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지금이 좋아 - 1남 1녀 1고양이의 바르셀로나 생활기
정다운 글, 박두산 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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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곳이 결국 불편함과 편리함이 공존해야만 돌아가는 곳이라면, 나는 누군가의 완벽한 편리함을 위해 다른 누군가가 너무 불편한 것보다는 함께 조금씩 불편하고 모두가 대체로 편한 것이 좋다. 31쪽



여행기를 읽다보면, 그것도 서른 넘어 부부가 함께 파견이나 유학이 아닌 순수 여행으로 타지에서 '살아보기'식의 여행기는 부러움으로 시작했다가 시기와 질투, 끝끝내 용기없는 내 자신과 그렇게 함께 손잡고 떠나주질 동반자를 만나지 못한 운명까지 탓하면서 아주 불쾌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곤했다. 그랬던 내게 정다운, 박두산 부부의 <바르셀로나, 지금이 좋아>는 질투와 시샘은 커녕 '아, 책을 통해 얻어지는 이 충만한 행복과 기쁨!'을 누리게 해주었다. 바로 저 윗 문장을 읽는 순간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음을 확신했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머문 곳은 다름 아닌 스페인 바르셀로나다. 스페인은 건축에 관심이 없어도 '가우디'는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가보고 싶은 도시이자 유럽배낭족들이 프랑스를 지나 경비와 시간을 쪼개어 갈지 말지를 고민케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귀찮고 게으른 성격 때문에 내게 있어 스페인은 그냥 '남의 나라'선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과연 내가 이 책을 읽고 스페인을 가고 싶어할까? 바르셀로나를? 그저 좋은 사람들의 잠깐(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긴)의 일탈을 함께 즐기면 되는 정도에서 멈추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마 이 책을 읽은 누구라도 나와 같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한 잔에 한국돈으로 2000원도 안하는 커피를 마셔보고 싶고, 골목골목마다 친근하게 다가와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개와 고양이를 만나고 싶고 무엇보다 느린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느껴보고 싶을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대한 매력과 사람에 대한 매력 그리고 동물과의 유대감에 빠져있을 때 정다운 저자가 은근슬쩍 꺼내놓는 '필름 카메라'의 로망과 생활화는 미처 인화되지 못하고 쌓여만 가는 서랍속 필름을 떠올리게 했다.


극장에서 영화 보는 걸 좋아하고 서점에 가서 책을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분명히 필름 카메라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65쪽


이 책이 내 가방에 들어있는 동안 극장에서 무려 4편의 영화를 보았고, 서점에서 3권의 책을 샀던 내게 이 한 문장은 이 책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고 즐겁게 해주는지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게 했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책'을 만나게 된다. 단 한 권일 수도 있고, 여러 권일 수도 있고 심지어 어떤 경우 일정 기간 만났던 모든 책이 '인생 책'이 되어주기도 한다. 전혀 생각지 않은 바르셀로나에 가고 싶게 했고, 평생을 함께 가야 할 배우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했으며 무엇보다 한 살 한 살 먹는 나이를 핑계로 움츠러들었던 나를 일깨워 준 인생 책, <바르셀로나, 지금이 좋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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