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셰프 분투기 - 음식에 가려진 레스토랑에서의 성차별
데버러 A. 해리스 & 패티 주프리 지음, 김하현 옮김 / 현실문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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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인기있는 예능 키워드는 단연코 '푸드'다. 그덕분에 덩달아 선망의 대상이 된 직업이 다름아닌 쉐프라고 할 수 있는데 개성이 강한 그들의 모습은 요리실력을 떠나 보는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곤한다. 다만 여성의 경우 대부분 셰프가 아닌 요리연구가, 혹은 연예인들 중 요리솜씨가 뛰어나기로 소문난 가정식의 달인이었던것을 나역시 아무런 의심없이 보고 있었음을 <여성 셰프 분투기>를 통해 깨달았다. 막연하게 중식의 경우 조리도구의 무게등으로 인해 남자에 비해 체력적으로 약한 여성이 버티기 힘들거라 생각했고 드라마나 영화속 요리에 취미를 가지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제 현실은 잊고 있었던 것이다. 책의 저자인 데버러 A.해리스와 패티 주프리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이 책이 나와 같은 이들에게도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까닭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실제 여성 셰프들의 인터뷰 뿐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는 평론가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까지 함께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배경이 미국이긴 하지만 요즘처럼 국가별 혹은 지역별 요리에 대한 관심과 셰프 자체에 대한 관심이 고루 퍼져있는 시대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물론 요리프로그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음식 자체에 대해 흥미가 없는 사람들 혹은 홈쇼핑에 등장하는 다양한 성별이 여자인 요리연구가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나친 비약같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그들이 판매하는 품목만 보더라도 여자들은 대부분 가정식요리, 장이나 다이어트 식품으로 어떤 창의적인 요리가 아니라 추억에 기대거나 요리사가 아닌 연구자들이 주로 등장한다는 것을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셰프의 요리는 정말 도전적이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단지 남성의 요리는 전문적.독창적이며 여성의 요리는 아마추어적.가정적이라고 받아들이도록 사회화된 음식 전문 기자와 요리 평론가(그리고 이 사회의 모든 사람)가 그런 식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108쪽


분자요리의 대가, 퓨전요리의 대가들, 주방안에서 목소리를 높여가며 재료부터 디저트까지 꼼꼼하게 체크하는 드라마속 인물들은 전부 남성이다. 반면 여성의 경우 지독하게 고집스럽거나 '손맛'에 의지하는 경우를 국내 미디어에서도 질리게 보았다. 영화 <식객2>만 보더라도 엄마의 고생과 정성을 나몰라라하고 성공만을 위해 집을 떠나는 여성요리사가 등장하는가 반면 라이벌로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은 그녀가 몰라준 어머니의 정성을 알아차리는 등 여성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정마저 버려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오히려 대놓고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여성 셰프들은 남성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노동을 수행하며, 남성 동료들은 여성 셰프 '한' 명에게서 나타나는 나약함의 표시를 '모든'여성 셰프의 실패로 쉽게 일반화한다. 221쪽


비단 요리분야 뿐 아니라 여성이 제대로 두각을 나타나기 쉽지 않은 분야만 보면 무조건 열심히 하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과연 무조건적인 노력만으로 젠더로 인한 차별을 이겨낼 수 있을까. 여성들 사이에서 조차 스스로 나약함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음을 저자들은 인정했다. 하지만 약자인 상태로 오랜기간 경험이 축적되다 보면 어쩌다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젠더가 아닌 '여성'그 자체를 이용해서 성공하는 사람, 아예 젠더자체를 포기한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성공이란 말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서두에 밝힌 것처럼 나조차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셰프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남자들만 떠올랐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만큼 무서운게 있을까. 저자들의 말처럼 다행히 근래들어 이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한다. 저자들의 노력덕분에 그 인원중 나도 합류할 수 있고 이 리뷰를 통해 다른 독자들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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