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 신은 혼자서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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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브>는 <오두막>의 저자 윌리엄 폴 영의 신작이다. 오두막을 읽었을 때도 감동이 컸기에 당시에 가장 친했던 지인에게 무작정 새책을 구매해 선물했던 기억이 난다. 아쉽게도 종교적인 내용이 짙어 지인은 그다지 큰 감명을 받지 못하는듯 싶었는데 늘 이부분이 아쉬웠다. 종교와 상관없이 우리가 '누군가에게로 부터'탄생되어 졌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작가는 이 부분을 신간 <이브>에서도 명확하게 말해준다. 누구를 믿고 말고의 문제를 논하기 전에 그 사람을 제대로 아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냐고 말이다.


그러면 왜, 왜 하나님이 저를 보호하지 않으셨죠? 232쪽


태초의 증인으로 선택된 소녀 '릴리'. 그녀는 신체뿐 아니라 영혼마저 완전히 망가진 상태로 '피난처'처로 떠내려온다. 피난처라고 표현하는 곳은 시공간으로 생각했을 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달이나 화성과 같은 행성도 아니다. 수많은 행성과 행성들 사이에 시공간이 전혀 다른 개념으로 존재하는 장소다. 물론 에덴 또한 아니다. 태초의 증인으로 선택된 릴리조차 자신의 본래 모습을 확인하면 할수록 자신을 사랑한다면서, 심지어 증인으로까지 선택했다면서 어째서 그렇게 망가지도록 내버려둘 수 있었는지 납득할 수 없다. 종교를 갖지 않는 이들이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이 릴리의 질문과 흡사할 것이다. 사랑한다면서 왜 좋은 것을 주지 않죠? 왜 기도하는데 들어주지 않죠? 하는 식으로 말이다. 어차피 기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없다면 신의 존재가 삶에 있어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혹은 종교인들 조차 '돌아섬'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가 있는데 가령 누가봐도 선하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의 죽음,  제노사이드 등을 바라볼 때가 그렇다.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자유의지를 주었다는 말, 죄의 낮고 높음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릴리처럼 의문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빛을 완전히 직면하면서 동시에 어둠을 볼 수 있어?"

존의 질문이었다.

"전혀요. 어둠이 전혀 없어요." 296쪽


우리가 스스로에게 혹은 타인에게 죄를 짓게 되는 경우는 어떤 상황일까. 아마도 어두움, 돌아섬의 상태에 빠지게 되었을 때라고 본다. 하나님이 생명, 선 그리고 빛을 뜻한다면 그 반대인 죽음과 악은 어둠을 뜻한다. 어둠은 위의 존과 릴리의 대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완전한 빛안에 있을 때는 결코 느낄 수가 없다. 우리가 외롭다고 느끼고, 슬프고 힘겹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타인과의 비교라는 벽, 스스로의 기대에 못미치는 자괴감이라는 벽 등에 가로막혀 빛이 아닌 어둠을 만나게 되었때 발생한다. 릴리 또한 태초의 증인이면서도 자신의 과거를 알아가면서 지나친 염려로 인해 어둠속에 빠지게 된다.


<이브>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영원한 이'가 릴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은 '혼자둔적이 없다'라는 말이었다. 우리가 뜻하지 않은 사건사고로 상처받고 깊은 상실감과 어둠속에 빠지더라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 어둠저편에 '영원한 이'가 끊임없이 빛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된다는 것이다. 소설의 부제처럼 '신은 혼자서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를 이보다 더 잘 이해시켜 줄 책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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