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아시아 제44호 2017.봄 - 사오싱Ⅱ ShaoxingⅡ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계간 ASIA 아시아 44 / 2017 봄호


몇 년전 한수산님의 <까마귀>라는 작품을 접했을 때 실제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것이 허구였으면 싶을만큼 마음이 아팠었다. 그렇게나 아팠던 마음도 잠시, 어느새 군함도와 관련된 모든 것이 희미해질 무렵 군함도 1,2권 완결 소식을 서점사이트를 통해 접했다. 그리고 계간 아시아 44호, 2017년 봄호 '나는 어떻게 쓰는가'편이 한수산 작가의 인터뷰로 채워졌음을 보고 반가웠다.


소설 [군함도]는 수면 위에 떠 있는 얼음덩어리일 뿐입니다.

작품을 수면 위에 떠 있는 얼음이라고 할 때, 물속에 잠겨 있는 보이지 않는 얼음에는 개인의 삶을 와해시키고 인간을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거대한 죄악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작품은 물 위의 얼음으로 물속에 잠긴 얼음을 독자에게 환기시키면 되는 것입니다. 139쪽


소설 군함도는 이전에 발표했던 <까마귀>를 2권 분량으로 축소한 것이다.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니 작가의 마음은 이렇듯 축소하는 방식의 개작이 아니라 오히려 15권 분량으로 늘리려고 했다는 것을 알았다. 작가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그런 바람이 있었다. 그런 바람을 접고 2권으로 개작된 까닭이 위의 발췌문에 등장한 '얼음'을 좀 더 뚜렷하고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까마귀를 읽은 독자들은 알고 있겠지만 군함도와 관련된 지상의 일들 뿐 아니라 주변인물들의 작은 이야기도 찾아가 들어보고 싶을만큼 한 사람 한 사람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등장인물 중 어느 누구도 그렇게 스러져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아직 완간된 <군함도>를 읽기전이지만 저자 스스로 만족감을 드러낸 만큼 기대가 된다.


소개된 시들 중에서는 근무하는 곳이 도서관이라서 였을까. '주리나 하산'의 시 <도서관>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만약 근무하기 이전에 이 시를 접했다면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 도서관을 제대로 표현해낸 작품이라고 좋아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의 도서관은 시인의 눈에 비친것처럼 '학자의 정수, 문인의 호수/ 진리의 도시, 자유로운 목소리의 안식처'(176쪽)과는 거리가 멀다. 시인이 사는 나라의 도서관은 그러할지 몰라도 지금 내가 현장에서 마주하는 도서관의 풍경을 떠올리자면 진정한 의미의 학자도 문인도 없다. 직업란에 당당하게 문인이라고 적는 이는 원하는 책이 없다며 한바탕 소란을 피우기도 하고, 박사논문을 준비해야 한다면 같은 책을 장기간 혼자 독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시를 접하다 그새를 못참고 현실을 떠올리는 내가 참 밉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다. 공무원준비, 어학시험 대비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이시대의 젊은이들이 모이고, 집에 있으면 아내에게, 며느리에게 잔소리를 듣느다며 아침밥만 겨우 드시고 도서관에 나오는 어르신들까지 우리가 떠올리던 도서관은 과연 어디로 간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늦게까지 마지막 페이지를 천천히 눈 뿐 아니라 마음에 담아가는 이용자들을 보며 '한국문학을 읽는 기쁨'편에 소개된 배리 웰시의 한국문학이 분명 그가치가 높고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소개가 되지 못해 읽히지 않는다는 의견에는 동조하지 않을 수 없다. 배리 웰시가 지적한 또 한가지는 한국문학의 표지가 그렇게 매력이 없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었다. 사실 번역문학의 경우 원서와 비교할 때 늘 표지가 맘에 들지 않았는데 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반갑게 느껴졌다. 한국문학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분명 해외문학상 수상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국민 부터가 많이 읽고 나서서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리뷰를 영어로 써본다더가 SNS에 표지나 공감가는 문구를 올리는 수준의 부터 관련업계에서 적극 권장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리뷰를 적고보니 이전과는 달리 계간 아시아44호는 꽤나 현실적으로 고민하면서 읽었구나 싶다. 어찌되었든 이번 호도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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