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는 바람이 내게로 불어왔다 - 고민정 아나운서와 조기영 시인의 시처럼 아름다운 삶의 순간들
고민정.조기영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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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조기영의 <당신이라는 바람이 내게로 불어왔다>는 '연애소설'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다. 고민정 전 아나운서의 이전 작품과 달리 부부의 귀여운 두 아이 은산과 은설이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해도 내게는 그저 두 사람의 '연애'만 눈과 맘에 깊이 깊이 새겨졌다. 소설과 시를 즐겨 읽지 않더라도 어느 순간 아이처럼 순수하고 감히 엄두도 못낼 상상으로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는 시인들과의 연애를 꿈꾸지 않은 여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아나운서라는 직업 자체가 남자들에게 주는 로망도 있겠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그녀가 막 입학 한 새내기와 나이많은 선후배 관계였기 때문에 두 사람의 연애는 그야말로 '아름다웠다'.


그 두 사람의 사랑이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은 왜일까?

아마도 그것은 자신의 삶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 이웃, 그것도 소외되고 힘이 없어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고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 같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학대당하는 아이들, 여성들을 이해할 줄 아는 아내의 모습은 완벽한 성인의 모습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학생들과 행인들로 인해 부끄러움과 자만에 빠지기도 하고, 자식교육 문제로 남편과 말다툼을 한 뒤 가출을 감행하기도 하는 등 완벽하지 않기에 오히려 이웃을 배려할 수 있는 그용기가 부럽기도 했다. 남편의 이야기는 어떤가. 사실 시인이라고 하면 골방에 들어앉거나 방랑벽으로 인해 가정을 소홀히 할 것 같은데 결코 그렇지 않다. 아내가 공부하느라 일하느라 바쁘니 양육과 살림은 당연히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 무엇보다 여전히 곁에 있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간직한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역시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적어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을 때만이 유지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자주 흔들린다. 다른 아이들은 다 하는데 우리 아이만 못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특히 그렇다. 135쪽


연애소설이기는 해도 양육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몇 마디 보태자면 결혼 전 아이의 삶과 자신의 삶을 구별짓겠다고 했던 친구들 모두 지금은 보통의 '엄마'가 되어버렸고 심지어 아이밖에 모르는 엄마인 경우도 많다.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지는 것은 비단 자신의 삶 뿐 아니라 자녀의 삶 또한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끼게 되었다. 내 아이만 보면 되는데 자꾸 타인을 의식하고 내 아이가 위축되거나 잘못된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 그것이 부모와 자녀 모두를 상하게 한다. 연애와 가족이야기외에도 함께 나누고 싶은 말들이 있었다.


도시 교회들을 보면 고향 교회 생각이 난다. 275쪽


조기영 시인은 도심과 농촌의 교회를 비교하며 교회는 늘어나는데 세상살기는 더 팍팍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실 교회의 십자가를 보면서 나는 매번 평온함을 느꼈다. 적어도 완전하게 혼자는 아니라는 것, 내가 하지 못하는 '좋은 일'을 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막연한 기대가 때문이었는데 시인의 눈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나의 이런 기대와 다르게 매체를 통해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면 나역시 시인과 같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사랑은 자신의 발견이고, 자신을 깨려는 노력인 것이다. 사랑이 모두 다른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어쩌면 매 순간 과거의 나를 깨고 나오려 노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344쪽


사랑, 사랑합니다 그리고 사랑하고 싶다라는 말을 정말 자주 듣지만 과연 나는 얼마나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느 노래 가사처럼 미움없이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내게 있어서는 가장 완벽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라는 바람이 내게로 불어왔다>를 통해 바로 그런 사랑을 본 것 같다. 독서를 통해, 타인들의 사랑을 통해 나도 조금 내 자신을 깨려는 노력을 했다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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