 체감으로는 30분이 지난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흘렀을까. 천천히 일어나 이제는 무겁고 오래된 모델이라 아이폰에 밀려 거의 손도 대지않는 dslr을 꺼내와 비가 내리는 창을 여러장 촬영했다. 대충 찍었으니 제 아무리 dslr이라도 결과물이 좋을리 없다. 금새 지쳐 어제 받은 책, <아주, 조금 울었다>를 펼쳤다. 그렇게 이 책을 만났다.
맨 위에 적은 문구, '사람 마음도 우산처럼 쉽게 접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처럼 정말 마음이 우산처럼 접힌다면 이 세상에 에세이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감성'이란 말도, '외로움'이란 감정도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무엇보다 '그.리.움'이란 단어는 없을 것 같다. 적어도 이 책만큼은 출간되지도, 이토록 공감하지도 못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오는 날, 몸도 마음도 지나치게 습한 이런 날은 다소 우울하긴 해도 마음이 우산처럼 쉽게 접히지 않아 다행이기도 하다.
포르투갈에 있는 '카보다 로카'는 유럽의 끝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포르투갈 시인 '카몽이스'가 쓴 다음의 문구가 새겨진 기념비가 있단다.
'이곳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
50쪽
저자가 말하는 '친구'는 그 말에 무언가 뭉클해졌다고 했다. 그 기분을 알 것 같다.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장소에 철문으로 '접근금지'라는 푯말에 괜시리 서러울 때가 있고, 특히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던가 '여기서부터는 진입금지'등의 안내판을 볼 때면 무언가로부터, 혹은 누군가로부터 접금금지 당한 현실이 오버랩되어 그자리에서 '울고'싶었으니까. 타인이 내게 새긴 상처도 아프지만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했던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내 스스로 내게 준 상처때문에 아파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 였다. 접히지 않은 마음 때문에, 포기하지 못했으면서도 포기했다고 믿고싶은 어리석음 때문에 스스로가 남긴 상처는 이런 책을 만날 때 마다 더 큰 상처를 내곤 했다. 시간이 약이다라고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시간이 결코 약이 될 수도, 기다린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걸 알아서 더 아픈지도 모른다.
화장실에서 울어 본 적이 있다는 것은,
생애 가장 서러운 일을 겪어 보았다는 것.
우리는 그렇게,
화장실에서 울면서 어른이 된다.
164쪽
위의 문구대로라면 어른이 되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조금도 기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장실에서 울었던 일이 지금까지 끔찍하게 고통스럽거나 하지 않은 걸 보니 조금 더 울어도 될 것 같다. 아니 펑펑 소리내어 울어도 좋을 것 같다. 울음이 많은 나는 이 책을 핑계삼아, 저자의 한 줄 문구를 위로 삼아 결국 일요일 오전 울고 말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크게 웃을 준비를 시작했다. 울음의 끝은 웃음의 시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